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에 재학 중인 A씨는 소모임 활동을 하던 중 황당한 일을 겪었다. 본교 커뮤니티 ‘고파스’를 통해 가입한 소모임에서 숙명여대 재학생을 만난 것이다. 당황한 소모임 주최자가 어떤 경로로 가입했냐고 묻자 친동생의 아이디를 빌려 가입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고파스에서 알게 된 소모임인데 다른 학교 학생이 있을 줄 어떻게 알았겠어요?” A씨는 기자에게 되물었다. 교내 PEET(약학대학입문자격시험)스터디에는 고등학교 동창의 아이디를 버젓이 대여해서 사용하고 있는 차의과학대 학생이 있었다.

 

  사거나 빌리거나, 고파스를 사용하는 타대생들

  현재 고파스는 가입 후 포털로 학부 또는 대학원 재학생임을 인증해야 사용할 수 있다. 홈페이지 이용약관에는 ‘고려대 재학생 커뮤니티’임이 명시돼 있다. 하지만 네이버와 다음 등 주요 포털에 ‘고파스 아이디’만 검색해도 아이디 거래를 원한다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디시인사이드 갤러리, 중고나라, 취업 커뮤니티 ‘독취사’, 로스쿨 진학 커뮤니티 ‘서로연’ 등 매매처도 다양하다. 실제로 대표적인 중고거래 카페 ‘중고나라’에서는 9, 10, 11월 석 달 동안 총 8건의 매매 글(11월 22일 기준)이 올라왔다. 하지만 커뮤니티 특성상 거래가 이뤄진 후 게시물을 삭제하는 경우가 많고 아이디를 개인적으로 양도하는 경우는 정확히 그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다. 실질적인 아이디 거래 건수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힘든 이유다. 거래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아이디 자체를 넘기는 경우가 많지만, 기간제로 거래하는 방식도 있다. 1달이나 1년 등의 사용기간을 제시하고 그에 따른 금액을 지불하는 것이다. 게시글이 제시하는 금액은 2만원에서 10만원 수준이다.

 

  고파스 아이디, 주 목적은 ‘취업정보’

  타대생들이 금전을 지불하고서라도 고파스 아이디를 구하는 이유는 취업정보를 구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본교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취업상담, 고시, 로스쿨, CPA 등 취업준비 게시판이 운영되고 있다. 고파스 취업게시판을 자주 이용하고 있다는 전 모씨는 “고파스는 기업 서류전형 시작일이나 결과 발표 소식 등 채용 일정이 올라오는 속도가 빠른 편”이라며 “전형을 준비하면서 어려운 점이나 필요한 점에 대해서도 쉽게 질문하고 답변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선배들이 종종 들어와 진행하는 무물(무엇이든 물어보세요)도 취준생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또 다른 취준생 장 모씨도 고파스를 취업준비에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저학년 때부터 진로와 관련된 정보를 얻기 위해 고파스를 이용해왔다”며 “현직자의 이야기를 통해 간접적으로 업무 분위기를 알 수도 있고 어떤 스펙을 갖춰야 할지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졸업생 게시판에선 취업과 관련해 어떤 업무분야가 있는지, 각 분야에서 요구하는 인재상이 무엇인지 등의 중요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장 모씨는 “실제로 타대생 친구들의 부탁으로 정보를 검색해 알려준 적이 있다”고 밝혔다.

  문과대 14학번인 양 모씨가 꼽는 장점은 다양하게 올라오는 면접 후기다. 현직 종사자분들이 와서 전달하는 정보와 취업 장수생들의 팁도 그가 취업 게시판에서 얻는 유용한 정보다.

  취업 정보를 얻으려는 사람들 외에 다른 목적으로 게시판을 사용하려는 이들도 있다. 중고나라에 아이디 구입 글을 올린 A씨는 “아이디를 구입하는 목적은 ‘홍보 및 개인적인 게시판 사용’이며 불법적인 일은 일체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 인근의 피시방에서 만나 로그인해주면 옆에서 2~3시간 정도 정보를 검색해보겠다고 한 사례도 있었다. 자신을 타대생이라고 소개한 B씨는 해당 글에서 “고파스에 올라와 있는 양질의 정보 획득을 원한다”며 “공인회계사(CPA) 시험 관련 정보와 증권정보 등의 내용을 알아가려 한다”고 밝혔다.

 

  고파스, 아이디 도용 시 영구 이용정지

  고파스 내에서 타대생들의 이용을 근절시켜 줄 것을 호소하는 게시물도 올라왔다. 한 커뮤니티 이용자에 따르면 “고파스 내 각종 게시판에 유용한 자료들을 올리는 이유는 고파스 이용자들이 본교 학생이라는 전제가 있기 때문”이라며 “지속적으로 타대 학생들이 유입되는 것을 방치할 경우 양질의 자료가 올라오는 것에 방해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고파스 아이디 거래는 현행법상 위법은 아니다. 차균희 법률사무소 차균희 변호사는 “아직까지 관련 법이 없기 때문에 위법이라고 보기는 힘들디”며 “하지만 고파스 계정이 고려대학교 학생의 신분을 전제한 것이므로 타대생이 계정을 사거나 양도받아 서버가 제한된 사이트에 접속하는 것이 긍정적이진 않다”고 조언했다.

  고파스 운영진 측에선 댓글로 매매 계정 영구강등과 같은 강경한 대응방안을 수차례 알린 바 있다. 고파스 측은 “고파스 아이디가 중고나라 등에서 거래되고 있다는 것을 충분히 숙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고파스 운영진 측에선 아이디 거래 사유를 크게 ‘고파스 취업정보 게시판 이용’과 ‘아이디 영구강등을 당한 경우’ 두 가지로 파악하고 있다. 이에 현재 취업정보 게시판의 경우 고파스 모바일 앱 자체에 다중 이용방지 시스템을 도입했다. 여러 명이 한 아이디를 함께 쓰는 경우라 판단되면 해당 이용자를 영구적으로 이용 정지하는 장치다. 본인 소유의 아이디가 아닌 계정으로 이용해 적발될 경우도 동일한 제재를 받는다. 고파스 운영진 측은 “아이디를 구입해서 쓰거나 빌려 쓰는 경우가 적발되면 영구강등이 된다”며 “아이디를 매매하거나 양도하지 말 것을 이용자들에게 당부한다”고 밝혔다.

 

글 | 이다솜 기자 romeo@
일러스트 | 주재민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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