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를 어떻게 소개하면 좋을까? ‘해리 포터’의 확장판 혹은 에디 레드메인의 신작. 어느 쪽이든 크게 틀린 표현은 아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어느 쪽이든 무척 복잡한 문제가 뒤따른다.

  우선 확장판으로 바라보는 관점. ‘신비한 동물사전’은 해리 포터의 원작소설에서 교재로 사용되는 백과사전 형식의 책이었다. 저자인 조앤 롤링이 자선단체로부터 기부를 부탁받자, 이 책과 함께 해리 포터의 설정에 관한 몇 권의 책을 쓴 뒤 여기서 나오는 인세 전부를 기부했다고 한다. 몇 년이 지나 의외의 기획 두 가지가 공개된다. 첫 번째는 <해리 포터와 저주받은 아이>란 제목의 신작. 이건 소설의 결말 이후의 이야기를 다룬 연극 작품이었다. 두 번째는 소설 속의 백과사전 ‘신비한 동물사전’을 기반으로, 책의 저자인 ‘뉴트 스캐맨더’의 모험을 다룬 영화 시리즈. <신비한 동물과 그린델왈드의 범죄>는 이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이다.

  <그린델왈드의 범죄>는 해리 포터 시리즈의 팬들에겐 좋은 선물일 것이다. 원작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설정으로만 언급되던 여러 인물들의 사연을 풍부하게 펼쳐 보여준다. 바꿔 말해 정확히 이 지점이 고스란히 영화의 약점이다. 당장 <그린델왈드의 범죄>가 예고하고 있는 것은 젊은 시절의 알버스 덤블도어와 그린델왈드의 대결이다. 이 두 사람 사이의 악연에 대해 알기 위해선 원작 소설에 대한 정보가 있어야만 한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소품들 역시 해리 포터 본편에 기반하고 있다. 예를 들면 불사의 연금술사 니콜라스 플라멜의 은신처에 놓여져 있던 붉은 색 돌은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에 등장하는 바로 그 물체이고, 수현이 연기한 ‘내기니’는 볼드모트의 수하 중 하나인 괴물 뱀의 이름이다. 한 마디로 해리 포터 시리즈 전반에 대한 이해 없이는 재미를 느끼기는커녕 내용을 따라가기도 어렵다.

  작품 바깥의 정보에 기반한 이야기는 표현된 것 이상의 깊은 서사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필연적으로 접근 장벽이 높은 줄거리가 되어 버린다. 대표적인 예가 마블의 히어로 영화 시리즈다. 각각의 서사가 관련되어 있기에 모든 시리즈를 통째로 흡수하지 못하면 어느 순간 전개 자체를 따라갈 수 없게 된다. 여기에 매끄럽지 못한 편집이 더욱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게 만든다. 어쩐지 장면 사이의 연결이 뚝뚝 끊어지는 느낌이다. 이런 경우는 대부분 제작사 측에서 긴 런닝타임을 걷어낼 것을 요구했을 때 벌어진다. 다루고 있는 이야기의 줄기가 너무 여러 갈래라 그랬을 것이다. 여러 모로 좋은 만듦새는 아니다.

  그래도 에디 레드메인이 연기한 ‘뉴트 스캐맨더’는 매력적이었다. 주드 로가 맡은 젊은 시절의 덤블도어도 잘 어울렸다. 캐서린 워터스틴도 에즈라 밀러도, 아무튼 그 외의 조연들도 다 좋았다. 아아, 그런데 어쩌면 좋지, 조니 뎁. SNS 상에서는 일찍부터 이 시리즈에 조니 뎁이 출연하는 것에 대해 비판 여론이 돌던 중이었다. 배우자인 엠버 허드와의 이혼 과정에서 조니 뎁의 가정폭력 혐의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현재는 영화에 대한 불매 운동이 한창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작품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이 시리즈의 주제가 소외된 계층에 대한 차별과 다양성의 존중에 관한 문제 제기라는 점. 게다가 조니 뎁을 제외한 다른 출연진들, 특히 에즈라 밀러나 에디 레드메인은 일찍부터 소수자의 인권 문제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표현해왔다. 이런 영화가 훌륭하다면 그건 그것대로 말하기 어려웠겠지만, 별로니까 보지 마세요, 이럴 수도 없고. 아무튼, 복잡한 문제다.

 

글 | 이영훈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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