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추워지고, 입시철이 다시 돌아왔다. 올해 수능국어가 부쩍 어려웠다는 소식을 들었다. 사람들 생각이 궁금해 시험지도 찾아보고 여러 사람들의 의견도 들었다. 한 가지 신기했던 건, 이번 수능이 역대급 ‘불수능’이었는데도 정시 확대를 주장하는 여론이 대세였다는 점이다. 최근 숙명여고 시험부정 사건의 영향으로 수시 제도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더 강해진 모양새다.

  수시 제도는 1997학년도 입시부터 도입됐다. 당시 대학들이 수능 성적과 대학별고사로 신입생을 선발하면서 ‘획일적인 줄 세우기’라는 비난을 받았다. 수능 시험만 잘 치르면 상위권 대학에 합격이 가능해 입시가 학교 교육을 파행으로 몬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에 획일화된 기준으로만 학생을 선발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학교마다 다양한 기준으로 학생을 평가하는 ‘정성적 평가’ 제도를 마련했는데, 이것이 수시 제도다.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동시에 하나의 평가기준을 통한 ‘줄세우기’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수시 제도는 이상적인 제도다. 하지만 이상과 현실은 사뭇 다르다. 논문에 자녀를 공저자로 끼워 넣는 행위부터 부정시험까지, 여러 편법이 등장하면서 제도의 본질이 흐려지고 있다. 이런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차라리 수능을 잣대로 하는 정시모집을 다시 확대하자’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정시확대 주장의 가장 주요한 근거는 수능이 ‘공정성’을 갖춘 제도라는 믿음이다. 여기에는 입시제도의 가장 중요한 가치가 ‘공정성’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하지만 대학 입시제도에서 중요한 것은 공정성만이 아니다. 입시제도의 목적은 학생과 학부모 모두 납득할 만한 입시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대학이 자신들이 원하는 인재상을 갖춘 학생을 뽑는 것이다. 학교마다 훌륭한 인재에 대한 가치관이 다른데도 하나의 시험을 통한 획일적 평가를 강제하는 것은 대학의 자율성과 입시제도의 본질을 침해하는 일이다.

  국가교육회의는 교육부에 2022학년도 입시에서 정시모집 규모를 지금보다 확대하라고 권고했다. 국회 공론화위원회의 조사에 따라 나온 권고안이지만, 수시 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정시를 확대하는 건 그저 미봉책에 불과하다. 수시가 처음 도입됐던 이유가 무엇인지 복기해 봐야 한다.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다면 해결해 더 좋은 제도로 만들 시도를 하는 게 우선이다.

 

진현준 대학문화부장 X-R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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