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 개·폐막식, 바닥을 노니는 비둘기 불빛부터 하늘로 치솟는 수많은 LED 기둥까지 화려한 미디어아트 작품으로 메워진 무대가 전 세계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국내 미디어아트 스타트업 ‘닷밀(dot.mill)’은 평창 동계올림픽 개·폐막식을 포함해 다양한 장소와 분야에서 미디어아트를 선보이고 있다. 미디어아트의 제작 현장을 생생히 듣기 위해 배재면 닷밀 디자이너를 만나봤다.

 

- 닷밀을 소개해달라

  “닷밀은 일반적인 영상 제작과 다르게 미디어아트를 기반으로 영상쇼 콘텐츠를 제작하는 스타트업이에요. 사람들이 딱딱한 화면에서 벗어나 다양한 장소에서 판타지를 느끼도록 창조적인 미디어아트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건물 벽면, 자동차 표면 등지에 영상을 입히는 미디어파사드(건물 외벽에 LED 조명을 비춰 영상을 표현하는 기법)가 대표적인 예시라고 할 수 있어요. 저는 디자이너로서 작품의 기획부터 제작까지 참여하고 있습니다.”

 

-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호평을 받았는데

  “평창 동계올림픽 개·폐막식을 보면 바닥에 영상으로 꾸며진 장면을 보신 적 있으실 거예요. 닷밀은 올림픽 예술 감독님과 함께 이런 영상 기반의 미디어아트 전시 대부분을 제작했어요. 제가 속한 팀은 폐막식 위주로 작업을 진행했는데, 기획 단계부터 작품 완성까지 1년이 걸렸어요. 사실 장기 프로젝트임에도 예산이 부족해 어려움이 있었죠. 적은 예산으로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기 위해 엄청나게 고민했습니다.

  동계올림픽인 만큼 상징적인 의미를 담으면서도 닷밀만의 표현을 유지하고자 했어요. 그 결과로 과거부터 현대까지의 흐름을 춤과 영상의 조화로 승화한 ‘시간의 축’, 전구 모양의 홀로그램을 공중으로 올린 미디어아트 작품 ‘미디어 클라우드’를 완성할 수 있었어요. 이외에도 동계올림픽의 모든 종목 아이콘을 영상에 담은 작품도 있었습니다. 다행히 저희의 예상을 넘어설 정도로 반응이 좋아 깜짝 놀랐었죠(웃음).”

 

미디어아트 콘텐츠에서 본인이 중시하는 부분은

  “미디어아트 콘텐츠는 사람들이 작품을 보자마자 감탄이 나올 정도로 확 시선을 끌어야만 성공할 수 있어요. 문제는 한순간에 감명을 주기 위한 기술이 지식처럼 뚝딱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거죠. 여러 콘텐츠를 직접 만들어보며 오랫동안 현장에서 경험해야만 그 감각을 체득할 수 있어요. 디자이너마다 자신만의 스타일로 작품의 관심도를 높이고자 하는데, 저는 영상에 들어가는 배경음악을 중시해요. 모든 음악은 기승전결이 있는데 중간에 기를 쭉 모았다가 터뜨리는 구간을 알아내 콘텐츠에 활용하는 것이죠. 이런 구간을 잡아내기만 한다면 현란한 영상에도 클래식이 잘 어울리게 제작할 수 있어요.”

 

- 미디어아트 콘텐츠 제작에 어려움은 없나

  “시시각각 바뀌는 현장 상황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아요. 영화 같은 일반적인 영상매체는 스크린이란 틀이 정해져 있잖아요. 반면에 미디어아트는 엄청 분야가 크다 보니까 스크린뿐만 아니라 구체, 자동차 등에 영상을 입혀야 하거든요. 작품마다 작업 환경이 매번 달라지기 때문에 디자이너로서는 초기부터 작업 환경을 인식하고 디자인하는 것이 필요해요.”

 

- 앞으로 닷밀의 목표는 무엇인가

  “궁극적으로 ‘MR콘텐츠 테마파크’를 실현하는 게 목표입니다. MR(Mixed Reality, 혼합현실)이란 새로운 플랫폼이죠. MR을 쉽게 말하면 실제 눈으로 볼 수 있는 판타지를 구현하는 거예요. AR(Augmented Reality, 증강현실),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은 장비를 갖추고 중간 매체의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데, MR은 눈으로 직접 현실과 가상이 혼합된 판타지를 볼 수 있어요.

  저를 포함한 닷밀의 디자이너들은 이를 이루기 위해 항상 새로운 것을 개척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미디어파사드에 국한돼 벽면에 영상을 쏘는 것을 넘어,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 현실과 가상을 혼동하게 만들지 항상 연구하죠. ‘360도의 영상을 상영하면 어떻게 될까’, ‘구체 안에서 어떤 판타지를 구축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MR콘텐츠 테마파크를 구현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MR 장르를 활성화해 상상만 하던 판타지를 바로 눈앞에서 이뤄내는 것이 닷밀의 사명이죠.”

 

 

글│김인철 기자 charlie@

사진│한예빈 기자 li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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