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리 특집] 100번의 인내 끝에 찾아오는 승리의 순간

유도 동아리 ‘백인(百忍)고대유도부’ 정한솔 기자l승인2018.11.05l수정2018.11.05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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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도부원들이 메치기 기술을 배우고 있다.
▲ 유도부원들이 3분 동안 자유 대련에 열중하고 있다.

  “쾅!” 둔탁한 소리가 체육생활관 1층 복도에 울려 퍼졌다. 본교 유도 동아리 ‘백인(百忍)고대유도부’(주장=한승주, 유도부)의 부원들이 낙법을 연습하는 중이었다. 중간고사가 끝난 뒤 여유를 즐길 법도 한데, 그들은 언제나처럼 유도부실을 지키고 있다. 부원들은 1시간 반 동안 쉬지 않고 이어지는 운동에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우렁찬 기합소리와 열정이 가득한 유도부 훈련 현장을 찾아가봤다.

 

  아쉬운 패배, 설욕 다짐한 유도 고연전

  지난 달 12일 오후 2시, 중간고사 준비로 고단한 학생들이 민주광장의 진귀한 풍경에 발걸음을 멈췄다. 바로 유도 고연전 현장이었다. 작년에 우승을 차지한 고려대 유도부가 올해도 우승기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도복을 갖춰 입은 부원들은 긴장된 표정으로 몸을 풀었다. 서로 합을 맞추며 조언해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팔만 쓰지 말고 몸 전체를 써야 해. 그래야 무게 중심이 쉽게 옮겨가.”

  “고려대 파이팅! 유도부 파이팅! 고파유파!” 수십 명의 학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경기가 시작됐다. 이호준(정경대 경제10) 씨가 골든 스코어 상황에서 극적으로 점수를 따내며 승리했다. 뒤이어 김강민(대학원·컴퓨터·전파통신공학과) 씨가 치열한 접전 끝에 업어치기 기술을 성공시키며 한판승을 거두자 함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이후 연이어 패배해 결국 연세대에 우승기를 넘겨줘야했다. 경기를 마치고 나온 부원들의 얼굴엔 1년 중 가장 큰 경기가 끝났다는 후련함과 패배의 아쉬움이 묻어났다.

 

  80년의 역사, 선후배의 끈끈한 정

  지난달 30일, 부원들은 고연전의 설욕을 다짐하며 다시 유도부실에 모였다. 매트가 깔린 바닥은 부원들의 놀이터이자 훈련 공간이다. 한 쪽 벽에 전시된 20여 개의 상패와 트로피, 땀 냄새 베인 도복에서 그들이 쌓아온 인내의 시간을 엿볼 수 있다. 금간 벽과 낡은 책장은 유도부의 오랜 역사의 산물이다. 한승주 주장은 80년이 넘는 역사야말로 유도부의 자랑이라고 말했다. “유도부는 1934년에 창단돼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어요. 그만큼 수상경력도 정말 많죠.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예요.”

  선후배간의 끈끈한 유대감도 유도부의 특징이다. 오늘은 최주필(경제학과 01학번) 교우도 유도부실을 찾았다. 재학생 부원들은 졸업한 선배와 훈련하는 것이 익숙한 듯 최 교우에게 인사했다. 최 교우는 새내기 시절부터 지금까지 18년째 유도부에서 운동 중이다. “졸업하고 나서도 유도부에 자주 찾아와요. 후배들과 운동하면서 가까워지려고 노력하죠. 유도는 특히 살을 맞대고 하는 운동이라 상대방의 체온을 느끼고 함께 호흡할 수 있어서 좋아요.”

 

  한판승을 위한 끝없는 노력

  운동 전, 한승주 주장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벽에 태극기를 걸었다. 나머지 부원들은 손가락에 테이프를 감으며 운동을 준비했다. “6시입니다. 연습 시작합시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던 부원들은 운동을 시작하자 사뭇 진지해졌다. 먼저 배밀기를 비롯해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었다. 요즘처럼 찬바람이 부는 날엔 준비운동을 더욱 철저히 해야 한다. 기온이 낮을수록 부상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몸풀기가 끝나면 각종 구르기와 낙법을 한다. “1열 시작!” “어이!” 힘찬 구호를 외치며 매트에 몸을 날린다. 특히 낙법은 유도에서 가장 중요하다. “낙법은 메치기를 당해 넘어지거나 떨어질 때 몸을 보호하는 기술이에요. 공격은 갑자기 들어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 때 부상당하지 않으려면 낙법을 제대로 익혀둬야 합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기술 연습이 시작됐다. 이번 순서는 굳히기 대련이다. “상호간의 예의!” 한 주장의 구호에 맞춰 인사한 후 곧바로 대련이 시작됐다. 2명씩 조를 구성해 실전이라고 가정하고 누르기, 조르기, 꺾기 기술을 상대방에게 걸었다. 한 쪽에선 곁누르기를 시도했다. 상대의 깃을 잡고 넘어뜨린 뒤 팔을 움직이지 못하게 제압하고, 체중을 실어 상체를 누른다. 기술에 걸린 부원은 몸통을 짓누르는 무게에 얼굴이 벌게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호흡마저 힘들어지고, 결국 “탭!”을 외치며 풀려났다. 다른 조는 조르기를 방어하는 훈련 중이었다. 경험 많은 선배가 후배 부원에게 기본자세부터 차근차근 알려줬다. “양팔을 X자로 교차시켜 목 앞에 대면 상대가 조르기 기술을 시도하기 힘들어져. 네가 직접 해봐.”

  유도의 꽃은 역시 메치기다. 굳히기 대련과 마찬가지로 2인 1조로 메치기 기술을 익힌다. 앞선 대련으로 체력을 많이 소모한 탓에 얼굴은 땀범벅이다. 하지만 잠깐 쉴 틈도 없이 운동을 이어갔다. 주로 훈련하는 기술은 업어치기와 밭다리 걸기. “지금도 잘하고 있는데 오른팔을 더 많이 쓰면 기술이 훨씬 잘 들어가. 그렇게 10번만 더 해봐.” 수십 번씩 반복하다보면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머리가 멍해진다. 포기하고 싶지만 할당량을 채우기 전까지 멈출 수 없다. 어느새 부원들의 머리칼이 땀에 푹 젖었다.

  기술을 익혔으니 실전 연습을 할 차례다. 원하는 사람과 3분간 자유 대련을 실시하고, 나머지 부원들은 매트 바깥에서 지켜봤다. “형, 오늘 저랑 경기 한 번 하실래요?” “그래, 상대해주지!” 경기에 참여한 부원들은 상대의 깃을 잡으려 애쓴다. 옷깃을 여밀 새도 없이 대련은 계속됐다. “고려대 파이팅! 유도부 파이팅!” 메치기를 당해 패배하더라도 3분이 끝나기 전엔 다시 일어나 싸워야한다.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지만 부원들의 응원에 몸을 일으켜 세운다. 김민지(보과대 바이오의과학16) 씨는 오늘 자유 대련에서 업어치기에 성공했다. “운동하다보면 지칠 때가 많은데 오늘처럼 기술이 잘 들어가면 정말 짜릿해요.” 후끈 달아오른 열기에 추위도 잊은 채 유도부의 가을밤이 깊어갔다.

 

글│정한솔 기자 delta@

사진│류동현 기자 papa@

 

정한솔 기자  delta@kunew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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