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고 쌍둥이 자매의 성적조작사건의 마지막 실체가 드러났다. 교무부장인 아버지가 답안을 유출해 쌍둥이 딸이 문‧이과에서 각각 전교 1등을 차지하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내신에 목숨 걸었던 고등학생 시절 ‘선생님이 부모여서 내게만 미리 문제를 알려준다면...’고 상상만 해봤던 일이 현실이 됐다.

  가족의 영원한 비밀이 될 뻔한 이 사건은 숙명여고 2학년 화학시험 서술형 1번 문제가 발단이 돼 세간에 알려졌다. 화학교사가 교무부장의 시험문제 유출을 의심하면서 일부러 쉬운 난이도인 문제에 잘못된 정답이 적힌 정답지를 제출한 것이다. 교사는 ‘10:11’을 답으로 썼으나, 실상 제대로 된 답은 ‘15:11’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잘못된 답인 ‘10:11’을 쓴 학생은 전교생 중 단 한 명이었고, 바로 쌍둥이 중 한 명이었다.

  숙명여고 사태가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리면서 학생과 학부모 사이에서는 수시전형의 불공정성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됐다. 교사의 수시전형 부정 개입에 대한 국민적 의심이 심해지자 전국 16개 시도교육청은 내년 3월부터 교사와 교사의 자녀를 같은 학교에 배치하지 않는 ‘교사 상피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외부적인 강제 조치를 통해, 수시 비리 문제를 적극 해결하겠다는 의지다.

  교육부가 도입한 이 방책이 얼마나 실효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상피제 도입은 학생의 학교 선택권을 제한하게 된다. 농촌지역에 거주하는 교사 자녀의 경우, 지역 내 학교 수가 적어 부모와 같은 학교를 다니는 경우가 많다. 만일 상피제가 도입되면 농촌지역 학생들은 전학을 가거나 부모교사가 전근을 가야하는 상황이다. 실체적 효과보다는 여론악화에 따른 극단적인 처사로 여겨지는 이유다.

  숙명여고 사태에서도 드러나듯 집단 내 비리를 밝히는 건 내부자의 용기와 결단이다. 아무리 감시 체계를 강화해도 집단 내에 사명의식과 양심이 메말라 있다면, 부정과 비리는 계속될 것이다. 요란한 방책보다 조직의 양심을 키우는 방안이 무엇인지 함께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송채현 기자 bra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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