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한국현대사> -유시민 지음

  <나의 한국현대사>는 1959년생인 유시민이 이 책이 쓰인 시기인 2014년까지의 격동의 현대사를 자신의 삶과 관련지어 설명한 책이다. 구체적인 통계자료를 기반으로 작가 개인의 가치관과 사상을 잘 버무려넣은 통찰력이 보인다.

  유시민은 2012년 대선을 두고, ‘역사전쟁’이라 정의한다. 산업화 세대와 민주화 세대의 대립이 선거에서 드러난 것이다. 이런 극명한 보수, 진보 간의 이념대립은 서유럽에서 300여 년에 걸쳐 진행된 변화가 우리나라에서는 겨우 50년의 짧은 시간 동안에 일어난 것에서 기인한다.

  유시민은 한국사회의 급격한 변동을 ‘욕망’을 통해 설명한다. 심리학자 매슬로(A.H.Maslow)가 제시한 인간의 생리적 욕망, 안전에 대한 욕망, 소속감과 사랑에 대한 욕망, 자기 존중의 욕망, 자아실현의 욕망을 예시로 든다. 욕망에는 위계서열이 존재하는데, 대한민국의 욕망의 최상위 위계는 산업화에서 민주화로 약 50년의 세월동안 급격히 변화한 셈이다.

  욕망의 철학을 오늘날의 20대에 대입해보았다. 현 20대는 사상과 가치관이 지금까지의 패러다임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부분이 많다. 특히 남성과 여성의 성향차이가 두드러지는 세대이다. 20대 남성의 41%는 현재 무(無)당층을 이루고 있다. 상당수는 반(反) 민주당 성향을 지니며, 차별과 권위주의에 찬동하는 냉소주의적 사고를 가지고 있다. 이는 북한의 대남도발, 역차별 문제, 일자리 문제 등에서 생겨난 것이다. 한편, 20대 여성은 그 어느 세대보다도 진보적이다. PC주의, 페미니즘의 영향으로 낙태죄 폐지, 미투 운동과 같은 과거의 가부장적 사회에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활발한 담론들이 일어나고 있다.

  나는 이런 대립을 보며, 트로츠키가 1936년 쓴 저서인 <배반당한 혁명>을 떠올렸다. 당시 유럽의 청년들은 일자리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하는 부르주아 민주주의정권에 대한 불신으로 인해, 파시즘 세력과 사회주의 세력으로 갈라졌다. 21세기 초인 지금의 상황은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직전의 1930년대와 유사하다. 권위주의적 독재자들이 등장해 포퓰리즘적인 구호를 내걸고 대중을 선동하는 모습도 유사하다. 하지만 차이가 있는데, 이는 진보세력이 확실한 경제적 대안책을 들고 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유행하는 진보사상은 ‘신좌파’사상이다. PC주의, 페미니즘은 모두 신좌파의 관념론 철학을 기반으로 한다. 따라서 유물론적 과학성이 부족하며, 경제에 관해서는 무관심 내지는 우파와의 타협을 추구한다. 지금 추세로는 진보진영이 신(新)우파 진영에 맞서 싸울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박준환(문과대 한국사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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