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6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제48차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총회에서 <지구온난화 1.5°C 특별보고서>가 만장일치로 최종 승인됐다. <지구온난화 1.5°C 특별보고서>는 2100년까지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1.5°C로 제한하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경로와 온난화의 영향 등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보고서다.

▲ 10월 6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제48차 IPCC 총회에서 <지구온난화 1.5°C 특별보고서>가 승인된 후 공동의장들이 환호하고 있다.

  2°C 넘어 1.5°C에 관한 논의 이뤄져

  <지구온난화 1.5°C 특별보고서>는 지구 평균 기온 상승 제한 목표를 기존에 논의되던 2°C에서 1.5°C로 낮추고 과학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의의를 가진다. 본래 2°C는 인간과 생태계가 적응할 수 있는 최후의 지구 기온 상승 온도로 여겨졌다.

  1.5°C가 이상적인 목표로 논의되기 시작한 건 2015년 체결된 파리기후협정(Paris Climate Change Accord)부터다. 협정 마지막 날,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당장의 존폐 위기에 처한 군소 도서 국가들이 2°C가 아닌 1.5°C 제한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UN기후변화협약에서 IPCC에 올해까지 ‘1.5°C 지구온난화’에 대한 감축경로와 영향에 관한 보고서 작성을 요청했고, IPCC는 <지구온난화 1.5°C 특별보고서>와 정책결정자를 위한 요약보고서를 발표했다.

  지구온도 상승이 2°C에서 1.5°C로 제한되면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상대적으로 완화시킬 수 있다. 특히 심각한 문제를 겪고 있는 해양 생태계의 피해를 경감시킨다. 2100년까지의 예상 해수면 높이가 10cm 낮아지며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피해에 노출되는 인구도 1000만 명 감소시킨다. 해양생물의 다양성 손실과 연간 어업수확량 감소도 줄일 수 있다. 이순희 해양환경공단 차장은 “해수온도 상승으로 인해 해양생물의 90%이상이 의존하고 있는 산호초가 사라지고 있다”며 “1.5°C 상승 시에는 2°C에 비해 산호초 파괴 비율이 줄어 지구온난화가 해양생태계와 어업수확량에 미칠 피해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육지 생물의 서식지 분포범위 감소 비율에서도 현저한 차이가 나타난다. 2°C 상승 시에는 식물의 16%, 척추동물의 8%가 서식지의 절반 이상을 잃게 될 것으로 전망되나, 1.5°C에서는 각각 8%와 4%로 피해 대상이 줄어든다. 임종환 국립산림과학원 과장은 “2°C와 1.5°C의 지구온도 상승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약 2배 차이”라며 “1.5°C로 지구온난화를 제한하기 위한 제약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1.5°C는 이상적 목표치, 달성 쉽지 않아

  <지구온난화 1.5°C 특별보고서>에 의하면,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2030년까지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010년 대비 45% 감소해야 한다. 다가올 2050년에는 이산화탄소 배출이 0%인 넷제로(Net-Zero) 상태에 이르러야만 한다.

  학계에선 1.5°C 달성이 사실상 어렵다는 반응이다. 당장 넷제로 상태에 돌입하더라도 이미 대기에 누적된 온실가스에 의해 향후 진행될 지구온난화를 통제하기 어려워서다. 조경두 기후환경연구센터장은 “배출된 온실가스의 절반은 바다와 나무가 흡수하지만 나머지 절반은 대기 중에 남아 길게는 100년까지 영향을 미친다”며 “최근 온도 상승 추세는 10년 당 0.2°C로, 현재까지 누적된 온실가스만으로도 2030년이 되면 1.5°C 지구온난화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잔여탄소배출허용총량(carbon budget)이 불확실하다는 점도 문제다. 잔여탄소배출허용총량은 1.5°C 상승이란 목표 내에서 인류가 사용할 수 있는 탄소의 양이다. 현재 예상되는 잔여탄소배출허용총량은 약 4200억~5800억CO₂t이며, 2010년 기준 연간 탄소배출량인 420억CO₂t을 적용하면 2018년부터 25~30년 내에 배출총량이 소진될 전망이다.

  현재로선 인간이 예상할 수 없는 온실가스 배출 경로가 많아, 정확한 예측과 감축 전략 설정이 불가능하다.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그 안에 존재하던 탄소‧메탄 등의 온실가스가 대기 중으로 배출될 수 있으며, 해양이 산성화 돼 온실가스 흡수 효율이 떨어질 경우에도 잔여탄소배출총량이 예상 수치보다 감축된다. 이숙희 해양환경공단 차장은 “아직 기후 측정시스템이 해양이나 영구동토층 등 대기 외의 부분과의 상호작용을 잘 반영하지 못 한다”며 “불확실성이 있는 수치로 인해 명확한 잔여탄소배출허용총량 계산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에너지 전환과 기후 복원력 향상이 관건

  1.5°C 달성을 위한 방법을 고민한 6000건이 넘는 연구가 있는 만큼, 1.5°C 지구온난화가 과학적으로 비현실적인 허상은 아니다. 기후변화 전문가들은 토지, 에너지, 도시‧인프라, 산업부문에서 혁명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80~90%가 현재의 에너지 소비 방식인 화석연료 연소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에너지 부문에서의 과감한 대처가 필수적이다. 대표적인 방안으론 화석연료를 ‘무(저)탄소 에너지’로 전환해 사용하는 방식이 있다. 노동운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배출되는 탄소량이 적은 태양광‧풍력 등의 신재생 에너지로 화석연료를 모두 전환해야만 넷제로 상태에 도달할 수 있다”며 “재생 에너지의 경제성이 매년 향상되고 있어 2020년에는 화석연료보다 발전비용이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목표 실현을 위해서는 전 지구적 협력과 대응이 중요하나, 이제 막 개발을 시작한 개발도상국 입장에서는 온실가스 감축이 부담될 수밖에 없다. 개도국의 노력도 이끌어내기 위해서 선진국의 조력이 필요한 이유다. 정태성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연구관은 “자연친화적인 기술로 개발도상국의 환경을 개선하고 빈곤층을 지원하는 것이 1.5°C 지구온난화를 달성하는 길”이라며 “공정, 정의, 평등의 정신에 입각한 국제사회 공동의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글|송채현 기자 bravo@

사진제공|Sean Wu

그래픽|이지혜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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