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이번 한 주는 공청회의 연속이었다. 학생사회 선거시즌인데다 총장선출일정까지 겹쳐 이번 주 편집국은 정신이 없었다. 20일 총장후보자 서울캠퍼스 공청회를 시작으로 21일 세종총학생회 공청회와 총장후보자 세종캠퍼스 공청회, 22일 총장후보자 의료원 공청회까지 빡빡한 일정이었다.

  혼자서 장난어린 상상을 했다. 만약 우리 대학사회가 갑자기 왕국이 된다면, 신으로부터 다스릴 권리를 부여받은 한 명의 왕이 일종의 전제주의에 입각해 학교와 총학을 이끌게 된다면. 그러면 공청회 같은 건 없을 게다. 열띤 토론과 세세한 검증 그런 고되고 피곤한 절차 없이 위에서 시키는 대로, 정해지는 대로 하면 될 거다. 참 몸은 편하겠다 싶었다. 그렇게 혼자서 투덜투덜 이상한 상상을 하며 공청회장을 빠져나오던 중 덜컥 겁이 났다.

  어색했다. 치열한 논쟁과 날카로운 견제, 꼼꼼한 심의와 예리한 지적이 없는 대학사회라니. 혼자 상상해본 대학에서의 ‘전제군주정’은 이성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었다.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미 우리는 우리의 대표자를 뽑는 일이 그만큼의 수고로움을 감수하더라도 굉장히 중요한 것이라고 받아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공청회나 토론회라는 장치를 통해 어떻게 하면 더 좋은 대표자를 뽑을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한다. 아마도 이건 이미 우리 몸에 깊게 밴, 일종의 민주성을 갈구하는 본능에서 발현한 게 아닐까 싶다.

  까다롭고 어렵고 피곤하다. 심혈을 기울여 토론하고 만전을 기해 검증해야 한다. 그러나 이렇게 힘든 걸 감내하고 얻는 열매는 훨씬 더 달콤하다. 앞으로도 공청회 일정이 많이 남았다.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은 더 좋은 대표자를 뽑는 동력이 된다. 대학사회의 주인은 바로 우리와 같은 학내 구성원임을 다시금 명심할 때다.

 

박형규 취재부장 tan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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