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71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그간 고대신문은 고려대를 대표하는 정론지의 역할을 훌륭히 해냈습니다. 참신하고 일관성 있는 보도, 수준 높으면서도 쉽게 읽히는 칼럼 꼭지는 고대신문을 특히 돋보이는 대학언론으로 만들었습니다. 현직은 물론이고 이젠 신문사를 떠난 기자 여러분까지, 오랜 기간 고생 많으셨습니다. 고대신문이 남긴 족적을 되짚는 일은 이만 줄이겠습니다. 대신 고대신문의 내일을 논하려 합니다.

  연세춘추와 고대신문의 관계는 각별합니다. 단순히 양교의 유서 깊은 경쟁구도 때문만이 아닙니다. 두 신문사는 여러 면에서 닮아있습니다. 그 역사나 편집국의 규모가 그렇습니다. ‘체급’이 비슷하다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당면한 숙제도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감히 예상해봅니다.

  고대신문은 한국 대학언론 대다수가 겪어온, 또는 여전히 겪고 있는 문제들로부터 비교적 자유롭습니다. 최근 새로이 편집국을 옮겼다고 들었습니다. 편집국에는 기꺼이 취재해 기사를 쓸 기자가 여럿 있습니다. 그 기자단에 월급을 지급할 정도의 예산도 있습니다. 당장 학교본부나 국가에 비판적인 기사를 낸다고 해서 발행이 전면 중단되거나 학생기자가 제적당할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물론 제대로 된 편집국과 편집권, 최소한의 보수 체계나 인력이 부수적 특혜는 아닙니다. 마땅한 권리이자 기본적인 신문사 운영 여건입니다. 이런 탄탄한 제반 환경은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창간 이래로 지금까지 많은 선배 기자들이 노력해 따낸 결과물입니다. 충분히 자부심을 가질 만한 일입니다.

  그러나 거기까지여야 합니다. 그럴수록 오히려 냉정하고 엄격하게 돌아봐야 합니다. 위치보다 중요한 것이 방향이기 때문입니다. 고대신문이라는 이름은 축복인 동시에 함정일 수 있습니다. 오늘의 고대신문은 꾸준히 나아가고 있습니까? 제호 넉자의 그늘에 서 있습니까? 혹 힘들게 온 길을 역행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한 철학자가 하늘의 별을 좇다 우물에 빠진 일화는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은 세월 좋은 이야기로 치부될 수도 있습니다. 제가 아는 적지 않은 학생기자들이 수업시간에 기사를 씁니다. 수업 도중에 취재원의 전화를 받고, 밤을 새가며 글을 고칩니다. 시험 시작 10분 전까지 노트북을 붙들고 속보를 써대던 이도 있습니다.

  그러나 코앞의 땅을 보고 걷는 것 역시 능사는 아닙니다. 길잡이 없이 앞만 보고 걷다가는 길을 잃기 십상입니다. 흔들리지 않는 가치를 푯대삼아 나아갈 때 비로소 옳은 방향으로 전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연세춘추는 그 여정에 동참하겠습니다. 같은 고민을 나누며 나아가는 동행이 되겠습니다. 고대신문의 창간 71주년을 축하하며, 앞으로의 70년도 함께 걸을 수 있길 바랍니다.

 

송경모 연세춘추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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