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말을 통해 관계를 맺는다. 말 이외의 방법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맺어지는 일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말은 이렇게 관계 맺기의 시작이 된다. 그리고 많은 경우 맺었던 관계가 말로 깨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말은 이렇게 관계 맺기의 끝이 되기도 한다.

  우리가 말을 잘하고 싶어 하는 핵심적인 이유도 바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말로 맺어지고 유지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즐겁고 행복하게 사는 중심에 말이 존재한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2012년부터 2017년 사이에 243부작으로 제작되어 방송되었던 EBS의 ‘달라졌어요’라는 프로그램을 보면 말이 얼마나 관계의 중심에 놓여 있는지를 쉽게 알 수 있다. ‘달라졌어요’는 주로 가족 관계에서 심한 갈등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상담과 교육을 제공함으로써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전문가의 중재를 통해 어그러진 관계를 개선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이 ‘달라졌어요’ 프로그램을 잘 보면 관계 개선 이후에 출연자들이 크게 두 가지 점에서 확 달라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나는 출연자들의 표정이다. 관계 개선이 이루어진 이후 출연자들의 표정은 정말 놀랍도록 달라진다. 훨씬 환하고 안정적인 표정이 얼굴에 나타난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출연자들 사이, 즉 갈등의 주체들 사이의 ‘말하기’다. 솔루션 과정에서 전문가들은 관계가 달라지기 위해 서로간의 말하기가 변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 준다. 서로 말하기가 변화하면 관계도 달라진다.

  좋지 않은 관계일 때 사람들은 서로 용수철이 되는 말을 한다. 서로를 밀어내고 튕겨나가게 한다. 하지만 용수철이 되는 말을 바꾸기 시작하면 놀랍게도 관계는 개선된다. 말이 바뀌고 관계가 좋아지면 서로의 말은 자석이 된다. 서로를 끌어당기고 붙게 한다.

  우리는 이렇게 말로 용수철을 만들기도 하고 말로 자석을 만들기도 한다.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서 용수철이 되는 말을 하지 말고 자석이 되는 말하기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내 말이 사람들에게 용수철로 작용하는지 자석으로 작용하는지를 우리 스스로가 알지 못한다는 데 있다. 자석이 되는 말하기를 구사하고 싶었는데 용수철이 되는 말하기가 되어 버리기 일쑤다. 게다가 우리의 말이 사람들에게 자석이 되었는지 용수철이 되었는지조차도 모르는 상태에서 대화가 끝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알고 싶은 것은 내 말이 지금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자석이 되고 있는지 용수철이 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방법과, 내 말의 자력을 높이는 방법이다. 그 방법은 사실 의외로 간단하지만 그 방법을 익히는 것은 생각보다 아주 어렵다. 우리는 화자이면서 동시에 청자이기 때문에 청자의 입장에서 화자가 지금 내게 하는 말이 자석이 되는 말인지, 용수철이 되는 말인지를 너무나 잘 안다. 하지만 내가 화자가 되었을 때는 내 말이 청자에게 용수철이 되고 있는지, 자석이 되고 있는지를 알기가 매우 어렵다.

  내 말이 용수철이 되지 말고 자석이 되었으면 한다면, 그리고 더 나아가 내 말의 자력을 높이고자 한다면 성찰적 말하기와 배려의 듣기를 실천해야 한다. 성찰적 말하기란 말을 할 때 듣는 사람의 감수성을 가지는 것을, 배려의 듣기란 들을 때 말하는 사람의 감수성을 가지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화자와 청자는 사실 세상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두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어를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듣는 입장일 때와 말하는 입장일 때가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놀랍고 신기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사람들은 말을 할 때 자신의 입장에서만 말하고, 또 들을 때도 자신의 입장에서만 듣는다. 내가 듣는 사람이었을 때를 생각하며 말을 하거나 말하는 사람이 왜 저렇게 말하는지를 생각하며 듣는 성찰적 말하기와 배려의 듣기의 실천은 그래서 어렵다. 용수철이 되는 말을 경계하고, 자석이 되는 말을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글 | 신지영(문과대 교수·국어국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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