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시선이 부담을 더하는 ‘청년탈모’

박성수 기자l승인2018.11.26l수정2018.11.26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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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대학생 하 모(남‧24) 씨는 최근 M자형 탈모가 진행되고 있다. 하 씨는 앞머리를 넘겨 올리는 포마드 스타일을 선호했지만, 점점 파고드는 이마를 앞머리로 가려야 하는지 고민하며 매일 아침 거울 앞에서 드라이기와 빗으로 고군분투 중이다.

  #2 중국에서 유학 중인 박 모(여‧22) 씨는 머리숱이 적은 편인데, 탈모 징후가 보이자 머리카락에 신경을 많이 쓰고 예민해졌다. 탈모가 심해질까 봐 다이어트도 시도할 수 없고, 미래의 일인 임신마저 탈모 생각에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중장년 성인들의 고민거리로만 여겨지던 탈모가 젊은 청년들에게도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2030세대가 겪는 ‘청년탈모’는 청년층의 일상과 사회생활에 또 하나의 걱정거리를 더하고 있다.

 

  유전적 요인과 스트레스가 주원인

  탈모는 질병코드(L63∼66)가 있는 명백한 질병으로, 정상적으로 모발이 존재해야 할 부위에 모발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두피의 성모(굵고 검은 머리털)가 빠지는 것이 탈모다. 매일 50~70개 정도의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은 정상이지만 100개 이상 머리카락이 빠진다면 탈모를 의심해봐야 한다.

  탈모는 발생 원인과 유형에 따라 크게 원형, 남성형, 여성형, 휴지기 탈모로 구분된다. 이중 남성형 탈모가 약 80%를 차지한다. 남성형 탈모는 ‘안드로겐 탈모’로도 불리는데, 유전적 요인과 더불어 남성 호르몬 ‘안드로겐(androgen)’에 의해 많이 발생한다. 보통 이마를 기준으로 M자형으로 진행되는 특징이 있다.

  일반적으로 탈모는 노화로 인해 더 이상 발모가 되지 않으면서 발생하므로 노년층 환자가 많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탈모증으로 병원을 찾는 청년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이 지난 10월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탈모증 진료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5년간 탈모증으로 진료받은 20~30대 환자는 45만여 명에 달했다. 2017년 기준, 20~30대 탈모 환자는 9만 2389명으로 전체 환자의 43.8%였다. 같은 해 해당 연령의 인구가 전체 인구의 22.2%인 것에 비교한다면 상당히 높은 비중이다.

  탈모는 유전적 요인과 스트레스 같은 환경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 김범준(중앙대 의학과) 교수는 “과거에 비해 빨라진 여성들의 월경과 남성들의 성호르몬 분비, 커진 사회적 스트레스를 탈모의 주요 원인으로 들 수 있다”며 “남성 호르몬이 탈모에 큰 영향을 미쳐 남성형 탈모가 많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외모중시 사회 분위기 속 스트레스 증폭돼

  청년 탈모는 취업, 연애 등 사회생활에도 지장을 준다. 작년 1월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탈모를 이유로 채용차별을 한 사례에 대해 시정을 권고하기도 했다. 2015년 건물 냉난방기기 관리 직원에 지원했던 최 모씨는 “대머리여서 일할 수 없다”고 통보받았다. 2016년 고급 호텔 연회행사 아르바이트에 채용됐던 권 모씨도 첫 출근날 “대머리라서 근무할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 인권위는 “탈모는 개인이 선택할 수 없는 자연적 현상이므로 채용에 불이익을 주는 것은 고용차별”이라며 해당 업체들에 시정을 권고했다.

  취업 외에도 외모의 영향이 큰 사회 분위기 속에서 탈모인이 겪는 스트레스와 고충은 상당하다. 대학생 박 모(남‧24) 씨는 “머리카락이 갑자기 많이 빠지면서 주위 사람들에게 머리숱에 대한 지적을 많이 받고 병원에서 탈모를 진단받았다”며 “아직 젊은 나이인데 여기서 머리카락이 더 빠지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할 때 스트레스가 상당하다”라고 말했다.

  탈모가 미디어 속에서 희화화되는 것도 탈모를 앓는 청년들을 더욱 힘들게 한다.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대표는 제19대 대통령선거 유세에서 ‘대머리는 헤어날 수 없는 매력’이라는 발언했다가 사과를 한 적이 있다. 2016년 비선 실세 의혹으로 구속된 차은택 씨의 대머리를 조롱하는 행위도 논란이 됐다. 그중 TV조선 <윤슬기의 시사Q>는 ‘충격의 민머리’, ‘차광택’ 등의 단어를 사용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로부터 “방송에서 개인의 특정 신체 부위를 희화화하는 것은 인권 침해의 소지가 있고 품격을 떨어트린다”는 법정제재(주의)를 받았다. 유현재(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미디어에서 머리 같은 특정 신체 부위를 희화화시키는 것은 문제”라며 “외모로 사람을 조롱하는 미성숙한 미디어의 관행은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치료 비용, 청년들에겐 큰 부담

  우리나라 탈모 환자들 중 특히 젊은 환자층에서는 경제적인 부담으로 약물치료나 민간요법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높다. 김범준 교수는 “탈모 초기에 전문의와 상담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젊은 환자 중엔 여러 방법을 시도해보고 뒤늦게 내원하는 경우가 많다”며 “피부과 전문의와의 상담 없이 검증되지 않은 약물치료나 민간요법에 의지하는 것은 효과도 없고 부작용을 불러 결국 더 큰 비용이 부담된다”고 말했다.

  심각한 탈모의 경우 모발이식 수술을 고려하게 되는데, 모발이식 수술의 비용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모발이식 수술은 보통 절개식과 비절개식으로 나눠지는데, 흉터가 남지 않아 선호되는 비절개식의 경우 3000모 이식 기준 약 500~700만 원 선이다.

  탈모 치료를 위한 경구용 약물이나 국소용 약물도 부담되긴 마찬가지다. 탈모증은 국민건강보험에서 비급여대상으로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한다. 건강보험평가심사원은 병적탈모증(병적인 탈모 또는 병변에 의한 탈모)이 아닌 이상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라 탈모증을 비급여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탈모 치료를 위한 경구용 약 프로페시아는 1달 복용 기준 6만 원 정도이고, 두피에 바르는 마이녹실은 4만 원 선이다. 본교생 유 모(남‧25) 씨는 “20대에겐 탈모 치료를 위해 사용하는 약이나 두피 관리제품을 정기적으로 구매해야 하는 경제적 부담이 크다 보니 이차적인 스트레스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청년 탈모인들은 산발적으로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탈모의 국민건강보험 적용을 요구하고 있지만, 아직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측은 “만약 탈모 치료의 보장성 범위를 늘린다면 미용 목적과 그렇지 않은 탈모 치료를 쉽게 구별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은 “청년층에게 탈모는 삶의 질을 저하하는 요소”라며 “청년 탈모를 사회적 현상으로 이해해 실질적으로 도울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글 │ 박성수 기자 yankee@

박성수 기자  yankee@kunew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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