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주 고려대엔 큰일이 없었던 모양이다. 부러웠다. 1면 톱을 차지한 정경대 인권주간 기사는 논란거리긴 했으나 평온한 시대가 아니라면 1면을 차지할 기사론 보이지 않았다. 애생관 학식이 다시 문을 열었다는 소식이 1면부터 2면까지 이어지는 한 주의 가장 큰 기삿거리였다. 애생관 학식 재개라는 기쁜 소식에서 그치지 않고 이공캠 학생복지 전반의 문제를 짚는 데까지 이르렀단 점에서 눈길이 갔다. 잘한 점은 칭찬하고 못한 점은 비판하는 것이야말로 학내 언론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이다.

  한 명의 언어학도인 동시에 한때 국어국문학을 부전공하던 사람으로선 국어사전이나 음성언어처리 기술 같은 소재가 못내 반가웠다. 특히 <고려대 한국어대사전>은 보도면에 실리긴 했지만, 학내 소식인 동시에 학술적으로도 지면 가치가 있단 점에서 학보에서 다루기 적절한 소재였다. 다만 음성언어처리 기술에 대한 기사는 아쉬움이 남았다. ‘대학신문’에서도 지난 학기 음성언어처리 기술에 대해 보도한 바 있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겠지만 도입이 거의 똑같아 기시감이 느껴졌다. ‘대학신문’ 기사와 비교했을 때 학술적으로 더 깊은 내용을 다룬 탓에 전공자가 아니라면 이해하기 쉽지 않아 보였다. 인포그래픽이 도움이 됐지만, 여전히 어려웠다. 바로 옆에 실린 인터뷰는 상대적으로 쉽게 읽혔다. 4면에선 음성인식에 대해 설명하고, 5면에선 음성인식에서 음성합성으로 나아가는 구조를 취하고 싶었던 걸까? 같은 주제를 다룸에도 진입장벽의 높이가 확연히 다른 두 기사는 마치 기울어진 저울처럼 느껴졌다. 차라리 인터뷰를 왼쪽에 배치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같은 ‘HMM’을 두고 은닉마르코프모델-은닉마르코브모델로 표기가 통일되지 못한 것 정도는 귀여운 실수로 넘어갈 수 있을 것 같다.

  6~7면 연결면에선 해외축구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다뤘다. 가벼운 기사였지만, 그래서 더욱 잘 읽혔다. 아쉬움이 있다면 ‘해축 붐’으로 시장이 성장한다는 6면 기사가 특정 팀을 응원하는 펍 하나를 소개하는 7면 기사와 분량이 비슷했다는 것이다. 소재가 가벼워 쓸 수 있는 내용도 별로 없었을 법하지만, 6면 기사를 마무리하는 인터뷰이가 7면의 주요 인터뷰이로 다시 등장하는 것을 보니 결과적으로 말하고 싶은 것이 요새 해외축구가 인기가 좋다는 것인지 한국에 리버풀 골수팬이 이렇게 많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신문이 매번 어둡고 무거운 이야기만 꺼내야 하는 것은 아니다. 1863호를 읽고 나니 학보에 가끔씩은 이런 ‘잡지’스러움이 허용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포털 메인에서도 으레 연예나 스포츠 뉴스를 먼저 클릭하게 되는 것처럼, 누구나 자연스레 손길이 가는 소재가 있는 법이다. 그런 소재도 간간이 다뤄주니 학보가 학생들에게 여전히 읽히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것이야말로 일종의 ‘생존전략’인가보다.

 

글 | 조정빈 대학신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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