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에 등록된 동물원은 서식지외보전기관 1호로 지정된 서울대공원 동물원부터 소규모의 민간 체험형 동물원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운영되고 있다. 각 동물원에선 야생동물 복지에 얼마나 신경 쓰고 있을까. 그 현장을 직접 다녀와 봤다.

▲ 먹이를 달라고 하는 라쿤. 페팅은 야생동물이 사람에게 의존하게 한다.

 

▲ 먹이를 먹는 기린 뒤엔 환경 풍부화 일환으로 설치된 구조물이 있다.

  만지고 먹이는 ‘Petting zoo’

  최근 실내에서 동물을 관람할 수 있는 이색 동물원이 생겨나고 있다. 경기도에 위치한 A동물원은 관람객과 동물의 교감을 도모하는 체험형 실내 동물원이다. 일반적인 실외 동물원보다는 협소한 공간에 포유류, 어류, 조류, 파충류 등이 전시돼 있다. 이곳에선 동물에게 먹이를 주거나 만져보게 하는 ‘페팅 주(petting zoo)’ 성격의 프로그램이 주로 운영된다.

  관람객은 사육사가 판매하는 먹이 컵을 구매해 각 동물 우리의 구멍으로 먹이를 준다. 동물 전시장마다 각 동물이 좋아하는 먹이가 적혀있지만, 알맞지 않은 먹이를 주는 관람객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종아리 중간 높이의 사각형 아크릴 울타리에 기니피그와 토끼가 사람이 넣는 먹이를 무분별하게 받아먹었다. A동물원에서 근무하는 사육사는 “알맞지 않은 먹이를 주는 게 동물에게 치명적인 문제는 아니다”라며 “동물들은 평소에 먹지 않는 먹이를 받아먹었더라도 스스로 뱉어낸다”고 말했다.

  파충류관에서 먹이를 주는 관람객들 곁으로 사육사가 품 안에 동물을 안고 다가왔다. “만져보세요. 코아티라고 하는 동물이에요.” 페팅은 염소, 토끼, 양 등의 가축화가 되어있는 동물 위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지만 사육사는 그 이후로도 친칠라, 프레리도그 등의 동물을 꺼내와 관람객에게 선보였다. 직접 손을 넣어 물고기를 만질 수 있게 개방한 어류관 수족관에는 죽은 물고기 두 마리가 가라앉아 있었다.

  페팅은 동물과 사람이 교감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동물에게 스트레스를 준다는 이유로 동물복지를 주요한 가치로 삼는 동물원에선 지양하고 있다. 이항(서울대 수의과) 교수는 “적절한 가이드라인을 준수해 실시하면 동물들에게 주는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지만, 동물복지 문제뿐만 아니라 동물에게서 사람에게 또는 사람에게서 동물에게 전염되는 질병도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좁은 시설에 다양한 야생동물을 전시하다 보니 각 동물의 전시공간은 협소해질 수밖에 없다. 토끼와 기니피그가 한데 섞여 전시돼 있고, 파충류는 겨우 몇 발자국밖에 움직일 수 없는 네모난 전시장에 감금돼있다.

  좁은 공간에 갇힌 채 먹이를 받아먹는 동물은 상동증이라고 불리는 비정상적 정형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이항 교수는 “동물의 스트레스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 정형행동으로 이어진다”며 “대부분 의미 없이 같은 동작을 반복하거나 주위를 배회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미어캣 전시장에선 미어캣 한 마리가 불안한 듯 이리저리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 시선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관람창을 제외한 울타리를 대나무로 가려놓았다.
▲ 멸종위기종인 두루미과 조류는 큰물새장에서 보호받고 있다.

  동물을 동물답게… ‘행동 풍부화 프로그램’

  우리나라 최초의 동물원인 창경원을 계승한 서울대공원 동물원은 동물복지가 잘 이뤄지는 국내 동물원 중 하나다. 서울대공원 동·식물원 부지의 넓이(2.42㎢)는 세계적인 동물원인 샌디에이고 동물원(0.4㎢)을 앞지른다.

  서울대공원 동물원은 영국 환경운송지역부가 발표한 <현대 동물원 운영지침>의 5가지 동물복지 원칙에 상응하는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있다. <현대 동물원 운영지침>은 동물원 동물복지의 다섯 가지 원칙으로 △영양학적으로 고려된 먹이 제공 △개체의 특성을 반영한 적당한 환경 제공 △질병예방·치료 및 부상 가능성을 낮추는 환경설계를 통한 건강관리 △정상적인 행동을 표현할 기회 제공 △공포와 고통으로부터의 보호를 제시한다.

