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사진기자, 최전선에서 민주화운동을 담다

엄지현 기자l승인2018.11.05l수정2018.11.05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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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4년 5월 21일자 972호. 경찰의 최루탄을 맞고 쓰러진 최용석 교우
▲ 1984년 5월 경찰의 페퍼포그 차가 들어오자 교문 앞에서 밀어내고 있는 학생들

  뜨겁게 전개되던 학생운동의 산증인들은 1980년대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당시 고대신문 사진기자로 활동했던 동인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광주 추모현장, 최루탄 안면 발포 사건

  1980년대는 학생운동이 활발히 전개되던 시기다. 정한기(국문과 84학번) 동인은 고대신문사에서 대기하고 교정에서 취재를 반복했던 시절을 떠올렸다. “특히 신군부의 실상이 알려진 1984년 봄엔 거의 매일 시위를 했어요.”

  1984년 5월 16일과 17일 본교에서는 ‘아! 광주여 무등산이여’라는 제목으로 광주사태 추모행사가 진행됐다. 17일 민주광장에서 열린 재현극엔 1000여 명의 학생이 참가했고 교내시위로까지 확산됐다. 이주현(축산과 82학번) 동인은 서슬 퍼런 군부정권이 장악했던 당시 상황을 회고하며 말문을 열었다. “재현극을 막기 위해 전투경찰이 동원됐죠. 학생들은 스크럼을 짜고 교문 앞에서 경찰과 대치했는데, 우리 신문사 기자들도 현장에 있었습니다.”

  학생들이 교문을 통과하자 경찰은 학생들을 향해 최루탄을 발사했다. 시위는 ‘광주사태 해명하라’, ‘폭력 정권 물러나라’ 등의 구호 아래 3시간 동안 계속됐다. 이 과정에서 최용석(신방과 84학번) 교우가 얼굴에 최루탄을 직격으로 맞아 응급실로 이송됐다. 최용석 교우가 횃불을 들고 경찰저지선으로 달려나가는 모습과 병원치료실로 이송되는 장면은 고대신문 972호(1984년 5월 21일자)에 실렸다. 이주현 동인에게 그 사진은 4·19 혁명에서 희생된 김주열 열사가 연상될 만큼 충격적이었다. “당시 민주화운동을 생각하면 그 사진이 백 마디의 구호보다 강렬하게 떠오르곤 해요.”

 

  6월 민주항쟁에 이르기까지… 격렬했던 민주화운동

  김상욱(국문과 86학번) 동인은 가장 격렬했던 1986년과 1987년 민주화운동의 현장을 필름에 담았다. 그는 1986년 교내집회에서 현장 시위 지도부가 체포되는 상황을 떠올렸다. “지랄탄이 터져 앞을 볼 수 없는 상황에서 학생으로 위장한 사복경찰들이 지도부를 체포해 갔어요. 고대신문 <카메라 사계>를 통해 체포 장면을 연속해서 실었죠.”

  1986년 개헌 국면에서 분수령이 됐던 인천 5·3운동 결의와 1987년 종로·명동성당 농성현장은 김상욱 동인의 기억 속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청계천 고가도로 위를 가득 메운 시위대와 함께 명동으로 진출하던 장면은 엊그제같이 또렷하답니다. 폭력적인 시위 진압장면 한 컷이 주는 파급력이 컸어요.”

  당시 사진기자들은 격렬했던 시위 열기로 항상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 시위현장에서 살포되는 최루탄부터 사복경찰이 던져대는 돌까지 곳곳에 위협이 도사리고 있었다. “실제로 사진을 찍기 위해 현장에 더 가까이 다가갔다가 사복경찰이 던지는 돌에 머리를 맞아 유혈이 낭자했던 사진기자들이 허다했어요.”

  6월 민주항쟁의 도화선이 된 1987년 이한열 열사 서거도 사진에 담았다. 김상욱 동인은 연세대, 신촌 로터리, 서울 시청, 광주로 이어진 이한열 열사의 장례 행렬을 가까이서 취재했다. 이한열 열사의 하관식에서 취재진과 장례 진행위원들에 밀려 구덩이에 떨어지는 일도 있었다. “사진을 찍으려 가장 앞쪽에 대기하다가 뒤에서 밀고 들어오자 구덩이에 빠지고 말았어요. 저를 꺼내 올리고 난 뒤 다시 하관이 시작되었죠. 당시 민주화운동 현장에서 선도적으로 투쟁했던 학생들의 모습은 여전히 머릿속에 생생하네요.”

 

글|엄지현 기자 alfa@

사진|고대신문 DB

엄지현 기자  alfa@kunew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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