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먹방은 단순히 먹는 것을 넘어 쿠킹, ASMR 등 다양한 모습을 띄고 있다.
(* 사진은 연출된 사진입니다)

  “오늘 제가 먹을 건 짜장면입니다!” 유명 1인 방송 크리에이터가 음식을 먹는 장면을 보여주는 모습은 이제 낯설지 않다. 먹는 방송의 줄임말인 ‘먹방’은 유튜브와 같은 1인 미디어는 물론이고 기성 미디어 매체에서도 핵심 방송 콘텐츠로 발돋움했다. 특히 해외에서 우리말 ‘먹방(MukBang)’을 고유명사로 사용할 만큼, 우리나라의 먹방 콘텐츠가 세계로 퍼지고 있다. 이렇게 현대인들이 먹방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채롭게 변화하는 먹방 콘텐츠

  먹방은 2010년대에 들어서야 주류 콘텐츠로 떠올랐지만, 음식문화는 이전부터 방송에 여러 장르에 걸쳐 등장해온 소재다. ‘KBS 6시 내고향’, ‘MBC 찾아라 맛있는 TV’ 등 90년대부터 음식문화와 관련된 정보를 전달하는 프로그램들이 등장해 인기를 얻었다. 2000년대 초중반엔 드라마에서 음식문화가 중심 소재로 활용됐다. ‘SBS 식객’, ‘MBC 파스타’와 같이 셰프가 주인공이거나 드라마 전반의 중심 소재로 음식이 활용되는 경우가 빈번했다.

  이 같은 음식문화의 미디어 활용은 먹방의 시초로 볼 수 있다. 코미디TV 이영식 PD는 “과거부터 음식문화를 다룬 프로그램은 기본적으로 시청률이 보장됐다”며 “2010년대에 1인 미디어 방송을 통해 먹방이란 신조어가 생기면서 음식문화 프로그램이 더욱 인기를 구가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먹방은 기존 미디어가 음식문화를 다뤄온 방식을 변화시켰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먹방은 음식문화를 정보 전달의 대상, 드라마 전개를 위한 소재를 넘어서 콘텐츠 자체로 바라봤다. 2010년대에 들어선 아프리카 TV와 같은 1인 미디어 플랫폼에서 방송 진행자들이 식사하는 장면을 주된 콘텐츠로 방송하기 시작했다. 이런 인터넷 방송이 먹방으로 불리며 점차 유명해지자 TV와 같은 기존 기성 미디어에서도 이를 모방하기 시작했다.

  최근 먹방은 먹는 행위를 단순히 보여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더욱 섬세하고 색다르게 표현하고자 쿡방(요리하는 방송), ASMR(소리로 뇌를 자극해 심리적인 안정을 유도하는 영상) 먹방, 여행 속 먹방 등 다양한 콘텐츠로 진화하고 있다. 최영준(청주대 미디어콘텐츠학부) 교수는 “각종 장르를 뛰어넘어 거의 모든 영역에서 먹는 장면과 요리가 등장하고 있다”며 “유명 남자 셰프들이 유명해지자 요리하는 남자가 섹시하다는 ‘요섹남’이란 신조어가 등장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대리만족 욕구, 1인 가구 증가가 주원인

  먹방 시청의 주된 동기는 대리만족감에 있다. 시청자들은 방송 출연자가 먹는 것을 보며 기본적인 식욕을 충족시킬 뿐 아니라 일상생활의 고단함에서 해방감을 느낀다. 한 번에 여러 음식을 많이 먹거나 비싼 음식을 먹는 장면을 보면서 다이어트, 경제 상황 등을 이유로 못 먹는 음식을 간접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재하(남·21) 씨는 “현실에선 여러 상황 때문에 원하는 음식을 못 먹을 때가 있다”며 “먹방을 통해 다른 사람이 먹는 걸 보면서 대리만족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시청자들은 단순히 방송을 보는 데 그치지 않고 능동적으로 행동하며 시청하기도 한다. 쿠킹 방송의 음식을 만드는 과정을 따라 해 보기도 하고, 먹방에 나오는 음식을 똑같이 배달시켜 먹기도 한다. 문승태(동서울대 정보통신17) 씨는 “유명인이 먹는 모습을 보면, 따라 해 먹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며 “직접 따라한 경험이 있는데, 맛도 좋고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대중들이 먹방을 보며 각박한 현실을 잊고 일탈하려는 시도가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한다. 성용준(문과대 심리학과) 교수는 “과도한 경쟁으로 지친 현대인들이 미디어에 자신을 투영해 쉽게 성취감과 대리만족을 느끼려고 한다”며 “지금 유행이 지난 경연 방송도 이런 맥락에서 유행했고, 그 패턴을 먹방이 이어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먹방의 인기 배경은 1인 가구의 증가다.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를 보면 1인 가구는 1995년 전체 가구의 12.7%에서 꾸준히 증가해 27.2%를 차지했고, 이 중 먹방의 주요 시청자층인 20·30대는 34.2%가 1인 가구이다. 이렇게 1인 가구가 증가하자 함께 식사하는 ‘식구(食口)’ 문화를 벗어나 혼자 끼니를 먹는 무리인 ‘혼밥족’이 등장했다. 이들은 혼자 간단히 끼니를 때우며 생기는 정서적 허기를 먹방으로 달래면서 먹방을 꾸준히 소비했다. 익숙했던 공동체 식사의 빈자리르 채팅 등이 가능한 먹방에서 소통하며 채우는 것이다.

  최영준 교수는 “1인 가구의 증가로 많은 이들이 집밥에 대한 그리움과 식사할 때의 외로움을 느낀다”며 “개인화되고 있는 사회에서 먹방은 일반 대중이 정서적 허기를 달랠 수 있는 돌파구”라고 말했다.

 

글│김인철 기자 charlie@

사진│류동현 기자 pa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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