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하나만으로도 이렇게 열성인데, 매일 수업하는 고등학교 선생님 됐으면 어쩔 뻔했니?” 강의 준비로 고생하는 김성은(정경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에게 어머니께서 이런 걱정 어린 말을 건넸다고 했다. 오늘도 김성은 교수는 푸르른 열정을 동력 삼아 강의 준비로 열심이다. 학생들의 공부를 전천후로 돕기 위해 직접 영상까지 찍어 제공한다는 김성은 교수. 본교 정치외교학과 04학번 학생에서 이제는 교육자가 된 ‘새내기’ 교수는 임용 후 첫 강의인 ‘정치학방법론’에서 석탑강의상을 수상했다. 젊음의 생생한 활력으로 가득한 김성은 교수의 연구실을 수강생인 손현지(정경대 정외17) 씨와 함께 찾아가 봤다.

 

  - 이번에 교수님께서 석탑강의상을 수상하셨어요.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본교에 임용되시고 처음 여신 강의로 상을 받으셨습니다. 혹시 소감 한 말씀 부탁드려도 괜찮을까요

  “호호 영광이죠. 우리 학교 교수님들 모두 교육에 매진하고 계셔요. 제가 이런 상을 받아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앞으로도 더 열심히 하라는 격려를 해주신 것이라 생각하고 있어요.

  석탑강의상 수상자 명단을 봤는데, 제가 학부 시절 때 강의실에서 뵙던 교수님도 계셨어요. 불어불문학과 김선경 교수님과 미디어학부 박재영 교수님이에요. 두 분 모두 학생에 대한 애정도 엄청나시고 수업도 정말 잘 하셨어요. 박재영 교수님은 정경대 후문에서 마주친 적이 있어요. 그때 교수님이 ‘교수가 돼서 다시 온 거냐’고 농담 삼아 물으셨는데, ‘네!’라고 대답하니 엄청 놀라셨어요.

  제가 박재영 교수님의 첫 수업을 들었던 것으로 기억해요. 교수님께 메일로 따로 인사를 드렸는데, ‘그때 김성은 교수가 이런 주제로 발표하고 그랬지…’라며 회상에 잠기셨죠. 박재영 교수님은 그렇게 학생들을 다 챙기셨어요. 김선경 교수님은 제가 초임이라 너무 정신이 없어서 아직 찾아뵙지 못했어요. 기사가 나온다면 들고 한번 찾아봬야겠네요. 하하.”

 

  - ‘정치학방법론’ 수업으로 석탑강의상을 수상하셨습니다. 교수님 덕에 정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서 감사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혹시 교수님께서 독자들에게 직접 이 강의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정치학방법론은 경험적·실증적 연구를 하는 데 있어서 어떻게 연구질문을 찾고 검증가능한 가설을 도출할지 배워요. 그리고 이 가설들을 검증하는 과정을 하나씩 공부하는 수업이랍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인과관계가 무엇인지 배우는 거예요. 이 인과관계를 밝혀내기 위해서 질적 방법론과 양적 방법론을 어떻게 적용할지 학습합니다.

  대학 교육은 지식을 생산할 수 있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라 생각해요. 초·중등교육을 받을 동안은 지식을 습득하는 법을 배우지만, 대학 교육에선 지식을 창조하는 방법을 배워야 해요. 그래서 저는 정치학방법론에서 단순히 통계기술을 가르치는 데 그치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스스로 탐구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고 싶었습니다.”

 

  - 강의평가 공유 사이트 KLUE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계셔요. 평점이 4점만 넘어도 학생들 사이에선 명강의라 하는데, 교수님께서는 4.4점을 받으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혹시 강의 비결에 대해 여쭤봐도 괜찮을까요

  “다양한 사례를 접목하려고 노력했어요. 아시다시피 정치학방법론에 관한 책은 대부분 영어여서 사례도 미국정치에 관한 것이에요. 그래서 학생들에게 흥미를 끌 수 있는 사례를 찾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선거날 강수율이 투표율에 미치는 영향’, ‘편지의 행마다 첫 글자를 연결했을 때 우연히 비속어가 완성될 확률’ 등을 제시했죠. 또 젊다는 장점을 이용해 학생들과 더 많이 소통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저는 우리 학생들이 해외 유수 대학생 못지않게 정말 뛰어난 잠재력을 가졌다고 생각해요. 이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 올려주고 싶습니다. 궁금한 게 있으면 자주 찾아와서 이야기해봤으면 좋겠어요.”

 

  - 강의하시는 동안 어떨 때 학생들이 가장 고마운가요? 또 기억에 남는 학생이 있으면 얘기 들어보고 싶어요

  “리액션 많이 해주는 학생이 정말 고마워요. 사실 저도 학부생 때 얌전히 수업만 들었어요. 교수님께서 반응을 확인하거나 질문을 던지실 때 묵묵부답이었죠. 그런데 교수가 되고 보니까 질문했을 때 학생들 반응이 없으면 민망하더라고요. ‘학부생 때의 업을 돌려받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싱가포르 국립대학교에서 강의했을 때 만난 학생이 기억나요. 학점이 그렇게 좋은 학생은 아니었지만 지적호기심이 정말 대단했었어요. 말레이시아 선거 과정이 궁금해서 직접 날아간 학생이에요. 길거리를 돌아다니면서 선거 유세를 구경하고 왔다고 말하더군요. 또 싱가포르에는 방언이 굉장히 많은데, 여기서 연구주제를 발견해낸 학생도 생각나요. ‘방언을 많이 쓰는 노년층은 복지 접근도가 낮지 않을까’가 연구질문이었어요. 이 주제로 논문까지 써낸 학생이었죠.”

 

  인터뷰 말미 김성은 교수는 치열한 학점·스펙 경쟁 속에서 하루하루를 견디는 학생들에게 따뜻한 마디를 전했다. “조금 더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어요. 사회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학점에 대한 걱정이 많은 것 같아요. 가끔 지쳐 보이기도 합니다. 학부생 시절의 제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더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해요. 저는 그때 여유를 갖지 못한 아쉬움이 커요. 그래서 여러분들이 조금 더 여유로워지길 바랍니다.

  교수님들이 학생을 대하는 마음은 비슷한 것 같아요. 모두 자신보다 학생이 더 성장하길 바랍니다. 저도, 교수님들도 다 한때는 학생이었잖아요. 그때 우리가 했던 실수를 다시 하지 않길, 우리가 배웠던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배우길, 우리보다 더 멋진 삶을 살길 바라면서 저도 언제나 노력하겠습니다.”

 

김태훈 기자 foxtr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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