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토익 시험을 친 친구의 이야기를 들었다. 시험을 친 지 1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배가 아파서 시험장을 빠져나왔다는 거다. 뭐라고? 실소를 터트리기도 전에 친구는 규정상 화장실이라도 퇴실을 하면 재입실할 수 없다고 말해줬다. 물론 부정행위를 막기 위한 장치겠지만, 생리현상 때문에 시험을 포기할 수밖에 없던 것은 꽤 억울했겠단 생각도 들었다.

  얼마 전 부산에서 위조 신분증으로 외국어 능력 시험에 대리 응시해줘 이득을 챙긴 사람들이 무더기로 잡혔다. 브로커 5명과 대리시험 응시를 의뢰한 30명이 입건됐다. 운전면허 시험을 대리로 응시해준 혐의로 입건된 사람들도 무려 59명이다.

  언론은 대리시험 의뢰인 대부분이 승진과 취업, 편입을 앞둔 이들이라고 했다. 더 높은 점수, 더 좋은 결과만을 바라는 사회에서 그런 선택을 한 마음은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거기까지, 범법행위는 범법행위다. 노력 없이 돈만 지불해 그 점수를 사려는 행위는 용인될 수 없다. 순수한 노력만으로 똑같은 시험을 응시하는 다른 사람을 생각했을 때 그저 눈감고 지나갈 수 없는 문제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브로커들은 합성사진을 이용해 신분증을 재발급하는 수고까지 하며 시험을 대신 쳐준다고 한다. 물론 그 대가는 두둑이 챙기면서 말이다. 부정행위를 의뢰한 사람들의 몫만큼이나 브로커에 대한 처벌이 강하게 이뤄져야 한다. 합성사진을 식별하기 위한 프로그램도 도입된 적이 있지만, 현재는 다시 지문만으로 본인 확인을 하고 있다.

  최근 수능이 다가오며 사회는 부정행위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금 일깨우고 있다. 부정행위를 감행하는 개개인의 자성도 필요하지만, 이를 근절하기 위한 대책도 병행돼야 한다. 화장실에 가고 싶어 퇴실한 친구를 재입실하지 못하게 한 토익 시험장 감독관처럼, 최근 공과대 전공시험에서 부정행위가 적발된 뒤 모두에게 재시험을 보도록 했던 교수님처럼, 부정행위에 대한 처우는 엄격해야 한다. 노력 없이 성과를 내려 하는 부정행위는 분명히 도둑질이다.

김예진 기자 sier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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