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누구나 적어도 한 가지 재능이 있다. 엄청나게 사소한 재능일 수도 있지만, 누군가는 꼭 필요로 하는 능력일지도 모른다. 탈잉(Taling)은 이런 능력을 제공하는 사람과 원하는 사람을 연결해 준다. 1~20만 명의 고객이 탈잉을 통해 PT, 엑셀, 노래, 춤, 메이크업, 주식 등 다양한 재능을 익히고 있다. 김윤환(정경대 정외12) 탈잉 대표는 재학시절 ‘잉’여로운 시간을 ‘탈’출하기 위한 방법으로 탈잉을 생각해 냈다. “대학생들이 공강 시간에 한가롭잖아요. 이 시간에 다른 재능을 배우면 좋을 것 같았어요.”

 

  ‘잉여탈출’에서 ‘안암탈출’까지

  김윤환 대표는 대학 시절 운동에 재능이 있었다. 소위 말하는 ‘물만 먹어도 찌는’ 체질이기 때문에 식단과 운동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나만의 운동 노하우가 생겼어요. 주변 친구들도 비결을 많이 물었죠. 고파스에 운동 비법을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김 대표는 재능을 공유하면서 즐거움을 느꼈다. 그의 운동 비결을 전수 받은 지인들은 주변 사람에게 김 대표를 소개하기도 했다. “저한테 PT를 부탁하는 사람들이 생기더라고요. 여기서 탈잉의 아이디어를 생각해냈죠.”

  처음 김윤환 대표가 탈잉을 구상했을 때 주변 사람들은 반신반의했다. ‘누가 비전문가가 가르치는 강의를 듣느냐’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김 대표는 경험을 통해 탈잉의 가능성을 믿었다. “저한테 PT를 받는 사람들에게 ‘왜 나한테 배우는지’ 물어봤어요. 헬스장에만 가도 전문가가 있는데 말이죠. 그런데 사람들이 튜터를 선택하는 기준이 전문성에만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어떤 분야를 처음 배우려는 사람들은 튜터의 전문성 못지않게 친근감, 신뢰감 등을 중요하게 여겼다. 거리감이 느껴지는 정식 전문가보다는 2~3년 먼저 배운 사람에게 더 끌리는 것이다. 김 대표는 “골드만삭스 다니던 사람을 제치고 대학생에게 주식을 배우는 사람도 있어요”라며 웃었다.

  탈잉은 이공캠 근처 24시간 카페 소울키친에서 시작됐다. “요즘에는 파이빌도 있고 여건이 좋지만 저 때는 그런 게 없었어요.” 김 대표는 와이파이가 자주 끊기는 카페 때문에 애를 먹었다. 결국 창업 동지들과 함께 자취방을 합치기로 결정했다. “다행히 모두 다 안암에서 자취를 하고 있었어요. 자취방을 합쳐 제기동에 사무공간을 마련했죠.” 같이 밥 짓고 게임하며 사업을 꾸리던 탈잉 창업멤버들은 지금 아산나눔재단 창업지원센터 ‘마루180’에 터를 잡았다. “좋은 투자자와 사람, 그리고 자원이 몰리는 곳에 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사무공간에서 먹고 자며 사업하기에도 한계가 있었죠.”

 

  4수생, 창업가 되다

  김윤환 대표는 4수 끝에 본교에 입학했다. “3수를 마치고 다른 대학에 다니다가 군대에 갔어요. 군대에서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수능을 봤는데 결과가 좋았죠.” 천신만고 끝에 고대생이 된 김 대표는 누구보다 열심히 대학 생활을 즐겼다. 학번 대표도 맡고 헬스 동아리를 만들었으며, 총학 활동을 하기도 했다. 이런 재학시절 경험은 김 대표의 창업에 큰 자산이 됐다. “하고 싶은 일이 제게 맡는지 끝없이 검증하려고 했어요. 총학생회에서 대동제 기획 총괄을 맡으며 저를 시험했죠. 콘텐츠를 만들고 사람을 모아 조직을 운영하는 일에 나름대로 능력이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어요.”

  김윤환 대표는 창업을 고민하는 대학생에게 ‘창업가 DNA’가 있는지 계속 검증할 것을 요구했다. “자기 객관화를 통해 창업가 DNA가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직관에 따라 즉각 행동을 취할 수 있는 실행력이 있어야 하고,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곳에서 일할 수 있는 능력도 중요해요. 고객과 투자자를 설득하는 힘도 필요합니다.” 사업을 하면서 즉각 필요한 지식을 습득하는 능력도 강조했다. “요즘은 오히려 정보가 많아서 문제입니다. 정보의 핵심을 빠르게 파악해 이를 학습할 수 있어야 합니다.” 먼저 시행착오를 겪어본 창업가에게 조언을 구해보는 방법도 좋은 생각이라고 전했다.

  “요즘은 창업하는 사람이 많이 늘고 있는 것 같아요.” 김윤환 대표는 취직에 따른 기대수익이 줄고, 경제 환경이 변화하고 있어서 창업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진단을 내렸다. “대기업에 취직해도 조직이 정년을 보장해주지 못하는 상황이에요. 또 대기업 성장 동력이 줄어 정부가 창업을 많이 지원하고 있죠.” 벤처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악습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에선 구글 같은 회사가 벤처기업을 인수합병하죠. 창업가는 이렇게 노력에 대한 보상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한국은 대기업이 그냥 기술을 베끼는 경우가 많았는데, 조금씩 변하고 있어요.”

  김 대표는 사업을 잘 망해본 경험도 소중하다고 조언했다. “투자자도 경험이 없는 사람보다 시행착오를 겪어본 사람을 더 신뢰합니다. 망했더라도 회사를 잘 운영해 본 경험이 있다면, 바로 다음 투자가 들어올 거예요.” 창업가의 위험 부담을 줄여주는 현재 정책 기조도 긍정적인 창업 여건을 마련한다고 부연했다. “중소기업 연대보증을 폐지해 나가는 상황입니다. 회사가 망하면 대표에게 책임을 지우는 게 연대보증인데, 이를 없애는 겁니다. 채권자도 개인이 아니라 회사를 보고 대출한 것이니까요.”

 

  “다양한 세상을 꿈꿔요!”

  계속 탈잉을 경영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김 대표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일을 하도록 돕고 싶어서”라고 했다. 실제로 탈잉 덕에 좋아하는 일을 가르치며 받는 수익이 원래 직장에서 받는 급여보다 많아, 다니던 대기업을 나오는 튜터도 종종 있단다. 이러한 사람들은 김 대표가 탈잉을 운영하는 가장 큰 이유가 된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생계를 유지할 수단을 마련해 주고 싶었어요. 모두가 대기업에 취직하고 로스쿨에 가기 위해 경쟁하는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도 느꼈습니다. 다양하게,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사람이 늘었으면 좋겠습니다.”

 

글│김태훈 기자 foxtrot@
사진│조은비 기자 julie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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