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 간의 정치사회적 이슈가 늘면서 북한관련 보도가 증가하고 있다

  “죽었다던 사람이 다시 살아났다.” 1986년 11월 16일, 조선일보는 북한의 김일성 주석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는 오보로 밝혀졌고, 그는 그 뒤로도 활발히 활동하다 1994년 7월에 사망했다. TV를 틀면 연일 흘러나오는 북한 관련 보도는 국민의 관심을 집중시키지만, 대부분 간접적인 방법으로 취재되는 만큼 오보 가능성도 크다. 언론현장에서는 보다 정확한 보도를 위해 북한전문기자에 대한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불가피한 간접취재…정보선별능력 중요해

  기자가 북한에 대해 직접 취재할 수는 없다. 그래서 가능한 많은 간접적인 방법을 동원해 취재한다. 북한전문기자들이 북한을 취재하는 경로에는 △북한 공식 매체 △우리나라 정부 기관의 북한 관련 정보 공개 △외신을 통해 얻은 정보 △국내외 대북 매체 보도 등이 있다.

  우리나라 정부 기관이 수집한 북한 정보를 청와대가 공식적으로 발표하거나 언론계에 비공식적으로 알려주기도 한다. 가장 신뢰도가 높은 취재원이지만 정보의 정치화가 일어날 가능성도 높다. 동아일보 신석호 디지털뉴스팀장은 “정부 기관이 현 정권의 정책과 기조에 맞는 정보를 취사선택해 공급할 가능성이 높아서 기자 개인이 사실을 선별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탈북자 단체와 비정부 단체를 포함한 국내외 대북 매체를 통해 취재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 중국 접경지역에 방문하는 조선족 브로커를 통해 위성전화 반입 취재를 감행하기도 한다. SBS 안정식 기자는 “평양 내부 지역과 북한 정부의 정보를 취합하기는 어렵지만 함경도를 포함한 중국 접경 지역의 정보를 통해 북한에서 일어나는 변화 경향을 일부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 인권에 대해 보도할 때는 무엇보다 북한의 반인권적 실태를 직접 경험한 탈북민을 주요 취재원으로 한다. 이때 여러 탈북민을 교차 취재하는 것이 강조된다. YTN 왕선택 통일외교전문기자는 “탈북자들의 인권 관련 증언은 사실 확인 작업이 특히 어렵다”며 “탈북자들이 북한 정부에 대한 적개심이 커서 거짓 증언을 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팩트 체크 안 되는 오보

  간접취재가 주가 되는 만큼 북한 관련 보도에선 오보도 자주 발생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 의하면 지난 4·27 남북정상회담 이후 북한 관련 오보 민원 건수는 TV조선 70건, YTN 44건, 채널A 16건, 기타 12건, 총 142건으로 집계됐다. 연합뉴스 장용훈 북한전문기자는 “기자가 직접 확인하기보다는 국정원의 발표나 외신을 인용하는 경우가 빈번해 팩트 체크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보니 북한 당국이 이를 악용하는 경우도 있다는 후문이다. YTN 왕선택 통일외교전문기자는 “북한에서 혼란을 유도하기 위해 사실 관계를 제대로 밝히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언론사나 기자 개인의 정치적 편향성에 의해 의도적으로 작성되는 오보도 있다. 이런 종류의 오보는 대부분 북한 최고 지도자나 북한 체제를 비난하기 위해 작성 및 유포된 것이다. 특히 ‘북한붕괴론’과 관련된 오보는 국내 정치적 수요에 맞게 의도적으로 조작된 성격의 오보다. 왕선택 기자는 “북한붕괴론에 대한 보도는 현상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전달한 것이 아니라 북한의 붕괴 시나리오를 뒷받침하는 사례만 취사선택해 보도한 사항”이라고 말했다.

  이런 수많은 북한 관련 오보는 제대로 정정되지도 않는다. 최근 과거에 비해 자발적 정정보도가 활발히 일어나는 편이지만, 국내 관련 취재에 비하면 부족한 수준이다. 북한 취재는 초상권 침해나 사실 왜곡에 대한 법적 대응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2013년 8월 조선일보는 북한의 가수 현송월이 총살을 당했다고 보도했다. 올해 1월 현송월이 평창올림픽에 방문함에 따라 오보로 밝혀졌지만, 최초 보도를 한 조선일보의 해명이나 정정은 없었다. KBS 공용철 프로듀서는 “북한관련 보도는 오보임이 드러나더라도 언론사가 수정을 잘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북한 취재는 국내 보도에 비해 법적대응 문제가 없어 정정 절차가 약하다”고 말했다. 오보에 대한 독자들의 민감도도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 왕선택 기자는 “우리 사회에서 북한이 적대 세력인 만큼 북한에 대한 오보에 대해선 너그러운 편”이라며 “독자 쪽에서도 너그럽게 용서해야 한다는 인식이 깔려있기도 하다”고 말했다.

 

  전문기자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 필요

  전문가들은 구조적인 측면에서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북한을 취재하는 기자 개개인의 역량은 물론, 언론사의 전문기자 제도와 정부가 정보를 독점하는 구조 모두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동아일보 신석호 디지털뉴스팀장은 “언론사가 북한 및 남북관계, 안보의 영역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전문팀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며 “제도적인 틀 속에서 기자들이 제대로 된 취재와 보도를 할 수 있는 선순환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언론사에서 전문기자 제도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교육에 더 투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북한 관련 보도의 경우 특수한 북한의 체제와, 국제정세에 대한 전문지식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중앙일보 이영종 기자는 “북한 전문기자에 대한 인적, 물적 투자가 부족하다”며 “북한이슈는 특수한 북한 체제와 관련된 복잡한 분야인 만큼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장용훈 북한전문기자는 “북한전문기자는 학문적으로, 경험적으로 오래 들여다보고 경험을 쌓으면서 시간을 투자해 천착해 온 전문가여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 관련 보도를 할 때 지켜야 할 실효성 있는 보도·제작 준칙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YTN 왕선택 기자는 “기존 북한 관련 보도지침은 북한의 주장을 그대로 전하지 않고 내용이나 표현을 순화해서 보도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라고 말했다. 1995년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과 한국기자협회,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 등의 언론단체들은 공동으로 ‘평화통일과 남북화해, 협력을 위한 보도·제작 준칙’을 만들었으며, KBS와 MBC 등 언론사들도 보도준칙을 마련했다. 이러한 보도준칙들은 각 언론의 ‘대북관’에 휘둘려 사실상 사문화된 지 오래다. 이영종 기자는 “이상주의적 보도준칙이 만들어졌으나 실효성이 부족해 잘 지켜지지 않는 상태”라며 “모든 언론이 공감할 수 있는 준칙이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 | 김예진 기자 sierra@

사진 | 한예빈 기자 li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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