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혜빈 (경희대·국문16)

  수상 전화를 받은 아침에 미 할머니가 하늘로 가셨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미 할머니는 제게 사랑하며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 주신 분입니다. 할머니는 에스컬레이터를 신기해하는 손녀의 손을 잡고 녹사평역을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을 좋아하셨습니다. 남산 수목원에서 제가 만지작거렸던 모든 열매의 이름을 알려주셨습니다. 동네 곳곳을 다니며 우리 손녀가 예쁘다고 자랑을 하셔야만 성이 풀리셨습니다. 저는 이런 일들이 사랑이라고 배우며 자랐습니다.

  그 손녀가 어른이 되어가는 동안 할머니는 점점 병들고 야위어갔습니다. 저는 할머니의 병상을 지키던 시간동안 시를 미워했습니다. 그곳에는 병원비가 없어 퇴원하는 사람이 있고, 가족에게 버려진 사람이 있고, 남은 생을 고통 속에서 보내야만 하는 할머니가 있었습니다. 그 옆에서 아무 힘도 없는 글을 끄적거리는 제가 우스웠습니다. 그러나 제가 미움으로 가득한 시간을 보내는 동안에도 미 할머니는 모든 사람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멈추지 않으셨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시를 미워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계속 시를 쓰려고 합니다. 쓰지 않고는 살 수가 없어 쓰려고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을 잊지 않기 위해 쓰려고 합니다. 난방비가 없는 사람들과 점심값이 없는 아이들을 생각하기 위해 씁니다. 모두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에도 내 안에서 빛나고 있었던 할머니의 사랑을 기억하기 위해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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