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1년이라는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고, 이제 학생사회에서는 총학생회 선거와 각 과의 선거단 모집으로 매우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이번 총학생회 선거 후보단과 관련해서 ‘학생 대표자들은 그들의 정치적 방향성을 어떻게 유지하고, 얼마만큼 표현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가 끊임없이 이곳저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과거 운동권 학생회가 학생사회의 주축을 차지하던 시절에는, 학생 대표자는 한 명의 운동가로서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정당한 방향으로 표출했고, 집단은 이에 부응해 함께 활동했다. 그러나 2010년대로 들어오며 운동권 학생회가 연세대 사태 이후 급격하게 쇠퇴한 이후, 학생 대표자는 더 이상 한 명의 정치적 운동가가 아닌 학생사회의 공론의 장을 보호하고, 학교본부와 여러 사안들을 조율해 학생들의 이익을 대변해야 하는 역할의 비중이 더욱 커졌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총학생회 선거는 학생 대표자의 정치적 방향성을 표출하는 방식의 변화에 대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혹자는 이번 선거단 중 한 선거단은 페미니스트 운동에 관련이 깊은 선거단이고, 다른 선거단은 운동권과 관련이 깊은 선거단이라며 어느 쪽을 뽑든 일반학생에게는 이득이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생각은 바로 과거부터 학생 대표자는 정당한 선거를 통해 선출된 대표자이므로, 그들은 그들의 사상을 마음껏 대표의 자리에서 표출할 수 있다는 관념에 의해 형성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현대사회에서는 정당하지 못한 것이다. 대학 학생사회 내에서는 과거에 비해 훨씬 더 많은 다양성과 다양한 가치를 가진 학우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므로 더 이상 단순히 대표자가 자신이 믿는 가치만을 전면적으로 내세우게 된다면, 그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 다른 학우들은 그 대표자가 이끄는 학생사회 집단에서 배제되고 소외될 가능성이 있다.

  개인적으로, 학생사회는 ‘작은 행정부’의 모습을 지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생의 방패이자 쿠션으로서, 대표자 자신의 정치적 발의와 행동에 있어서는 다소 제한이 있더라도, 행정적인 사안과 다양한 활동의 부분에 있어서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학생사회를 만드는 것이 이상적일 것이다. 누군가는 중립을 지킨다는 것이 소리 없는 소외계층에 대한 또다른 가해라며 비판할 수 있지만, 그것은 학생 대표자를 향한 비판으로는 정당하지 않다고 판단한다.

 

이재호(문과대 사회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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