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리 특집] 다양한 사람과 재료가 빚어낸 나만의 맥주

맥주양조동아리 ‘맥락’ 곽민경 기자l승인2018.11.05l수정2018.11.05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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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맥락 부원들이 IPA를 만들기 위해 맥즙을 젓고 있다.
▲ 맥락 부원이 여과된 맥주를 빈 통에 담고 있다.

  뭐든 시간을 들이면 그만큼의 정성과 기다린 사람의 애정이 더욱 담기는 법. 우리가 즐겨 마시는 맥주에도 누군가의 시간이 담겨있다면 더욱 맛나지 않을까. 2017년 9월 창립된 본교 맥주양조동아리 ‘맥락(회장=박준영)’은 직접 맥주를 양조하는 교내 유일의 동아리다. 나만의 레시피로 만드는 맥주를 맛보는 모임, ‘맥락’을 다녀왔다.

 

  스터디를 통한 개념 다지기

  1일 과학도서관 305호 스터디룸은 목요일마다 진행되는 맥락 정기회에 참석한 스무 명의 부원들로 꽉 찼다. “같은 양조 팀끼리 앉아 주세요. 곧 시작하겠습니다.” 박준영(공과대 건축사회환경14) 회장이 정기회의 시작을 알렸다. 다들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스터디에 집중하는 모습이 사뭇 진지하다. 이날 열린 맥락 4차 정기회는 양조 과정을 설명하고 레시피를 작성해 다음 양조를 준비하며, 펍 투어를 공지하는 순으로 이어졌다. “맥아 분쇄부터 냉각 과정까지는 양조 첫날에 진행합니다. 이 뒤의 과정들은 양조 후 시간이 흐른 뒤 진행됩니다.” 부원들은 양조 과정 전반에 대한 설명에 귀를 기울이며 다음에 있을 양조를 계획했다.

  맥락은 매번 사전 스터디 활동을 통해 다음에 있을 양조 활동을 탄탄히 준비하고 있다. 맥주 레시피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 학습도 함께 진행된다. “운영진과 현재 회원들이 잘 참여해줘서 동아리가 발전해가고 있어요. 양조가 낯설고 어려울 수 있는데 막상 해보면 종류와 스타일이 다양해서 정말 재밌는 활동이랍니다.” 박준영 회장은 양조 활동이 부원들에게 조금 더 쉽고 재밌게 느껴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직접 만드는 나만의 맥주

  “난 이 방법 괜찮은 것 같아. 근데 맥주 향을 살리려면 쓴맛 내는 홉을 마지막에 넣는 게 낫지 않을까?” 지난달 27일 오후 2시 양재역 근처 ‘비어랩 바틀공방’에서는 여섯 명의 학생들이 당일 만들 맥주를 위한 레시피를 짜는 데 한창이다. 이날 맥락은 ‘Amazing Brewing Company’가 주최하는 대회에 출품할 맥주를 양조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냄새가 코끝을 자극하는 공방 한쪽에서 세 명으로 이뤄진 두 팀은 각각 IPA와 스타우트 레시피 만들기에 몰두하고 있었다. IPA는 씁쓸한 향과 맛을 특징으로 하며, 스타우트는 오트(Oat)가 들어가 고소한 맥주의 종류다. “맥주에는 맥아와 홉, 그리고 효모가 꼭 들어가요. 공방마다 다른 종류의 재료들을 가지고 있어서 이를 고려해 각 재료들을 어떻게 조합해 넣을지가 중요하죠” 이유진(생명대 식품공학16) 부회장은 레시피 제작 과정을 설명하며 양조를 위한 데이터를 ‘brewtoad’ 사이트에 입력해 통계를 내고 있다고 소개했다.

  30분 정도의 토의 끝에 각 팀은 공방 한 편에 있는 칠판에 필요한 재료의 종류와 양을 적었다. 분쇄를 시작하니 양조장이 고소한 곡식 냄새로 가득 찼다. 각 팀은 분주하게 분쇄된 맥아를 물과 함께 당화조에 담아 당을 뽑아냈다. 이를 ‘담금(Mashing)’ 과정이라고 한다. IPA팀은 효소의 적정 활동 온도를 고려해 서서히 온도를 증가시키는 ‘스텝 매싱’ 방법을 사용했다. 팀원 모두가 돌아가며 열심히 맥즙을 휘저었다. “곡물 전체를 아래서 위로 힘 있게 저어야 해서 조금 무겁긴 해요.” 15분 동안 착실하게 저어진 맥즙을 20분 정도 놔두면 보리에서 당이 빠져나온다.

  담금이 끝난 맥즙을 맑게 여과하기 위해 ‘라우터링(Lautering)’을 한다. 깔때기에 천천히 맥즙을 부어 밑의 잔여물이 그대로 남게 해주는 과정이다. “지금 이걸 보면 탁하지. 이걸 깔때기에 천천히 부어줘. 여과를 반복하면 맥주가 깨끗하게 나올거야.” 박준영 회장은 팀원들에게 여과 과정에서의 팁을 알려주며 라우터링을 지켜봤다.

  다음으로는 여과를 마친 맑은 맥주를 틀에 옮겨 맥아에 남아있는 당을 마저 회수하는 과정인 ‘스파징(Sparging)’을 진행했다. 한 번에 당이 다 나오지 못하기 때문에 두 번에 걸쳐서 회수해야 한다. “이번에 IPA는 8.5리터가 나왔네요. 이 과정들을 반복해서 모자란 양을 다시 만들 거예요.” 스파징이 끝난 맥주들은 1시간을 끓이는데 이 과정에서 홉을 넣는다. “홉은 향과 쓴맛을 내고 향균 작용을 해줘요. 홉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어 내려고 하는 맛에 따라 첨가하는 홉이 달라지죠.” 신맛을 내기 위해 유당 혹은 오렌지 껍질, 고수 같은 재료들이 추가되기도 한다. “공방 지하에 서늘한 발효실이 있어요. 거기서 2주 동안 발효시키고 병에 설탕이랑 같이 넣어요. 일주일 동안 집에서 상온 보관하고 나면 그제야 마실 수 있답니다.” 박준영 회장이 맥주의 적정 숙성기간을 설명해주며 양조 일정을 마무리했다.

  양조가 끝나자 부원들은 삼삼오오 둘러앉아 이야기꽃을 피웠다. “맥락 덕분에 평소에 쉽게 접할 수 없는 독특한 기회를 누리는 것 같아요. 좋은 사람들과 함께 맥주를 만든다는 건 굉장히 뜻깊은 일이에요.” 백미성(보과대 보건환경18) 씨는 부원들과 함께하는 양조 경험 하나하나가 소중하고 특별한 기억이라고 했다. “자기가 원하는 맥주를 만들어서 같이 마시고 싶은 사람들과 마실 수 있는 곳이에요. 편의점 같은 곳에서는 마실 수 없는 특별한 나만의 맥주를 즐길 수 있어요.” 오경섭(문과대 한국사18) 씨도 맥락에서의 경험이 자신에겐 남다른 가치로 다가왔다며 입을 모았다. 다양한 재료들이 한데 어우러져 특별한 맥주 맛을 내듯, 이곳 맥락에선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그들만의 특별한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글│곽민경 기자 zulu@

사진│한예빈 기자 lima@

 

곽민경 기자  zulu@kunew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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