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빠지지 않고 확인하는 사이트가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플랫폼이다. 각종 사건에 대한 여론을 확인하기 좋아 기자로서는 ‘땡큐’지만, 그곳에서 느껴지는 ‘처벌 만능주의’는 불편한 구석이 있다. 물론 국민의 공분을 사서 청원까지 올라오는 사건은 그 처벌강화요구가 타당한 측면이 있다. 그래도 청와대 답변은 그보다는 현실적이어야 할 텐데 '그래요? 그럼 그럽시다!' 식의 답변이 눈에 띈다.

  바로 청소년 범죄 처벌에 관한 국민청원이다. 자극적인 청소년범죄가 잇달아 보도된 이후 소년법이나 형법 개정을 통해 강경히 처벌하라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국민청원 신설 이후 처음으로 답변된 청원도 해당 건이었으며 지난 8월 두 번째 답변 이후, ‘인천여중생 자살 가해자 처벌희망’ 청원도 23만여 명의 동의를 얻어 현재 답변대기 중이다.

  청와대는 이미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만 13세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런 국민 요구에 마땅한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는 조급함이었을까. 1953년에 제정된 연령기준이 정신적, 신체적 성숙도가 높아진 현재 청소년에게 맞지 않으며, 강력범죄를 저지르는 청소년의 연령이 낮아지고 있다는 정부의 발표는 다소 엉성했다. 신체 발육도야 비교할 수치가 있다지만 1953년에 비해 2018년의 아이들이 정신적으로 더 성숙한진 무엇으로 알 수 있나. 수없이 쏟아져 공유되는 유해한 정보에 영향을 받은 미성숙한 미성년자들이 늘어난 것은 아니겠는가.

  형사처벌만 받지 않을 뿐 만 10세 이상의 ‘촉법소년’부터는 소년원 송치 등의 보호처분이 가능하며 만 12세 이상의 경우 최장 2년간의 처분도 가능하다. 이런 보호처분이 아닌 형사처벌이 필요한 이유, 부작용, 재범억제 효과 등에 대한 논의도 없이 답변은 덜렁 내려졌다. 그런 논의는 둘째로 치고 우선 죄 값을 톡톡히 치르게 하겠다는 목적이더라도 핀트가 안 맞는다. 전체 소년범죄자 중 14세 미만 범죄가 차지하는 비율은 2008년 2.8%에서 2016년 0.1%으로 장기적으론 줄어드는 추세다. 소년범 중 대부분이 ‘만 13세’ 청소년이 아니라 이미 형사처벌 대상인 14세 이상의 청소년이란 이야기다. 응보목적이더라도 형법이 아닌 14세 이상의 ‘범죄소년’을 다루는 소년법의 형량기준을 먼저 다뤘어야 맞다.

  만 13세 청소년이 징역 10년의 실형을 받게 되더라도 스물넷이다. ‘싹수가 노랗다’며 사회복귀를 영영 막지 않는 이상 소년의 건전한 교화나 사회복귀는 쉽게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다. 시커먼 감옥에서 청소년기를 보내고 나온 그들이 출소 후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지도 고민해야 한다. 추가비용 없이 여론을 손쉽게 달랠 수 있는 대안으로 골라 내놓는 것들은 어딘지 티가 나기 마련이다. '그래요? 그럼 그럽시다!'가 아닌 건설적인 세 번째 답변이 필요하다.

 

박규리 사회부장 e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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