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적발 시 형사처벌에 앞서 면허취소나 정지의 행정처분이 내려진다. 경찰은 10월 28일 음주운전 3회 적발 후 면허를 취소하던 삼진아웃제도 대신 2회 적발 시 운전면허를 취소하는 투 스크라이크 아웃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변화에 약간의 예외를 두는 제도가 있다. 음주운전 적발로 면허가 취소돼 생계유지가 곤란해진 사람을 구제해주는 일명 ‘생계형 운전자 구제제도’다. 과연 생계형 운전자 구제제도는 형평성 문제에서 자유로울까.

 

  생계형 운전자 구제제도

  생계형 운전자 구제제도는 업무상 운전이 필수적이거나 배달이 중요한 영업수단이며, 가족의 생계유지에 운전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경우 행정처분을 감경시켜주는 제도다. 구제 시 면허취소 처분은 110일 면허정지처분으로 전환되고, 정지처분은 정지일수의 절반을 감경해준다.

  구제신청을 하기 위해선 면허 정지나 취소 처분을 받은 지 60일 이내에 관할경찰서 민원실에 이의신청을 접수해야 한다. 접수된 이의신청은 경찰공무원과 위촉된 교통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운전면허행정처분심의회에서 심사를 거쳐 구제 여부가 판단된다. 이의신청은 행정소송과 동시에 신청할 수 있다. 행정소송은 국민권익위원회 중앙행정심판위원회가 전담하는 구제 절차며, 청구 기회는 1회로 제한된다.

  생계형 운전자 구제제도는 주로 택시나 버스기사, 화물차량 운전기사, 택배기사 등 업무상 차량 이용과 운전이 필수적인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 행정사 사무소 ‘리앤리’ 이재민 행정사는 “운전이 생업인 사람들 외에도 업무 범위가 넓어 운전을 꼭 해야 하는 영업사원이나 보험 설계사의 경우에도 구제제도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생계형 운전자라도 구제받지 못하는 제외 사유가 있다. 음주운전 적발 시 혈중알코올농도가 0.12% 이상이거나, 음주운전으로 인명피해 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는 구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경찰관의 음주측정요구에 불응 또는 도주하거나, 담당 경찰관을 폭행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2016년 음주운전 면허취소 행정심판 구제 청구 2만56건 중 처벌 경감을 받은 사례는 17.2%인 3459건이다. 임준태(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조건을 모두 충족시켜 객관적으로 구제받을 만한 상황이어야 감경을 받을 수 있다”며 “실제로 의의가 받아들여져 구제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취지 이해하지만 엄격히 적용돼야

  생계형 운전자 구제제도가 음주운전 억제 효과를 막을 소지가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황의갑(경기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음주운전자의 생계를 위해 특별한 조항을 두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범법자의 생계까지 법으로 고려해주는 것은 법적 인정이 지나치게 허용되는 것이며 범죄 억제의 허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대부분 전문가들은 현행 생계형 운전자 구제제도가 남용되고 있는 수준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장현석(경기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생계형 운전자 구제제도로 행정처분의 효과가 줄어들긴 하지만 음주운전에 대한 형사처벌은 별도로 이뤄진다”며 “형사처벌의 수위는 유지되는 만큼 관대한 처분이라고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모범운전자에게 한 번의 기회를 허락하는 생계형 운전자 구제제도의 취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물론 그 전제는 엄격한 심사다. 임준태 교수는 “운전 자체가 생계의 중요한 수단이라면 무사고인 경우 정황을 살펴 한 번은 복귀할 여지를 줄 수 있다고 본다”며 “다만 명확한 심사가 필요하며, 벌금을 상향하는 등의 대안도 고민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민 행정사는 “요즘 음주운전에 대한 비난 여론이 많아 구제받는 비율이 줄었다”며 “한 번의 선처를 받을 만한 사례인지는 행정심판이 엄격히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 | 김예진 기자 sierra@

그래픽 | 이지혜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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