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 무인자동차, 챗봇 등의 인기와 맞물려 이들의 핵심기술인 머신러닝/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머신러닝과 인공지능에 대해 살펴보자. 머신러닝은 머신과 러닝의 합성어이다. 여기서 머신은 모든 기계를 통칭하지만 많은 경우 컴퓨터라고 보면 무난하다. 즉, 머신러닝은 학습하는 컴퓨터로 보면 되는데 이렇게 보면 컴퓨터가 스스로 학습을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최근 알파고, 게임봇 개발 기사를 보면 마치 컴퓨터가 스스로 학습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으나 다소 과장된 면이 없지 않다. 스스로 학습하는 것은 맞는 말이지만, 스스로 학습하는 것 자체를 인간이 디자인했기 때문에 인간과 같이 자유의지를 가지고 학습을 하는 것과는 엄연한 차이가 있다.

  머신러닝은 인간이 개발한 알고리즘을 컴퓨터 언어를 통해 머신(컴퓨터)에게 학습시키는 행위를 의미한다. 이 정의에서 두 가지 핵심 단어가 등장하는데 ‘알고리즘’과 ‘컴퓨터 언어’이다. 알고리즘은 특정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학적으로 완결된 논리구조들의 집합으로 정의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알고리즘은 인간이 개발한다는 것이다 (아직 컴퓨터가 스스로 알고리즘을 개발하지는 못한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인간 스스로 만들어낸 알고리즘을 인간이 실제 구현하지는 못하는 경우가 많다. 복잡한 연산이 포함된 문제일수록 더욱 그렇다. 예를 들어, 1에서 5000까지 곱하는 문제가 있다고 하자.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멋진 알고리즘은 인간이 생각해 낼 수 있지만 이를 스스로 구현하여 답을 내라고 하면 쉽게 하지 못한다. 창의력은 있지만, 연산능력이 컴퓨터보다 현저히 뒤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간이 개발한 알고리즘을 수행할 수 있도록 컴퓨터에게 학습을 시켜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인간과 컴퓨터 사이에 소통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고 이것이 바로 컴퓨터 언어이다. 전통적으로 널리 쓰이고 있는 컴퓨터언어인 C++, JAVA, MATLAB 등을 포함하여 최근 많이 사용하고 있는 R과 Python이 대표적이다.

  지금까지 정의한 머신러닝이 반도체 불량 여부를 예측하는 시스템에 적용된 사례를 살펴보자. 반도체 제조공정에서 최종 반도체의 불량 여부를 조기에 예측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최근 센서 및 계측 기술의 발달로 설비와 제품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는 다량의 데이터가 생성되고 있으며 이를 이용하여 불량을 조기에 예측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수학적으로 완결된 논리 구조들을 순차적으로 거쳐야 하는데 이 구조들의 집합이 알고리즘이다. 이 알고리즘은 반도체 불량을 예측하는데 활용되므로 ‘반도체 조기 불량 예측 알고리즘’ 정도로 부르면 될 것 같다. 이때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주체는 인간임을 잊지 말자. 인간이 개발한 알고리즘을 실제 구현하기 위해서는 컴퓨터의 도움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Python과 같은 컴퓨터 언어를 통해 가능하다. 이 사례의 경우 머신러닝은 다음과 같이 정의할 수 있다. “인간이 개발한 ‘반도체 조기 불량예측 알고리즘’을 ‘Python’이라는 컴퓨터 언어를 통해 컴퓨터에 학습시키는 행위.”

  그럼 인공지능은 무엇인가? 인공지능은 머신러닝의 결과 혹은 실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즉, 알파고는 바둑을 두는 컴퓨터로 실체가 있으니 인공지능으로 보면 된다. 여기서 머신러닝은 컴퓨터에게 바둑을 둘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하는 과정 즉, 알파고에 쓰인 딥러닝, 강화학습 등의 알고리즘을 컴퓨터 언어를 통해 구현하는 과정이다. 인공지능의 또 다른 예로 무인자동차, 챗봇, 왓슨 등을 들 수 있다. 이들은 각각 스스로 운전하는 기능, 인간의 언어를 인식하여 채팅하는 기능, 인간의 건강을 진단하는 기능을 머신러닝으로 학습한 결과 즉 실체이므로 모두 인공지능으로 보면 될 것이다.

  요약해 보면 인공지능은 결과, 머신러닝은 과정으로 보면 무난하다. 여기서는 머신러닝과 인공지능 용어를 가능한 한 명확하게 구분하려고 했으나 실제 현장에서는 이런 구분이 큰 의미가 없는 경우가 많다. 상황에 따라 궁극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본질이 더 중요하지 용어 그 자체의 정확한 구분이 중요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김성범 산업경영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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