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일, 대법원이 ‘양심적 병역거부’ 에 대한 무죄 취지의 판결을 내놓았다. ‘양심적 병역거부’란 종교적 신념이나 양심상의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행위를 말한다. 이번 무죄 판결의 근거는,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게 병역의무를 강제하고, 불이행 시 법적 제재를 가하는 것은 소수자에 대한 관용이라는 민주주의 정신에 위배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개인의 자유 보장과 종교 여부의 판단기준의 부족 등의 의견이 부딪히면서 ‘양심적 병역거부’ 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대법원은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 파멸될 정도의 절박한 신념이 인정된다면 병역을 거부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에 해당된다”라고 판결하였다. 그렇다면 이 발언에서 ‘인격적 존재가 파멸될 정도’는 정확히 어떻게 판단할 수 있는가? 현재 우리나라의 여건 상, 이러한 판단은 검사가 내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과연 검사가 병역 거부자 개개인의 양심과 그 정도를 판단할 수 있을까? 더불어, 위 발언에 근거하여 양심적 병역거부가 인정된다면, 병역 복무로 인해 인격적 존재가 파멸될 정도까지는 아니라면 병역을 강제할 수 있다는 의미로도 모호하게 해석될 수 있다. 이러한 불명확한 판단 기준 때문에 여러 논란과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또한, 양심적 병역거부를 오남용하는 사례도 꾸준히 발생할 것이다. 실제로 대법원의 무죄 판결 직후 인터넷에 여호와의 증인 가입 문의 글이 쇄도했다고 한다. 특정 종교의 신도들이 하루아침에 급증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대부분은 병역 기피의 문이 열렸다고 여긴 것으로 보인다. 무죄 판결 직후부터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양심적 병역거부의 오남용이 상당할 것이라고 쉽게 예측할 수 있다. 대만의 사례에 따르면 입대 회피를 위해 특정 종교 단체에 가입한 전례는 없다고 하지만, 대만은 제대 병사의 지원 강화, 모병제 전환 등 체계적이고 유동적인 병역 제도가 구축되어있어 병역에 대한 인식이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도 똑같이 적용될 것이라고 보장할 수는 없다. 이러한 이유들 외에도 대체복무 기준에 대한 논쟁, 종교적 판단을 위한 기구의 부족 등 여러 한계점이 존재하기 때문에 현재 상황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의 무죄 판결은 큰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체계적인 병역 제도를 구축하여 개인의 자유와 국가 안보의 적절한 균형을 맞출 수 있기를 바란다.

 

전지현(생명대 식공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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