  서울동물원 대공원은 개체의 특성에 맞춘 적당한 환경 제공을 위해 동물 방사장을 개선하고 있다. 가장 먼저 우리나라 토종동물의 습성을 고려한 보금자리개선이 이뤄졌다. 여우와 같은 굴을 파는 습성이 있는 동물에겐 흙이 많은 환경을 제공하고, 은신을 좋아하는 동물은 몸을 숨길 수 있는 굴이나 덤불을 배치했다. 곰이나 호랑이처럼 물을 좋아하는 동물들은 계절에 따라 충분한 물을 공급한다. 높은 곳을 좋아하는 표범은 오를 수 있는 나무와 높은 곳에 나무다리를 놓아 이동할 수 있게 했다. 서울대공원 동물원 양우정 홍보팀장은 나뭇가지가 우거진 표범사를 가리키며 “표범이 마지막으로 발견된 경남 합천군 오도산 자락을 표범사에 재현했다”며 “보전협회에서 방문해보곤 두 마리를 더 보내줬다”고 설명했다.

  관람객의 시선으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도 엿보인다. 토종동물 우리와 큰물새장은 관람창을 제외하곤 대나무 등의 나무로 둘러 쌓여있었다.

  야생에서의 정상적 행동을 유도하는 ‘동물 행동 풍부화’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행동 풍부화 프로그램은 먹이 풍부화와 환경 풍부화 등의 프로그램을 총칭한다. 먹이를 숨겨 찾아 먹을 수 있게 하거나 평소와 다른 먹이를 맛보게 하는 것은 먹이 풍부화에 해당한다. 맡아보지 않은 냄새를 맡게 해 새로운 행동을 유도하거나 다른 동물의 털에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살피는 것은 행동 풍부화의 일환이다. 반달가슴곰은 우리에 설치된 나무 모형을 짚고 두 발로 서기도 하고, 타고 올라가 매달려 있기도 했다. 신남식(서울대 수의과) 교수는 “풍부화 프로그램은 정신적·육체적 건강을 증진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라며 “지속적으로 프로그램을 변화하며 시행하는 것  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대동물관에는 안전을 위해 관람객과 동물과의 거리를 충분히 유지하기 위한 홈이 파여 있다. 몇몇 동물사 앞엔 “나는 예민해. 유리창을 두들기며 시끄럽게 하면 안 보이게 숨어 있을 거야”라는 문구의 표지판이 붙어있었다. 양우정 팀장은 “이런 여러 장치에도 불구하고, 먹다 남은 음식을 멀리 떨어진 동물 우리 안에 던져 넣거나, 관람창을 두드리는 관람객이 적지 않다”며 “관람객 문화 개선도 동물복지 향상의 일환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식지외보전기관’ 1호 기관으로 지정

  서울대공원은 ‘서식지외보전기관’에 지정된 1호 기관으로, ‘서식지외보전기관’ 중 가장 많은 22종의 동물을 보호하고 있다. ‘서식지외보전기관’은 환경부가 서식지에서 보전이 어려운 야생생물을 서식지 외에서 관리할 수 있도록 지정해 관리하는 제도다. 궁극적으로 야생생물의 야생 서식지로의 복원을 목표로 한다. 한국서식지외보전기관협회 이강운 회장은 “최근엔 멸종위기종을 증식한 뒤 야생 서식지로 돌려보내기 위해 서식지를 복원하는 노력도 병행한다”고 말했다.

  환경부 ‘서식지외보전기관’ 지침에 따르면 지정 기관은 3년 이상 당해 종에 관한 증식기술 연구와 증식 분야 경험이 있어야 한다. 서울대공원 동물원은 수몰 위기에 처한 멸종위기 조류의 알을 구조해 번식하고 서울 도심에서는 볼 수 없게 된 금개구리를 생태공원에 방사해 모니터링하고 있다. 반달가슴곰의 경우 새끼를 지리산종보전센터에 보내 적정 개체 수를 유지하는 선에서 방사가 진행되고 있다. 개체 수는 개체인식장치를 통해 철저히 관리되고 있다.

  서울대공원 동물원 김보숙 동물기획과장은 “자연적인 번식을 유도하거나 인공수정과 같이 인위적인 환경조건을 만들어 부화시키는 활동을 한다”며 “순수 종을 확인하는 유전자 분석과 적정 번식주기 및 스트레스 연구를 위한 호르몬분석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ㅣ엄지현 기자 alfa@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