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대 세종총학생회 선거가 27일부터 29일까지 진행된다. 후보로 출마한 두 선거운동본부(선본) ‘지평’(정후보=이비환)과 ‘Forte’(정후보=이서영, 포르테)는 모두 학생들과의 소통과 복지를 강조하며 공약을 제시했다. 하지만 학교본부와 협의되지 않은 공약을 내세워 공약 검증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세종캠 공공정책관 409호 강당에서 개최된 정책토론회에서도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두고 문제제기가 계속됐다.


  키워드 같지만 방향성은 다른 두 선본

  지평과 포르테는 공통적으로 ‘공간 복지’를 강조하며 학생회관과 녹지운동장 관련 공약을 제시했다. 먼저 두 선본은 학생회관을 리모델링하고 냉·난방시설을 보수하겠다고 밝혔다. 학생회관 시설이 노후화됐고 냉·난방시설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학생들이 불편해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이종균 시설팀 팀장은 “학교 측에서도 학생회관 리모델링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면서도 “아직 내년 예산이 확정되지 않아 사업 계획은 없다”고 답했다.

  두 선본 모두 ‘녹지 운동장’을 키워드로 삼았지만 공약 내용은 달랐다. 먼저 지평 측은 녹지운동장 내 로커 설치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녹지운동장에 로커를 설치해 개인물품을 보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학생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최수연(과기대 디플반도체학부18) 씨는 “외투나 짐을 보관할 곳이 마땅히 없어 관중석에 둔다”며 “로커가 설치되면 물건이 분실될 위험을 덜 수 있겠다”고 전했다. 반면 정기문(공정대 경제정책16) 씨는 “녹지에서 로커의 필요성은 느끼지 못했다”며 “차라리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사업에 더 집중했으면 좋겠다”고 반응을 보였다.

  포르테 측은 녹지운동장 전면 보수를 제안했다. 현재 녹지운동장의 농구장과 축구장은 바닥이 움푹 팬 곳이 많고 여기저기 닳아있는 상황이다. 지난 정책토론회에서 이서영 포르테 정후보는 “그동안 학교에서는 예산문제를 이유로 녹지 전면보수를 미루고 있다”며 “예산이 확정되면 인조잔디를 철거하고 농구장도 새로 개편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아직 녹지운동장 전면 보수에 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는 것이 학교 측의 입장이다. 이종균 시설팀 팀장은 “학교에서도 공사가 필요하다는 건 알고 있지만 전면보수에 10억 원이 든다”며 “예산이 언제, 어떻게 배정될지 알 수 없다”고 답했다.

  지평과 포르테는 ‘학생들과의 소통’이라는 목표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방법을 제시했다. 지평은 ‘찾아가는 학생회’를 표방해 △매학기 2회 총학생회 간담회 개최 △동아리 및 소모임 행사에 참여해 학생 의견 수렴을 공약으로 걸었다. 학생 10명 이상이 연서명한 청원 내용을 총학에 전달하면, 총학이 면담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주는 학생청원제도 시행도 약속했다.

  포르테는 오프라인 활동보고를 강조했다. 학생회관 3층 게시판에 분기별 활동보고서와 공약 이행률을 게시하겠다는 것이다. 또 매 학기 1회 오프라인 행사를 통해 활동을 보고하고, 학생들의 목소리를 듣겠다고 덧붙였다. 이서영 정후보는 “총학의 진정성을 잘 보여줄 방법이 오프라인 소통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평, ‘소통’ 강조했지만 공약 수립 과정엔 소통 부족

  ‘지평’ 선본의 주요 공약으로는 △학교 개선사항 공모전 개최 △원스탑센터의 분실물 관리 업무 총학으로 이관 △정규학기 내 9학점 이하 수강 시 등록금 감면이 꼽혔다.

  ‘학교 개선사항 공모전’은 매학기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교에 바라는 점을 기획서 형식으로 받고, 이 중 7팀을 선발해 100만 원씩 지급하는 사업이다. 선정된 기획안은 총학생회의 주요 사업으로 진행되며, 학생들에게 지급되는 돈은 총학생회장단이 받는 봉사장학금으로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이비환 지평 정후보는 “각종 제도가 개편되는 과정에서 학생들의 의견이 고려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며 “학생들의 요구사항을 사업에 적극 반영해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경영학부 재학생 A씨는 “취지는 좋지만 돈으로 학생회에 대한 불신을 풀어보겠다는 공약처럼 보인다”며 “7팀을 누가, 어떤 기준으로 선정할지도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지평 측은 원스탑센터의 분실물 관리 업무를 총학으로 이관해 학생들이 언제든지 분실물 관리 서비스를 받도록 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이비환 정후보는 “기존에는 교직원이 원스탑센터를 운영해 근무 시간 외에는 분실물을 찾기 어렵다”며 “총학이 상주하면서 분실물을 관리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지난 정책토론회에서 해당 공약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습득한 물건의 분실과 도난 위험이 있고, 업무 이관과 관련해 원스탑센터와 협의된 바 없기 때문이다.

