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는 능사 아냐… 여건 갖추고 동물복지 힘써야

동물원 폐지 논란 이후 엄지현 기자l승인2018.11.26l수정2018.11.26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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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월 대전 오월드에서 퓨마 ‘뽀롱이’가 탈출해 사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동물원 사육사에게 던져지던 비난의 화살이 동물원의 존폐 논란으로까지 번져 청와대 국민청원에 ‘동물원 폐지 요구’도 등장했다. 이러한 여론에 대해 관련 전문가들은 “동물원 완전 폐지보단 제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는 동물원을 지원하고 육성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 사육사가 내실에 있는 하마에게 건초더미를 주고 있다. 하마는 하루에 18시간을 호수나 강에서 보낼 만큼 물을 좋아해 하마 우리에 수영장이 갖춰져 있다.

  개체 습성 고려해 복지에 힘써야

  동물보유 시설 폐지 논의는 열악한 동물복지를 이유로 계속돼왔다. 좁은 우리, 흙 하나 없는 시멘트 바닥 등의 시설 문제나 동물 공연이 꾸준히 문제로 제기됐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에서 발표한 ‘동물체험시설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5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동물원 및 수족관 관리에 관한 법률>(동물원법)에 의해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정식 등록된 동물원은 6월 기준 52개소다. 하지만 10종 50개체 이하의 동물을 보유한 업체는 등록 의무가 없어 동물체험이나 동물 공연을 하는 소규모 동물체험시설수 파악은 어려운 실정이다. 어웨어가 진행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6월까지 파악된 국내 동물보유 시설은 총 95개소로, 40여개에 달하는 등록기준 미달의 소규모 동물 체험시설이 운영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기본 기능을 할 수 있는 동물원을 중점적으로 지원·육성해야 한다고 말한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이형주 대표는 “기준에 미달하는 동물원이나 동물카페는 폐지해야 한다”며 “현대 동물원은 오락의 기능보다는 멸종위기종을 보전하고, 동물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 생명존중의식을 기르는 시설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항(서울대 수의과) 교수 역시 “부실한 관리를 하는 소규모 동물시설엔 문제가 많았다”며 “동물원으로서 본래 역할을 충실히 하지 못하는 동물원은 폐쇄시키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 동물원에서는 개체의 특성을 고려한 환경을 조성하고 동물들이 정상적인 행동을 표현할 기회를 제공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항 교수는 “각 동물에 맞는 환경을 제공하는 게 불가능하진 않지만 열대 기후에 서식하는 큰 동물의 서식조건을 맞춰 주긴 매우 어렵다”며 “겨울이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같은 기후대에 사는 멸종위기종 보전에 집중하는 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동물원은 야생동물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는 교육기관이기도 하다.

  교육·보전·연구 활동 핵심기관

  동물원의 기능 중 멸종위기종의 증식 및 보전은 가장 중요한 역할로 강조되고 있다. 환경부에서는 서식지에서 보전이 어려운 야생 생물을 서식지 외에서 체계적으로 보전·증식할 수 있도록 야생 생물의 ‘서식지외보전기관’을 지정하고 있다. 동물원 중에서는 서울대공원 동물원과 삼성에버랜드 동물원이 포함된다. 희귀동물이나 멸종위기 동물을 서식지 밖에서 번식시키기 위해선 지역환경에 적응된 유전자를 가진 순수계통 개체를 확보해야 하며, 유전적 다양성을 보존하기 위해선 근친번식 시키지 않아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종 보존과 증식 기능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기관은 동물원이 유일하다는 입장이다. 동물원 외의 보전·연구기관이 근친번식을 시키지 않고 수백·수천 마리의 개체를 유지하는 데엔 한계가 있어서다. 신남식(서울대 수의과) 교수는 “국내에서 시행하는 멸종위기종 복원 활동은 대부분 동물원에 의해 이뤄졌다”며 “동물원 밖에서 진행되는 종보전활동도 거의 동물원의 도움을 받아서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최근엔 멸종위기종 번식을 위해 세계 각지의 동물원과 멸종위기종 보전기관이 협력하고 있다. 북미와 유럽은 각각 SSP(Species Survival Plan), EEP(European Endangered Species Programmes)라는 협력번식프로그램을 운영해 동물교잡종교배나 근친교배가 이뤄지지 않도록 엄밀하게 계획하고 있다. 동물교환은 무상으로 이뤄진다. 이항 교수는 “희귀동물이 새끼를 낳으면 종 보전에 기여했다고 홍보하지만 실제로는 근친번식에 의해 태어난 새끼인 경우도 많다”며 “동물원에서 제대로 된 종 보전이 이뤄지도록 감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사할 수 없는 동물에 대한 보호도 동물원의 역할이다. 호랑이와 같은 맹수류는 야산에 방사할 경우 인명사고의 우려가 있어 서식지 밖에서 보호가 필요하다. 또한 방사가 이뤄질 수 있는 종이라도 적정 개체 수가 정해져 있어 점진적으로 방사하며 남은 동물을 보호하고 있다.

 

  제도 마련해 일정 수준 이상의 ‘자격’ 갖춰야

  동물원 사육사의 인명사고와 동물학대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정부의 규제 필요성이 대두됐다. 이에 동물원법이 제정돼 작년 5월부터 본격 시행됐지만, 업계의 반발로 사육환경·동물원 허가제·정부 의무를 담은 조항이 삭제돼 실질적인 동물복지의 법적 근거가 되진 못했다.

  12월 13일부터 시행되는 동물원법 개정안은 동물관리위원회 설치, 동물원·수족관 종합계획 수립 조항 등을 포함한다. 개정안에 따라 환경부장관과 해양수산부장관은 동물원·수족관 동물관리위원회를 설치해 등록된 동물원을 관리·감찰할 수 있으며 동물관리위원회엔 동물보호 민간단체가 추천하는 사람을 선정할 수 있다.

  하지만 동물원의 폐쇄 권한을 가진 허가제 도입은 이번 개정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환경부장관이 고시한 사육부적합종은 사육을 허가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반영되지 않았다. 이형주 대표는 “2013년에 처음 동물원법이 발의될 때부터 제안되던 동물원 허가제는 이번에도 포함되지 않았다”며 “대전 퓨마 사건 이후 환경부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자격을 갖춘 동물원만 허가할 수 있는 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동물사육은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인 만큼 사육사의 자격요건 기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국내에 사육사를 인증하는 제도나 사육사가 이수해야 하는 교육과정이 전무한 상황이다. 동물원법에선 동물원 설립 시 전문인력의 현황을 등록하게 돼 있지만, 전문인력의 자격요건은 따로 없다. 신남식 교수는 “사육사라는 직업에는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된다”며 “선진화된 교육프로그램을 도입해 자격제도를 만드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할 때”라고 말했다.

 

글 | 엄지현 기자 alfa@

사진 | 엄지현·한예빈 기자 press@

엄지현 기자  alfa@kunew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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