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이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군입대를 거부하는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서 하급심 법원은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위반을 두고 판사의 성향에 유·무죄의 결론을 달리 했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2004년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서 일관되게 종교적 신념 등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것은 해당 법률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병역법 제88조 제1항은 현역입영 또는 소집 통지서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이에 응하지 않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018년 10월까지 대법원은 종교적 신념은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대법원은 2018년 11월 1일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서 기존의 판례를 깨고 양심적 병역거부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에 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재판부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할 것인지는 헌법 제19조의 양심의 자유 규정과 헌법 제39조 국방의 의무 규범 사이의 충돌과 조정의 문제로서, 병역법상 ‘정당한 사유’라는 문언의 해석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보았다. 양심적 병역거부는 소극적 양심실현의 한 모습으로서 헌법상 국방의 의무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방법으로 정한 집총이나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는 이유로 그 이행을 거부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래서 제재를 통해 집총과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 이행을 강제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된다고 판단하였다. 재판부는 국민 다수의 동의를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존재를 국가가 언제까지나 외면할 수는 없고, 이제 이들을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재판부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 절박하고 구체적인 양심은 그 신념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해야 하는데, ‘신념이 깊다’는 것은 그것이 사람의 내면 깊이 자리잡아 그의 모든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뜻한다고 보았다. 또 ‘신념이 확고하다’는 것은 분명한 실체를 가진 것으로서 좀처럼 쉽게 바뀌지 않아야 한다고 하였다. ‘신념이 진실하다’는 것은 거짓이 없고, 상황에 따라 타협적이거나 전략적이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았다.

  위와 같은 다수의견에 대해서 4명의 대법관은 양심적 병역거부는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즉 기존 법리를 변경해야 할 명백한 규범적, 현실적 변화가 없는데도 무죄를 선고하는 것은 갈등과 혼란을 초래한다고 강조하였다. 그러면서, ‘정당한 사유’는 특정한 입영기일에 입영하지 못한 것을 정당화할 수 있는 사유, 즉 당사자의 질병이나 재난의 발생 등 일반적이고 객관적인 사정에 한정되기에 개인적인 신념이나 가치관 같은 주관적 사정은 정당한 사유에 해당할 수 없다고 보았다. 또 병역거부와 관련된 진정한 양심의 존재 여부를 심사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세계 유일의 분단국으로서 우리나라의 엄중한 상황과 병역의무의 형평성에 관한 강력한 사회적 요청 등을 감안하면 양심적 병역거부는 인정될 수 없다고 피력하였다.

  이번에 나온 대법원의 전원합의체 판결에 대해서 ‘충실히 병역의무를 수행하는 국민은 비양심적이라는 것이냐?’는 조소 섞인 비난을 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가 문제가 되는 것은 현재 병역법 제5조 제1항에서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아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단순히 대체복무제를 새로 규정하는 것만으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쏠리는 의심과 비난을 완전히 해소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또, 대법원의 소수의견이 강조한 것처럼 양심적 병역거부가 합법화되면서 추후 양심적 병역거부를 병역회피의 수단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많이 발생할 것이 우려되기도 한다.

  따라서 정부는 대법원 다수의견이 양심적 병역거부의 기준으로 제시한 ‘신념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해야 한다’는 개념에 대해서 국민 누구나 수긍할만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진짜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당당히 대체복무를 하고,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는 데에 기꺼이 젊음을 바치고 있는 수많은 대한민국 군인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나라를 지킬 수 있을 것이다.

 

박종배 (변호사·법무법인 유원)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