  이에 이비환 정후보는 “우려되는 문제의 보완책을 마련해오면 원스탑센터도 협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답했다. 하지만 원스탑센터 측은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학사지원본부 직원 김병찬 씨는 “지평이 분실물 관리 업무 이관에 대해 문의했으나, 이는 불가능하다고 분명히 전달했다”며 “보완책을 마련해오면 협의하겠다는 말도 한 적 없다”고 전했다.

  정규학기 내 9학점 이하 수강 시 등록금을 감면하겠다는 공약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기획예산팀 직원 최영희 씨는 “내년에 총학에서 요구한다면 다른 부서들과 논의하겠지만 학교 재정 상황을 따져보면 등록금 감면은 사실상 힘들다”고 말했다. 지평 측도 해당 공약 실행에 어려움이 있음을 인정했다. 이비환 정후보는 “학교 재정에 문제가 발생한다는 건 이해한다”면서도 “학교 측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3학년 2학기 이상 이수한 학생 중 서울캠에서 이중전공이나 융합전공을 하지 않는 학생에 한해서 해당 정책을 시행할 것”이라고 답했다.

  정책토론회에선 교육권 공약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지평은 “선거 예산이 부족한 상황이어서 공약집의 지면을 추가해 교육 관련 공약까지 넣을 수 없었다”며 “공약집에 실린 내용 외에도 학생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르테, 공약 지적에 ‘협의하겠다’는 말만 반복

  ‘포르테’ 선본의 주요 공약으로는 △호연학사 사생 대상 설문조사 및 주말 24시간 개방 △홍익대 종합체육관 대관 △특강 수강 시 학점인정제도 도입이 꼽혔다.

  먼저 포르테 측은 기숙사 생활 전반에 대해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 드러난 불편사항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사생들의 자유시간을 보장하기 위해 주말동안 기숙사를 24시간 개방하는 공약도 제안했다. 이승주 호연학사 사생장은 “기숙생활 관련 설문조사에는 적극적으로 협업할 의사가 있다”면서도 “주말 24시간 개방은 비기숙사생이 출입하거나 보안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어렵다”고 전했다. 이서영 포르테 정후보는 “다른 학교의 사례를 조사하고, 24시간 개방으로 발생할 문제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파악한다면 해결책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호연학사 측은 회의적인 입장이다. 장성규 호연학사 생활지원팀 차장은 “주말에는 집에 돌아가는 학생도 많고 학부모들의 의견도 고려해야한다”고 말했다.

  특강 수강 시 1학점을 인정해주는 수업을 개설하는 것도 포르테가 내세운 공약이다. 이서영 정후보는 “흥미로운 특강이 개최돼도 정규 수업시간에 특강을 듣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며 “특강 수강을 학점으로 인정해준다면 학생들이 관심 분야의 역량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무기획팀 직원 최민준 씨는 “특강 학점인정제도는 구체적인 사업 계획서를 보고 고민해야한다”며 “현재로썬 공약의 실현가능성에 대해 평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러한 공약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반응도 나왔다. 하승빈(공정대 공공행정14) 씨는 “특강 시간에 ‘출튀’하는 등 학점인정제도를 악용할 수도 있다”며 “특강은 개최되는 시간, 장소와 주제가 정말 다양한데 이것을 어떻게 일괄적으로 통제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포르테는 홍익대 종합체육관을 대관해 학생들의 실내 체육활동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포르테 측은 “홍익대 총학생회장으로부터 홍익대 학생들의 체육관 이용률이 낮은 편이라 본교 학생들도 함께 사용할 수 있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책토론회에서는 해당 공약이 실현 불가능하다는 반박도 나왔다. KDBS(국장=허나원) 측은 “체육관의 관리 주체는 홍익대 산업스포츠학과이며 이들로부터 외부인 대관은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체육관 이용률이 낮다고 했는데, 해당 체육관은 매일 대관이 잡혀있다”고 반박했다. 이에 이서영 정후보는 “홍익대 측과 지속적으로 협의해 조정안을 이끌어내겠다”고 답했다.


정한솔 기자 del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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