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파 선수가 이끈 ‘해축붐’, 관련 시장도 성장세

박성수 기자l승인2018.11.12l수정2018.11.12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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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지성 선수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이적이 확정됐습니다!” 2005년 6월 22일 언론은 일제히 ‘한국 축구의 전설’ 박지성의 소속팀 이적을 보도했다. 이날은 한국인이 최초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 진출한 기념비적인 날이었다. 당시 국내 축구 팬들은 박지성과 맨유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텔레비전 앞에서 밤을 지새우곤 했다. 13년이 지난 지금도 많은 국내 선수가 해외 무대에 진출해 국민들이 밤잠을 설쳐가며 중계를 본다. 최근엔 유럽 축구 리그에 관련된 정보가 국내로 많이 유입돼 연예인 못지않은 팬덤을 만들어내면서 중요한 문화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국내 선수 진출로 해외축구 인기 증가

  해외축구 시장은 세계 스포츠 산업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자랑한다.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 ‘딜로이트’의 유럽 축구시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5-16시즌 유럽 축구의 전체 시장 규모는 한화 기준 32조3047억 원에 달했다. 이는 2014-15시즌보다 12.8% 증가한 수치다. 특히 축구 종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가 있는 잉글랜드 축구 시장 규모는 전체 시장 규모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6조3884억 원으로 압도적인 1위다.

  국내에서도 EPL의 인기는 남다르다. 타 리그보다 한국 선수들이 많이 뛰고 있기 때문이다. 8년간 EPL에서 박지성이 활약한 이후 EPL에 진출한 선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현재는 토트넘 홋스퍼 FC(토트넘) 소속 손흥민이 해외축구의 인기를 이끌고 있다. 박문성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2002 한일 월드컵으로 축구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도가 높아졌다”며 “이후 박지성 선수가 맨유에 진출하면서 본격적으로 국내에서 유럽 축구가 인기를 끌게 됐다”고 설명했다. 조성준(남‧24) 씨는 “박지성을 통해 해외축구와 맨유를 접한 뒤 맨유 팬으로 축구를 보기 시작했다”며 “박지성은 은퇴했지만, 여전히 맨유를 계속 좋아하고 응원하면서 본다”고 말했다.

  지금은 해외축구 중계가 확대되고 관련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며 국내선수 소속 여부와 상관없이 다양한 팀의 팬덤이 형성됐다. 하지만 역시 맨유, 토트넘 등 국내선수가 뛰었던 구단이 최정상급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네이버가 운영하는 ‘마이팀 서비스’는 자신의 응원팀을 설정할 수 있는 서비스다. ‘마이팀 서비스’의 통계에 따르면, 11월 기준 프리미어리그 팀 중 가장 많은 19만 명이 손흥민이 속한 토트넘을 마이팀으로 설정했다. 2위 역시 박지성이 뛰었던 맨유로 16만 명의 선택을 받았다. 손흥민 팬 페이지 운영자 방 모(여‧27) 씨는 “손흥민 선수를 좋아하다 보니 토트넘 팬이 되고 EPL도 보게 됐다”며 “손흥민이 아니더라도 선수들끼리 신뢰도가 높은 팀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고 전했다.

▲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싸카스포츠' 매장에 다양한 해외 축구팀의 유니폼이 축구팬들을 기다리고 있다

