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한반도를 덮친 폭염으로 인해 전국적으로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그칠 줄 모르는 불볕더위에 온열질환자 수가 폭증했으며, 더위를 견디지 못한 가축들이 대량 폐사했다. 15일, 행정안전부는 겨울철 한파가 예상됨에 따라 인명‧재산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내년 3월 15일까지를 겨울철 대책기간으로 지정하고 총력 대응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평균 온도가 상승하며 지금껏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극한적인 이상기후 현상이 빈번해져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온실가스가 유발하는 지구온난화

  지구의 평균 온도는 19세기 중반 산업혁명이 시작된 이래로 꾸준히 상승해 왔다. 2012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에서 발표한 제5차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33년간 지구 평균 온도는 약 0.85°C 증가했다. 현재 속도로 지구온난화가 지속되면 2030~2052년 사이에 1.5°C를 초과하고, 2100년에 최소 3°C에서 최대 5°C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요인은 복합적이나, 화석 연료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주요한 원인이다.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등으로 대표되는 온실가스는 대기에 존재하며, 지표면에서 반사돼 다시 지구 밖으로 배출되는 태양에너지의 일부를 붙잡는다.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한 온실효과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산업혁명 이후 배출된 다량의 온실가스가 필요 이상의 열을 붙잡아 두며 지구 온도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상황이다. 2016년에는 온실가스의 농도가 산업혁명 이전 이산화탄소 농도 평균값의 2배에 달하는 400ppm을 웃돌았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발생한 생태계의 변화도 지구 온도 상승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북극에 위치한 툰드라에는 보통 이끼류와 키 작은 나무가 서식하는데, 기온이 상승하면서 따뜻한 지역에 서식하는 관목류가 이곳으로 이동했다. 툰드라 지방에 키 큰 나무가 증가하면 태양열을 반사시킬 수 있는 지면 면적이 줄어들어 대기 온도 상승으로 이어진다.

  영구동토층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해빙되며 방출하고 있는 메탄도 지구온난화를 재촉한다. 영구동토층에는 죽은 생물인 유기물이 대량 축적돼 있는데, 이 유기물이 분해되면 대표적인 온실가스인 메탄으로 배출된다. 임종환 국립산림과학원 과장은 “영구동토지대 속에 있는 탄소 양이 대기 중에 있는 탄소 양과 비슷하다”며 “온난화가 발생시킨 자연 현상이 또 다시 온난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이라고 말했다.

 

기후변화 취약지역에 포함되는 한반도

  지구온난화의 진행 수준은 지역에 따라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북반구는 남반구에 비해 산업 활동이 이뤄지는 육지 면적이 넓고 화석연료 사용이 많은 국가들이 위치해 있어 온난화 속도가 빠르다.

  한반도는 지구온난화에 취약한 국가 중 하나다. 지난 100년간 한반도의 평균 온도는 약 1.5°C 상승했고, 이는 지구 평균의 2배에 달한다. 한반도 해수면 상승도도 지구평균 수치를 상회한다. 지구의 해수면이 연평균 1.8mm 상승한데 비해, 한반도의 해수면은 2.2mm 올라갔으며 그 속도도 점차 빨라지고 있다. 해수면 상승 정도가 가장 큰 제주도 북쪽해안의 해수면은 연간 5mm 가량, 지난 44년 동안은 총 23cm가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한반도가 기후변화에 취약한 이유를 지리적 위치와 과도한 온실가스 배출에서 찾고 있다. 조경두 인천연구원 기후환경연구센터장은 “한반도는 반도국가의 특성 상 대륙과 해양의 영향을 모두 받는다”며 “특히 맞닿아 있는 중국의 에너지 사용량이 매우 높아서 기후변화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토면적에 비해 과도하게 배출된 온실가스도 흡수할 수 있는 완충 공간이 거의 없어 대기에 축적된 채 기온 상승을 촉진하고 있다.

  다가올 겨울에 한반도의 한파가 예상되는 것도 지구온난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극지방에 위치한 차가운 기단(성질이 일정하고 거대한 공기덩어리)의 강도와 면적이 감소함에 따라, 이를 감싸고 있는 제트기류(하늘 위의 공기 흐름)의 강도도 감소하게 된다. 이때 제트기류에 의해 극지방에 잡혀 있던 차가운 공기가 한반도가 위치한 중위도까지 도달하게 된다. 성영배(사범대 지리교육과) 교수는 “지구온난화가 심화될수록 우리나라는 한파나 슈퍼 태풍 같은 극한 기후현상에 빈번하게 노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 전반적인 대비 필요해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는 인간 건강, 생태계, 농업,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극한 기후 현상으로 인한 인명피해를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승직(숙명여대 기후환경융합전공) 교수는 “올해만 하더라도 폭염과 태풍으로 인해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며 “온도가 상승하면 남쪽에 존재하는 전염병이 한국으로 옮겨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과거에 예상하지 못한 강한 태풍이나 증대한 강수량은 산업 분야에도 피해를 주고 있다. 태풍은 주로 응결된 수증기가 방출하는 열에서 에너지를 얻기 때문에, 해면수온이 높아지면 발생 확률이 증가한다. 태풍이 동반하는 폭풍과 폭우로 인해 강수량도 급격히 증가했다. 유승직 교수는 “폭풍우로 인해 미국 텍사스 지역 석유화학 공장이 폭발했었다”며 “대부분 해안가에 위치해 있는 우리나라의 발전소도 태풍을 대비해 위치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후변화에 따른 사회 전반적인 위험이 예상되는 만큼 각 분야와 지역에 특화된 대비가 강조되고 있다. 조경두 기후환경연구센터장은 “농작물 재배적지가 변화하고 있는 남부지역에서는 농업과 연관된 정책을, 발전소가 위치한 해안 지역에서는 산업 인프라와 관련한 정책을 세워야 한다”며 지역 특성에 따른 지방정부의 기후변화 대응을 강조했다.

글|송채현 기자 bravo@

일러스트 | 주재민 전문기자

인포그래픽 | 이지혜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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