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교육열’은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감탄했을 정도다. 그러나 과연 그 세계적 명성에 걸맞게 실제도 그런가? 특히, 배움 과정의 학생들은 부모의 ‘교육열’만큼 높은 ‘학구열’을 보이는가? 각 학교의 구호처럼, 진리, 정의, 자유, 봉사, 평화 등 가치에 걸맞게 배우고 행하는가? 해마다 대입으로 몸살을 앓는 대한민국, 막상 대학에선 실망하는 현실, 과연 이대로 좋은가? 이런 면에서 독일 대학과 한국 대학을 견주어 보자.

  첫째, 한국 대학의 등록금은 연평균 약 1000만 원이다. 미국 다음으로 세계 2위다. 국민소득을 감안할 때 사실상 세계 최고다. 반면, 독일 대학은 많은 유럽 각국처럼 등록금이 없다. 1989년부터 5년간 독일에서 박사 공부를 했던 나 역시 등록금이 없었다. 한국에서 학사는 물론, 석‧박사 공부를 하자면 돈이 꽤 들기에 가난한 이는 학업이 힘들다. 독일은, 본인이 공부할 의욕과 능력이 있는 한, 온 사회가 돕는다. 대신, 의욕‧능력이 없으면 졸업이 안 된다.

  그러면 독일 대학들은 왜 등록금을 받지 않는가? 교환학생으로 독일에 간 한국 학생이 독일 교수에게 물었다. “교수님, 왜 독일 대학은 등록금이 없나요?” 교수가 말했다. “독일에서 대학은 학생 자신이 스펙을 쌓는 곳이 아니라 독일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곳이라, 온 사회가 책임을 집니다.” 사회가 요구하는 인적자원을 육성한다는 점에서는 한국이나 독일이나 다를 바 없지만, 그 책임성의 차원에서는 천양지차다.

  둘째, 교수와 학생 간 관계도 상당히 다르다. 1990년경 내가 브레멘대학의 한 세미나 수업에 들어갔을 때다. 당시 나는 한 석사 과정 여학생이 두 다리를 앞 책상에 걸친 채 간간이 뜨개질까지 하면서 세미나 수업(토론)에 참여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 정도로 독일 대학의 수업 시간은 긴장감이 높지 않았고 매우 편안했다. 나는 속으로 그 학생의 태도를 용납할 수 없었다. 더욱 놀라웠던 것은, 담당 교수가 그 학생의 자세나 행동에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점이었다. 교수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겉으로 보이는 규율 잡힌 모습이 아니라, 학생들이 스스로 깊이 있는 사고력과 논리력을 기를 수 있게 본질적으로 중요한 화두를 던지고 심층 토론을 이끄는 것이었다.

  셋째, 한국에서는 대학입시가 마치 인생 최고의 고비인 것처럼 여겨지나, 독일은 대학이 여러 선택지 중의 하나라는 점이다. 한국의 경우,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벌써 교육부 장관이 2번째 들어섰지만 논란이 많다. 게다가 입시제도를 바꾼다는 것은 그 내용과 무관하게 ‘직’을 걸어야 하는 모험이다. 오죽하면 쌍둥이 학생의 아버지가 교사로 있던 모 여고에서 부정행위로 의심되는 일이 발생했을까? 게다가 대입 시험일만 되면 대통령 선거 때보다 전국이 더 난리다. 강남 8학군이 인기인 것도, 그 학군의 아파트 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오르는 것도, 결국 대입이 한국인에게 생명줄이라는 증거다. 한국 고교생의 7~80%는 대학에 진학한다. 반면, 독일은 그 진학률이 3~40%밖에 안 된다. 왜 그런가?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근본적인 것은, 대학을 졸업한다고 해서 (조금은 낫겠지만) 특별한 기득권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독일 대학은 한국의 ‘SKY’처럼 일류대 개념이 없다. 기본적으로 모두 국립이며, 모두 일류다. 학생들은 자신의 소망에 걸맞은 전공이나 교수를 찾아 전국을 뒤진다. 대학 공부가 적성이 아니면 기술이나 예술을 선택한다. ‘장인’이 되면 얼마든지 자부심을 갖고 산다. 일반 노동자가 되어도 산별 노조와 진보 정당이 싸워온 덕에 상대적으로 안정된 생활이 가능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대학을 나오건 안 나오건, 어느 대학을 나오건, 사회적 ‘시선의 차별’이 없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도 최소한 독일처럼 대학 강박증으로부터 자유로운 나라가 되면 좋겠다. 그리고 진리탐구를 위한 열정과 역량을 가진 학생들만 대학에 가면 좋겠다. 나아가 대학에 진학하면 돈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어느 대학을 나오건 차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과연 그런 날이 올까? 하루라도 빨리 그런 날이 오게 하려면, 나는,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강수돌 융합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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