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학과 윤창호씨가 당한 불의의 사고에 대해 들어봤을 것이다. 적어도 최근 음주운전 처벌 강화 요구와 관련된 뉴스를 하나쯤은 접했으리라. 얼마 전 국회에선 하태경 의원이 국회의원 104명의 연서명을 받아 음주운전 처벌 강화 관련 형법 개정안(윤창호 법)을 발의했다.

  이 ‘윤창호 법’은 윤창호 씨 친구들이 만들어 하태경 의원을 통해 발의된 법안이다. 국회의원이 아닌 일반 국민이, 그것도 학생이 나서 만들었다. 어떻게 법안을 만들었는지 궁금해 전화통화로 윤창호 씨 친구 한 명과 얘기를 나눠봤었다. 처음 얘기를 나눴을 땐 목소리에 희망이 담겨있었다. 법안을 대표발의한 하태경 의원과 토론하며 윤창호법 통과를 위해 온 힘을 쏟을 각오를 내비쳤다. 휴학까지 하고 국회 토론회에도 참여하며 법안에 대한 고민을 거듭하고 있었다.

  그러다 얼마 전 민주평화당 이용주 의원의 음주운전 사건이 터졌다. 이 의원은 ‘윤창호 법’ 발의에 동의했던 104명의 의원 중 1명으로 평소에도 윤창호 씨 친구들을 응원했다고 한다. 이용주 의원 사건에 대한 의견을 묻고자 한 번 더 윤 씨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윤 씨 친구는 ‘절망적’이라고 말했다. 이용주 의원 때문만이 아니라 국회의원들의 소극적이고 무책임한 태도에 많이 실망했단다.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윤창호 법'의 법리적 한계만을 얘기하며, 어떻게 극복할지는 아무런 고민도 않는다고 말했다. 자신을 포함한 친구들은 일반 시민임에도 문제 해결에 나섰는데, 정작 해결할 힘을 가진 국회의원들은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법안에 문제가 있으면, 이를 해결하고 문제를 풀어나가는 건 국회의원의 책무다. 이번엔 법안의 문제를 국민이 먼저 찾았고, 직접 나서 법안까지 발의했다. 이쯤 했으면 국회의원들이 나서 법안을 어떻게 통과시킬 수 있을지, 법리적인 부분은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하지만 국회는 소극적으로 문제를 넘기려고만 한다. 심지어 발의에 참여한 의원은 법안 내용에 어긋나는 행동까지 하고 말았다. 우리 국회의 수준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글 | 진현준 대학문화부장 x-r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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