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북정(戀北亭)

정호승

 

기다림에 지친 사람들은 다 여기로 오라

내 책상다리를 하고 꼿꼿이 허리를 펴고 앉아

가끔은 소맷자락 긴 손을 이마에 대고

하마 그대 오시는가 북녁 하늘 바다만 바라보나니

오늘은 새벽부터 야윈 통통배 한 척 지나가노라

새벽별 한 두 점 떨어지면서 슬쩍슬쩍 내 어깨를 치고 가노라

오늘도 저 멀리 큰 섬이 가려 있어 안타까우나

기다리면 님께서 부르신다기에

기다리면 님께서 바다위로 걸어오신다기에

연북정 지붕 끝에 고요히 앉은

아침 이슬이 되어 그대를 기다리나니

그대의 사랑도 일생에 한 번쯤은 아침 이슬처럼

아름다운 순간을 갖게 되기를

기다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느냐

 

 

 

  ‘우리들은 모두 사랑이 되고 싶다.’ ‘라디오와 같이 사랑을 끄고 켤 수 있다면’의 구절처럼, 우리는 사랑을 표현하고 사랑을 받고자 한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떨어지지 않으려는 감정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지금까지 접한 수많은 문학작품, 영화 등에서는 보편적인 ‘사랑’의 감정들을 다뤘다. 김소월의 진달래꽃은 반어적으로 ‘제발 나를 떠나지 말아달라’고 얘기하고 있고 많은 로맨스영화 속의 주인공들은 자기를 떠난 연인을 기다리며 불안해하고 초조해한다.

  하지만 ‘연북정’은 여느 시들과는 다르게 기다림을 노래한다. 기다림이 없는 사랑은 없다며 기다림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홀로 외로이 임을 기다리는 새벽조차 매우 아름답고 감각적으로 표현한다. 기다리는 일이 기쁘지 않다면, 새벽별이 떨어지는 걸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었을까. 뿐만 아니라 임을 기다리는 화자 스스로를 긍정적인 의미의 ‘아침 이슬’이라 불렀다. 시인은 감각적인 표현과 시어들을 사용해서 독자들에게 ‘기다림을 포기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것 같다. 기다리는 것 자체를 매우 가치 있는 행동으로 생각하게끔 만든다. 결국 기다림도 사랑이다.

  무언가를,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이 어색해진 현대 사회다.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 바쁘고, 빠르게 사는데 익숙하다. 오랜 시간 기다리며 느끼는 설렘을 가져본 지도 오래된 듯하다. 그래서 ‘연북정’이라는 시는 유독 더 와닿는다. 빠르게, 빠르게만을 추구하는 우리에게 큰 울림을 준다. 가끔은 기다림의 미학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당신도 아침 이슬처럼 아름다운 순간을 갖기를’

 

장기흠(문과대 사회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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