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먹방, 의미는 있으나 아름답지는 않다

고대신문l승인2018.12.03l수정2018.12.03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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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경수(순천향대 교수·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먹방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먹방을 사회적인 조정의 대상으로 볼 지, 아니면 표현의 자유와 마찬가지인 지에 대해서 논쟁 중이다. 먹방을 국민건강의 관점에서 아니면 미디어 관점에서 볼 것인지도 혼란스럽다. 필자는 먹방이 의미가 없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아름답다고 볼 수만도 없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음식이 문화에서 차지하는 위치, 방송에서 먹방이 성장한 배경과 의미, 그리고 먹방의 미래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한국의 음식문화의 독특성은 한국 안에서는 파악하기 어렵다. 독일 뮌헨에서 보낸 1년간의 연구년 동안 한국의 음식문화가 얼마나 찬란하고 섬세한지 확인을 거듭했다. 단순한 육식 위주의 독일 식단에 비해 한식의 식재료의 다양성과 풍부한 요리법은 가히 경탄할 만했다. 육 고기와 해산물은 물론이고 온갖 종류의 야채를 가리지 않고 식탁으로 가져오는 소재의 광폭성은 한계를 찾기 힘들었다. 생고기, 육회 등 날것으로 먹는 데서 시작해서 말리고 찌고, 볶고, 굽고, 푹 발효시켜 먹는 요리 방식까지 한식의 세계는 정교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오리엔탈리즘적 시각을 내재화시킨 한국인은 오랫동안 김치를 숨기고 가려야 할 존재로 인식했다. 한류를 통해 이제 한식은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고,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문화로 부상했다.

  이렇게 찬란한 음식문화를 갖고 있지만, 한국의 미디어는 음식의 세계를 조명하는 데 게을렀다. 1980년대 초 MBC의 <오늘의 요리>와 KBS <가정요리>가 음식을 방송의 영역으로 초대하기 시작했다. 음식이 예능으로 넘어온 것은 2001년 <이홍렬 쇼>의 ‘참참참’과 2002년 <결정 맛 대 맛>이 계기였고, 두 프로그램 모두 일본 방송의 영향을 받았다. 인터넷 방송을 통해 먹방이 확산되기 시작한 것은 10여 년이 되었다. 이제 먹방은 유튜브를 타고 전 세계인들이 함께 만들고 소비하는 고유한 콘텐츠인 Mukbang이 되었다.

  이러한 발전과정은 생각거리를 던진다. 한국의 섬세하고 정교한 음식 문화가 미디어로부터 홀대를 받다가 이제야 미디어의 중심으로 들어왔다. 더욱이 세계적인 문화 코드로 부상할 가능성을 보이기 시작했다. 문화산업의 논리로 보더라도 음식을 소재로 한 방송은 의미가 있다. 한 국가의 정체성과 문화적 취향의 확산이라는 측면에서 미치는 영향도 작지 않다.

  먹방에 대한 주된 우려는 건강에 대한 염려 때문일 것이다. 먹방의 급성장 배경에는 1인 가정의 급증이 자리하고 있다. 인터넷 먹방은 혼자 식사하며 시청하기에 편리하다. 인터넷 먹방에서 엄청난 양의 음식을 먹는 것이 폭식과 비만을 조장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먹방이 제공하는 치유의 기능에 대해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본 만화 <심야식당>의 인기는 음식이 정신적 허기를 치유하는 기능을 수행한다는 것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의학적으로 본다면 새벽에 음식을 먹고 또 먹는(주인공들은 자신의 메뉴를 먹다가도 옆 사람이 먹는 메뉴가 맛있어 보이면 추가 주문한다!) 것이 건강을 해치지 않을까? 하지만 음식을 통해서 의사소통을 하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먹방을 보는 시청자에게도 적용된다.

  한국의 자살 비율은 OECD 1위로 알려져 있다. 10대에서부터 30대까지의 사망 원인 1위도 자살이며, 30대는 사망원인 1위가 자살로 2위인 암보다 높다. 먹방으로 인한 비만의 위험보다 정신적 허기를 더 살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먹방과 비만과의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규명되고, 사회적으로 피할 수 없는 문제가 된다면 그때 논의해도 늦지 않다.

  다만, 먹방을 보면서 불편하게 느껴지는 지점도 분명 존재한다. 미국의 햄버거 많이 먹기 대회를 보면서 느꼈던 불편함과 유사하다. 재미를 위해서라지만, 음식을 저렇게 급하게 먹거나 많이 먹으면 건강에 악영향을 주지 않을까하는 걱정은 여전하다. 일부 먹방들이 햄버거 많이 먹기 대회처럼 과도한 음식을 쌓아놓고 먹어치우는 모습이 스펙터클은 될 수 있겠지만, 아름답지는 않다. 배가 고파서 맛있게 먹는 먹방은 참으로 아름답다. 하지만 먹기 위해서 먹는 먹방에는 놀람과 자극이 있을 뿐.

  얼마 안 있어 대식가형 먹방이 얼마나 세련되지 못한 콘텐츠인지 회고적으로 바라보게 될 때가 곧 올 것이다. 그 시기를 재촉하는 힘은 음식문화가 한 나라의 생산문화와 가공기술과 표현문화 등 총체적인 문화의 결과물이라는 것을 다시 인식하는 데에 있다. 한국의 음식 문화는 시간 축으로 형성되어 왔으며, 맛있는 것을 나누어 먹는 공유형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한국의 음식문화의 깊이를 누락한 인터넷 먹방이 더없이 가볍게 느껴지는 까닭이다. 인터넷 먹방이 한국 음식문화의 특성을 담아낸다면, 그것은 전통문화를 새롭게 해석하는 콘텐츠로 진화할 것이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먹방을 보며 혼밥을 하기보다는, 함께 먹을 수 있는 소셜 다이닝을 고민하고, 함께 모여 요리하여 식사하고, 음식문화의 깊이와 넓이를 생각하게 된다면 이러한 논란도 의미 있다 하겠다. 따라서 먹지만 말고, 나누어 먹고 이야기하고 감사하기를. 그것이 음식을 생산한 생산자와 세련된 음식문화를 만들어온 조상에 대한 예의다.

WHO? 홍경수 교수는?
- 고려대학교 신문방송학 학사
- 서울대학교 대학원 언론정보학 박사
- 前 KBS 22기 TV PD
- 前 한국일보 편집부 기자
- 現 순천향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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