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들은 사업장의 회계와 개인적인 수입‧지출을 구분할 의무가 없다. 쉽게 말해서 ‘사업장 돈이 내 돈이고, 내 돈이 곧 사업장 돈’이다. 예를 들어 동네 식당 사장님이 음식을 팔아서 번 돈을 개인적인 용도로 쓰는 것은 법을 어긴 것이 아니다. 그 돈으로 집을 사든, 옷을 사든, 식당 주인이 사고 싶은 것을 산다고 해서 그것을 비난하는 사람은 없다.

  마찬가지로 동네 병원을 운영하는 의사가 환자나 보험공단에서 받은 진료비로 집을 사든, 해외여행을 가든 이상한 일이 아니다. 물론 세금 계산을 위해 사업상의 비용과 개인적인 비용을 구분할 필요가 있으나 그것은 세무상의 문제일 뿐, 병원 돈을 개인적인 용도로 쓴다고 해서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리고 식당 손님들도, 병원 환자들도 자기가 낸 돈이 왜 개인적인 용도에 쓰이느냐고 따지지 않는다.

  자, 그렇다면 최근 교육청 감사 결과가 공개돼 전 국민의 질타를 받았던 경기도의 한 사립유치원 원장은 억울할 수 있을 것 같다. ‘명품가방이든, 성인용품이든, 내가 번 돈으로 샀는데 그게 뭐가 문제야?’ 이렇게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실제로 학부모로부터 받은 돈을 어떻게 쓰든 그것은 유치원 설립자나 원장의 재량 사항이었다. 정부 지원금을 받기 전까지는.

  2012년 정부가 누리과정을 시작하면서 사립유치원에 대해서 학교법인에게 적용해오던 회계규칙을 적용했다. 사립유치원은 정부 지원금을 받기 때문에 사실상 공교육기관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시각이다. 이때부터 유치원 운영자들은 자신들이 자영업자인지, 교육자인지, 가치관의 혼란을 겪었을지 모르겠다.

  “유아 교육자로서 비리 집단으로 매도되어 교육에만 집중할 수 없게 된 현실에 너무나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습니다. 비리집단으로 매도된 가장 큰 이유는 교육부에서 사립유치원 설립자들이 유치원을 운영하기 위해 투입한 사유재산에 대한 보장이 없는 재무회계규칙을 적용하였기 때문입니다.” 최근 한국유치원총연합회 비상대책위원회가 내놓은 입장문 가운데 일부다. 유치원 운영자들은 지금도 자신들이 사장님인지, 선생님인지 가치관의 혼란을 겪고 있는 것 같다.

  정부 지원금을 떠나서 유치원이라는 곳이 어떤 곳인가. 식당이 마음에 안 들면 다른 식당 찾아가면 되고, 병원이 마음에 안 들면 다른 병원에 가면 된다. 그런데 유치원은 마음에 안 든다고 쉽게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있는 그런 성격이 아니다. 우리 법에서는 유치원을 ‘유아의 교육을 위하여 설립‧운영되는 학교’라고 정의한다. 사장님과 선생님은 그 괴리가 너무 크다. 그들이 사장님이 아니라 선생님으로 남아주길 바라는 게 너무 큰 바람인지 의문이다. <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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