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밴드’ 퀸Queen) 열풍이다. 이 그룹의 간판 프레디 머큐리의 삶을 다룬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극장가 흥행을 주도하면서 온통의 관심이 퀸의 음악에 몰리고 있다. 본고장에서도 벌써 투자 대비 3배의 수익을 올렸고 국내에서도 개봉 9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공개되기 전 이런 정도의 폭발적 호응을 얻을 것으로 예상한 관계자는 거의 없었다. 수준급의 스토리 구성도 작용했지만 퀸 음악의 힘, 프레디 머큐리의 환상 보컬의 파워가 야기한 결과임은 부인할 수는 없다.

  영화가 뜨면서 그들이 실제 활동하던 1970~80년대에 태어나지도 않은 젊은이들이 퀸 음악 듣기에 열을 올린다는 소식이다. 무려 4옥타브의 음역을 가진 프레디 머큐리의 매직 보컬에다 클래식의 요소를 가미한 화려한 곡에 청소년들은 탄성을 지른다고 한다. ‘Don't stop me now’, ‘We are the champions’, ‘Another one bites the dust’ 등 명곡 퍼레이드는 끝이 없지만 솔직히 영화제목이 된 곡 ‘Bohemian rhapsody’ 한곡으로 끝난다.

  이 곡이 나왔던 1975년에 어디에서든 교실은 충격으로 술렁였다. 곡 중간의 전무후무한 오페라 파트에 모두 넋을 잃었다. 딥 퍼플, 레드 제플린, 핑크 플로이드를 얘기하던 록 팬들이 삽시간에 퀸으로 화제를 바꿨다. 감성적 바이브레이션, 능란한 표현력 그리고 빼어난 선율감의 프레디 머큐리 보컬은 거대한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빨아들였다. 그를 인생보컬이라고 말하는 팬들은 지금도 부지기수다.

  하지만 평단은 달랐다. 영화에도 살짝 비쳐지지만 대중의 시선과는 판이하게 ‘보헤미안 랩소디’에 대해 악평을 퍼부어댔다. 평론가들은 ‘그저 그런 음악’, ‘억지와 오만의 진행’, ‘과장된 곡조’ 심지어 이것저것 잡스럽게 늘어놓은 것 같은 ‘슈퍼마켓 록’이라고 일제히 폄하했다. 주류에 저항한 펑크 록 진영에선 ‘소탕해버려야 할 모든 것을 지닌 사이비록’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프레디 머큐리가 당대 록 보컬의 주류였던 앵글로색슨족(그는 페르시안 혈통이다)도 아니고 마초의 비주얼의 아니라서 그랬는지 모르지만 분명 지금껏 들어온 스타일과는 달랐던, 조금은 상궤에서 벗어난 느낌을 주는 것은 사실이었다. 퀸은 늘 ‘이류’로 분류되곤 했다.

  대중은 열광하고 평단은 홀대하는 그 대치구도는 데뷔한 이래 아주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록 전문지가 선정하는 ‘위대한 가수 100인’ 설문에도 프레디 머큐리는 끼지 못했다. 당연히 그들이 만든 앨범이 록의 명반에 꼽히는 일은 없었다. 퀸의 서포터들은 ‘이 훌륭한 음악을 평론가들은 왜 신랄하게 비판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팬들에게 퀸은 언제나 압도적 ‘일류’였기 때문이다. 나중에는 퀸이나 지지자들이나 평단의 존재를 잊고 사는 듯했다.

  마치 그 갈등은 끝 모를 극단의 싸움 같았다. 한쪽은 최고로 받들고 다른 한쪽은 최하로 뭉개고. 이후 상황은 과연 어떻게 전개되었을까. 프레디 머큐리가 1991년 사망한 뒤 비평의 흐름에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2007년 ‘큐(Q)’잡지가 선정한 ‘위대한 가수 100’에 47위에 올랐고 2008년 ‘롤링스톤’은 같은 제목의 설문에서 놀랍게도 프레디 머큐리를 18위에 올려놓았다. 물론 퀸 마니아들은 여전히 순위가 낮다고 불만이지만 과거와 비교하면 거의 개벽 수준의 상향조정이 아닐 수 없다.

  평가도 시대의 산물임을 감안할 때, 특히 대중음악 분야에서 대중의 감성과 시선이 매우 중요해졌다. 어쩌면 지금은 대중이 평단보다 우위에 선 시대라고도 할 수 있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대대적 성공은 더욱 대중의 펀치력을 높여줄 것으로 보인다. 음악종사자들은 갈수록 퀸과 프레디 머큐리의 평점과 역사적 위상이 눈에 띄게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다. 대중의 사랑은 위대한 것이다. 정말 대중의 시대, 대중의 세상이다.

 

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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