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콥 할그렌(Jakob Hallgren) 주한 스웨덴 대사의 특별강연이 20일 오후 5시 국제관 115호에서 개최됐다. 이번 강연은 ‘스웨덴의 국제 관여정책의 전통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역할’이라는 주제로 2시간 가량 진행됐다. 이날 강연엔 교직원과 학생 30여 명이 참석했다. 축사에 나선 이재승(국제학부) 교수는 “국제안보 분야의 최고 전문가인 할그렌 대사의 풍부한 지식과 경험이 한반도 평화 논의에 있어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할 것”이라며 환영사를 전했다.

  강단에 선 할그렌 대사는 먼저 9월 취임 후 그간의 경험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이어 스웨덴의 우수한 사회시스템을 소개하며 강연을 시작했다. 할그렌 대사는 “스웨덴은 진보적 자유주의(progressive-liberalism)의 가장 성공적인 사례”라며 “스웨덴의 사회시스템은 전 세계에서 가장 자유롭고 민주적”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지표로 스웨덴의 낮은 지니계수와 높은 성평등지수가 제시됐다. 우수한 복지체계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할그렌 대사는 스웨덴의 복지재원의 대부분이 세금이라며 “정부의 재정활동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높아 국민 모두가 세금 납부에 호의적”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스웨덴의 적극적인 국제 관여정책(International engagement)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할그렌 대사는 “스웨덴은 국제연합(UN)을 비롯한 국제기구들의 큰 후원자”라며 “국제법, 인권문제, 성평등 등의 국제이슈에 대한 범국가적 합의를 실현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 중”이라고 자국의 정책을 평가했다. 스웨덴이 오랫동안 국제사회의 중재자로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배경에 대해 할그렌 대사는 역사적 이유를 제시했다. 할그렌 대사는 “스웨덴은 두 차례에 걸친 세계대전의 참화를 기적적으로 피할 수 있었다”며 “주변 국가들과의 무력·이념적 충돌 없이 완전한 중립을 지킨 것이 높은 국제적 신뢰의 바탕이 됐다”고 해석했다. 또 서로간의 신뢰와 관용을 중시하는 스웨덴인의 성향 또한 활발한 국제 활동의 단초가 됐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할그렌 대사는 급변하는 동아시아 정세에 대한 진단과 더불어 한반도 평화구축을 위한 제언을 전달했다. 그는 “동아시아는 전 세계 군비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데다 그 증가세 또한 무척 가파르다”고 지적하며 “북한도 비공식적이지만 현실적인 핵보유국”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다만 최근 다양한 외교적 노력을 통해 동아시아 정세에 새로운 동력(new dynamic)이 나타나는 것에 대해 환영을 내비치며, 동아시아 평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대가 어느 때보다 높은 상태라고 강조했다.

  동시에 현 상황을 낙관적으로만 바라보는 태도는 지양할 것을 당부했다. 그는 “북한은 수많은 합의를 어겨온 전력이 있는 데다 핵을 비롯한 대량살상무기를 끊임없이 개발해왔다”며 “이러한 불확실성이 그들의 실제 의도에 대한 의심을 낳고 있다”고 꼬집었다. 따라서 한반도 정세가 평화실현이라는 낙관적 시나리오로 흘러가기 위해서는 각국 지도자들의 철저한 합의 준수와 명확한 비전설계는 물론, 약간의 운 또한 작용해야 할 것이라 내다봤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 서종호(문과대 중문11) 씨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의 측면에서 한국이 스웨덴의 국제 관여정책에서 배울 수 있는 점’에 대해 질문했다. 이에 할그렌 대사는 “스웨덴과 한국은 역사·지리적으로 차이가 많아 동일선상에서 비교하긴 쉽지 않다”면서도 “지도자들이 평화를 위해 언제나 진실하고 적극적인 태도로 나서야 한다는 점은 만국 공통”이라고 답변했다.

 

박진웅 기자 queb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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