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이 끝난 김에 동기들과 회포를 풀고자 술잔을 기울였다. 늘 하는 연애 이야기가 떨어지자 자연스레 사회 화두를 술안주로 삼았다. 100만 국민이 청원으로 분노를 표출했듯이, 강서구 피시방 살인사건이 촉발한 심신미약 감형 논란에 다들 격하게 반응했다. 심신미약으로 감형을 받은 아동 성폭행범 조두순이 출소를 앞둔 것도 한몫했다. 술자리가 끝나고 집에서까지 ‘국민의 법감정과 동떨어진 심신미약 감형이 옳은 것일까?’란 의문이 취기와 함께 맴돌았다.

사실 여론에도 불구하고 심신미약자 감형은 필요하다. 법적으로 심신미약은 범죄를 저지를 시점에 사리를 분별하거나 행동할 능력이 미비한 상태를 뜻한다. 헌법에 명시된 책임주의에 따라 정상적인 정신기능 상태에서 죄를 범한 경우에만 형벌을 부과하기에 심신미약자는 감경 혹은 무죄를 선고받는 것이다. 법적인 필요성을 강조하지 않더라도 몇몇 사건에 매몰돼 전체 심신미약자를 부정하고 일반인과 동등하게 처리하는 것을 결코 정의롭다고 할 순 없다.

  문제는 피의자가 심신미약자인지를 판단하는 과정에 있다. 재판에서 피의자가 심신미약 상태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전적으로 판사 재량이다. 정신병 치료 기록, 의사 소견은 참고 사항일 뿐이다. ‘인간’ 판사의 규범적 판단이 항상 객관성을 유지하기를 기대하기엔 ‘조두순 사건’,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 등의 범국민적 정서와 동떨어진 판례가 뇌리를 스친다.

  우울증, 음주 등을 내세워 심신미약을 중벌을 피하기 위한 핑계로 삼는 범죄자에 국민은 치를 떨고 있다. 악법 이미지에서 벗어나도록 심신미약자와 핑계를 구분할 장치를 고심해야만 한다… 술자리가 끝나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잠자리 대신 노트북 앞에 앉았다. 칼럼 류 글쓰기에 자신이 없어 취기의 힘을 빌려봤다. 혹시 성에 차지 않는다면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을 고려해 넓은 아량을 베풀기를 바란다.

 

글│김인철 기자 charl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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