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NASA(미국 항공우주국)는 태양계 탐사선 ‘보이저 2호’가 곧 태양계를 벗어난다고 공식 발표했다. 보이저 2호는 목성의 거대 태풍 목격, 세계 최초 천왕성·해왕성 근접 촬영 성공 등 41년간 자신의 임무를 충실히 완수하고 태양권계면(태양계의 경계면) 너머로 새로이 여정을 떠나는 것이다. 55개국 언어, 갓난아기의 울음소리, 베토벤 교향곡 5번과 같은 지구의 소리가 담긴 금제 은반을 받을 외계 친구를 만날 때까지 말이다.

  보이저 2호와 비교하면 작아 보일지라도 우리나라 항공우주기술은 큰 도전을 앞두고 있다. 한국형 지구 저궤도 인공위성 발사체인 ‘누리호’의 시험체가 28일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될 예정이다. 2021년 누리호 본 발사에 앞서 독자 개발에 성공한 75톤급 엔진이 비행 상황에서 어떤 데이터를 보이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다. 이를 기반으로 누리호 발사가 성공한다면, 미국 ·일본 등 소수 선진국만의 핵심 우주항공기술이었던 로켓엔진 기술을 우리도 보유하는 것이다.

  이렇게 중요한 기술이어서 그럴까, 2021년 누리호 본체 발사 성공을 위한 과정일 뿐인 이번 시험체에 과도한 ‘성공’ 여부의 꼬리가 뒤따르고 있다. 단순히 비행 시 데이터 수집을 목적으로 해 우주 궤도 진입을 하지 않는 이번 시험체 발사를 어떤 기준에서 성공으로 볼 것이냐, 성공·실패라는 용어를 사용할 것인가로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2021년 본 발사가 중요한 것이지, 한국형발사체 연구 과정의 초석이 될 이번 시험체에 성공 잣대를 들이미는 것은 무의미하다. 설령 원하는 비행 데이터가 나오지 않을지라도 연구의 과정일 뿐이다. 심지어 한국형발사체 개발 사업 일정에 따르면, 이번 시험체에서 연구진이 의도한 엔진 연소와 비행 데이터가 도출되지 않더라도 한 차례 더 시험발사를 진행한다고 한다. 즉, 이번 시험체의 성공보단 2021년까지의 우주 강국을 향한 과정에 관심과 응원이 더 필요한 시점이다.

  프랑스어로 보이저는 ‘여행자’를 뜻한다. 우리의 항공우주기술은 이제야 발사체 개발 성공을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보이저가 그랬듯, 언젠간 고흥에서 출발한 여행자가 우주 곳곳을 탐험해 위대한 여행자로 기억되기를 바란다.

 

글│김인철 기자 charl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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