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대가 운영한 인권주간 프로그램에서 ‘한남 논란’이 나와 학생회가 사과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10월 30일 제50대 서울총학생회(회장=김태구)가 주최한 인권주간에서 정경대학 학생회(회장=김태양)가 청소년 인권을 주제로 ‘그 시절, 우리에게’ 부스를 진행했다. 정경대학 학생회는 행사 참가자가 청소년 시기에 경험한 인권침해사례를 일기장에 작성하는 활동을 주관했다. 행사를 마친 후에는 학생회 페이스북 페이지에 활동 보고 게시글을 올렸다.

  논란은 게시글에 올라온 일기장에서 시작됐다. ‘한남’, ‘한남뭉탱이’ 등의 표현이 담긴 일기장이 그대로 업로드 됐기 때문이다. 이에 학내 커뮤니티 사이트 고파스를 중심으로 ‘남성 혐오표현이 학생회 공식 매체를 통해 드러났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김태양 정경대학 학생회장은 1일 학생회 페이스북 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재했다. 사과문에는 “일기장은 부스 운영진이 아니라 참가자가 작성한 것”이며 “미숙한 관리로 오해를 불러일으킨 점에 사과드린다”는 내용이 담겼다. 문제의 일기장은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삭제됐다.

  하지만 첫 번째 사과문도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불쾌감을 일으킨 게시물에 대한 구체적인 사과 없이 학생회의 책임을 회피하려고만 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임승호(정경대 정외13) 씨는 정경대 후문 게시판에 대자보를 붙여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했다. 임승호 씨는 대자보를 통해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는 표현은 사건의 책임을 학생들에게 전가하는 것”이라며 “한남과 같은 남성 혐오표현은 남성 전체를 비난하고 성 대결을 조장한다”고 지적했다.

  3일 오후 1시 김태양 정경대 학생회장은 두 번째 사과문을 게재했다. 두 번째 사과문에선 ‘한남’, ‘한남뭉탱이’ 등의 단어가 담긴 일기장을 학생회 페이지에 올린 것이 부적절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김태양 정경대 학생회장은 “생산적인 담론을 해치고 누군가를 배척하기 위한 비난은 지양하는 것이 정경대 학생회의 입장”이라며 “첫 번째 사과문이 학생회의 책임을 회피하는 느낌을 준 점에 사과를 드린다”는 내용을 사과문에 실었다. 또 “집행위원회가 해단한 상태여서 업무 처리에 미흡했다”며 “부끄럽지만 일기장을 확인하지 못한 채 게시글을 올렸다”고 말했다. 임승호 씨는 두 번째 사과문을 보고 “재발 방지를 위해 후속 조치를 취하겠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전했다.

  한편 ‘한남’이 혐오표현인지를 둘러싸고도 논란이 일었다. ‘한남 논란’을 지켜본 권정우(정경대 정외17) 씨는 “한남이라는 명칭은 상대를 집단화해 부정적 인식을 씌우는 표현”이라며 “혐오표현이라 정의되지 않더라도 이런 표현을 학생회가 사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정경대 16학번 김 모 씨는 “한남이 ‘남성 혐오표현’이라는 일각의 주장에는 동의하지 못한다”며 “소수 정체성을 가진 사람이 두려움을 갖도록 하고 이들을 사회적으로 배제하는 표현이 혐오표현”이라 전했다. 다만 “학생 전부를 위해 존재하는 대표기구가 이런 단어를 사용하는 것엔 반대한다”고 덧붙였다.

 

글 | 김태훈 기자 foxtr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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