  해외축구팀 관련 상품도 인기 끌어

  해외축구의 인기 상승으로 해외축구팀 엠블럼이 박힌 상품들도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다. 레플리카 유니폼부터 가방, 우산, 휴대폰케이스 등 일상 속 생필품이나 액세서리도 만들어져 마치 축구팀 엠블럼이 브랜드 로고처럼 인식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유명한 명품이 인기가 많듯, 축구 제품들 사이에서도 인기 차이를 가르는 건 단연 구단의 인지도와 명성이라고 분석한다. 축구 관련 용품을 판매하는 허익한(경영학과 99학번) ‘야축샵’ 대표는 “축구 클럽 제품을 하나의 패션 아이템으로 생각해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세계적인 선수들의 이적도 판매량에 영향을 주는데, 최근 호날두가 이적했을 땐 유벤투스 유니폼을 없어서 못 팔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축구용품 업체인 ‘CRAZY11’ 관계자도 “제품 입고 자체가 유명 팀 위주기 때문에 맨유나 레알마드리드CF 같은 유명한 팀 제품이 잘 팔린다”며 “국내 선수가 소속된 팀들도 어느 정도 호응을 얻지만, 주로 메시나 호날두 같은 축구스타의 시그니처 제품이 인기가 많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해외축구 관련 용품의 인기에 대해 ‘자신이 응원하는 팀에 대한 소속감으로 자신을 팀의 일원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용만(단국대 스포츠경영학과) 교수는 “프로 스포츠 팬들은 좋아하는 팀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자아이미지 일치성’이라 한다”며 “구단 및 선수와 하나가 되는 느낌에 구단을 상징하는 제품에 높은 가치를 부여한다”고 말했다. 맨체스터 시티FC 열혈팬인 손한희(울산대 산업공학14) 씨도 “다른 팬들과 유대감도 생기고 마치 내가 응원하는 팀의 선수가 되는 듯한 느낌이 좋다”고 전했다.

 

  중계권료 상승…유료 중계 확장될 전망

  해외축구의 인기가 급상승하다보니 시즌이 시작할 시기에는 중계권과 관련된 논란도 나온다. 올해 EPL 개막을 기다리던 팬들은 적잖이 당황했다. 지난 시즌까지 EPL 중계를 담당해온 SBS스포츠가 EPL 사무국과 막판까지 중계권 협상을 벌였으나 결국 협상이 결렬돼 중계가 무산됐기 때문이다. 개막전 당일 SBS스포츠는 홈페이지를 통해 “방송권 계약 체결이 이루어지지 않아 중계방송이 취소됐다”며 “시청자의 많은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올 시즌 EPL 중계 취소를 알렸다.

  현재는 스포티비(SPOTV)가 EPL 경기를 독점 중계하고 있다. 독점 중계로 인해 지난 시즌까지 예상치 못했던 일도 생겼다. 유료 결제 플랫폼인 스포티비 온(SPOTV ON)과 스포티비 나우(SPOTV NOW)에서만 중계되는 경기도 생긴 것이다. 스포티비 온과 스포티비 나우는 한 달에 1만 원 정도를 내야 시청할 수 있는데, 이러한 유료 결제는 국내 팬들의 반감을 불러일으켰다.

  해외축구를 즐겨본다는 김태현(남‧24) 씨는 “특정 팀의 경기만 보고 싶은데, 유료 중계 결제는 다른 경기들도 포함된 가격이라 결제하기 아깝다”며 “아스날 경기가 유료 중계로 진행되면 해외 사이트를 통해 정식 경로가 아닌 방식으로 보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박문성 해설위원은 “해외 프로 축구 리그의 중계권료 상승이 주된 원인”이라고 지적하며 “방송국들이 광고 수익만으로 버티기 힘든 수준까지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관련 전문가들은 ‘해외축구의 인기가 상승함에 따라 미디어의 상업화 시도도 늘어난다’며 이러한 현상이 점점 심화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김용만 교수는 “유럽 축구처럼 시청률이 확실하게 담보된다면 유료 중계는 확장될 것이다”며 “늘어나는 해외축구의 인기는 방송사가 이익을 낼 수 있는 좋은 수단”이라고 말했다. 김상호(경동대 스포츠마케팅학과) 교수도 “유료 중계는 스포츠가 상업화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해외축구 경기 중계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유료로 스포츠 중계를 보는 게 외국에서는 흔한 일이라는 것이다. 영국이나 미국에서는 PPV(경기당 과금)라는 유료 중계 시스템과 유료 채널이 흔하게 자리 잡고 있다. 연남동에서 축구 펍을 운영하는 김성민(남‧35) 씨는 “영국에서는 개인이 집에서 축구 중계를 보는 게 몹시 비싸다”며 “현장에 가지 못하는 축구 팬들이 펍에서 경기를 즐기는 일이 대중화된 이유 중에 하나”라고 설명했다. 박문성 해설위원은 “스포티비의 유료 결제 정책이 옳은지, 옳지 않은지는 잘 모르겠다”면서도 “다만 스포츠 콘텐츠가 공짜라는 사회 기저에 깔린 인식에 대해선 많이 고민해봐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글‧사진 | 박성수 기자 yankee@

 

박성수 기자  yankee@kunew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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