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민주광장에서 ‘고려대학교 교환학생 교류회 KUBA(회장=한준현)’가 주최한 ISF(International Students Festival) 행사가 진행된 가운데, 서장자치구(이하 티베트)의 부스를 두고 중국 유학생들의 거센 반발이 나왔다. 부스 정면에 티베트 망명정부 깃발이 걸린 데다, 티베트와 인도 학생들이 공동부스를 운영했기 때문이다.

  중국 SNS 웨이보와 각종 중국 언론에서는 이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결국 15일 주한 중국 대사관 측이 본교를 방문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중국 유학생 A 씨는 “티베트 망명정부 깃발은 티베트의 독립을 상징하기에 중국 학생들 사이에서 논란이 됐다”며 “이 깃발을 공식적인 행사에서 사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중국에 속한 자치구인 티베트가 주권국가인 인도와 공동으로 부스를 운영했다는 점도 지적됐다. 티베트가 개별 국가인 인도와 동일한 지위인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중국이 ‘하나의 중국’이라는 기조를 내세우며 자치구의 독립 문제를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논란을 만들었다”는 비판도 나왔다. 류둥하오(劉東昊, 문과대 심리14) 씨는 “관람자들이 티베트와 인도가 대등한 관계라고 오해할 우려가 있다”며 “적어도 티베트 부스에 ‘중국 티베트’라고 명시했어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 유학생 B 씨는 “티베트 학생들이 자신의 민족문화를 보여주고 싶었다면 중국 부스에서도 충분히 보여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중국 유학생들의 불만이 이어지자 본교 중국학생회(중국 학인학자연합회)는 “티베트와 인도의 교환학생 수가 적어 두 지역 부스를 공동운영하게 됐다”는 학교 측의 입장을 페이스북 페이지에 게시했다.

  티베트와 인도 학생들이 같은 부스를 운영한 것에 대해 KUBA 측은 “신청자들 간에 합의가 있고, 설득력 있는 기획서를 제출한다면 어떠한 지역 간의 공동 부스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KUBA 한준현 회장은 “ISF는 국가 단위가 아니라 지역 단위의 문화를 공유하는 축제”라며 “중국과 티베트 사이의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지만, 지역문화를 소개하고 싶어했던 티베트 출신 교환학생들의 의견을 정치적인 이유로 막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한 티베트 망명정부의 깃발을 사용한 것에 대해서는 “행사에 참여하는 지역의 명단을 본교 글로벌서비스센터에 전달했고, 행사 당일 글로벌서비스센터로부터 플랑을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글로벌서비스센터 측은 “플랑 제작 업체에서 플랑을 제작했으며, 완성된 시안에 티베트의 깃발이 가진 정치적 함의를 확인하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부스 관련 논란이 계속되자 지난 15일 주한 중국대사관 측이 본교를 방문했다. 글로벌서비스센터 측은 “주한 중국대사관 참사관이 현재 불거진 문제에 대한 설명을 요구해 ISF 부스 선발과정, 운영 방식을 설명했다”며 “중국대사관에서는 한국에 중국인 학생들이 많으므로 더 이상의 오해가 생기지 않기를 원했으며 학교본부도 여기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또한 티베트와 인도의 부스를 공동으로 설치한 것에 대해서는 “참가한 학생들에게 좀 더 다양한 문화체험을 제공하려는 순수한 취지였다”며 “이로 인해 중국 학생들이 받을 상처까지 깊게 고려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전남혁·정한솔 기자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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