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한 아동학대, 부모 교육 선행돼야

김예진 기자l승인2018.12.03l수정2018.12.03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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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를 잘 키우려고 했을 뿐이에요.” 10월 8일 물건을 훔친 아이의 뺨을 수차례 내려친 아버지가 아동학대로 의심돼 자녀와 분리 조치됐다. 그는 자신의 행동이 ‘훈육’이라고 주장했지만, 아동보호전문기관 측은 ‘명백한 학대’라고 판단했다.

  프랑스 교육자 프란시스코 페레는 ‘꽃으로도 아이를 때리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꽃으로도 때리지 말아야 할 아이들이지만, 해마다 증가하는 아동학대 신고율은 꺾일 기미가 안 보인다. 이 중 대다수는 가정 내에서 은밀히 발생하고 있다.

 

  따뜻해야 할 보금자리가 학대 장소로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발표한 작년 아동학대 신고접수 건수는 3만4185건으로 2만9671건인 2016년에 비해 15.2% 증가했다. 아동학대는 신체학대, 정서학대, 성 학대, 방임 총 4가지 유형으로 나타난다. 최근 5년간 각 유형의 아동학대는 급증하는 추세로 여러 학대를 동시에 하는 ‘중복학대’도 2016년 8980건에서 2017년 1만778건으로 20% 늘었다.

  아동학대 대부분은 가정에서 일어난다. 2017년 아동학대 사건 총 2만2157건 중 학대 행위자가 피해 아동의 부모인 경우가 1만7034건으로 76.9%에 달했다. 가정 내에서 아동학대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한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가정 내 아동학대의 원인은 개인적인 요인부터 빈곤, 이혼과 같은 사회·환경적 요인까지 다양하다”며 “아동의 발달 과정에의 무지나 경제적 빈곤으로 인한 부모의 스트레스, 분노조절 능력 부족도 학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잘못된 훈육이 학대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작년에 발표된 전국아동학대현황보고서 에 의하면 학대 행위자의 특성으로 ‘양육 태도 및 방법 부족’이 35.6%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아동학대 행위자를 대상으로 한 사후교육도 중요하지만, 아이를 키우기 전의 부모교육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중앙아동보호기관 측은 “아이를 어떻게 양육해야 하는지 모르니 자신이 훈육하는 건지, 학대하는 건지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훈육과 학대를 구별할 수 있도록 예비부모교육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영준(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부모의 잘못된 훈육은 자신이 어릴 때 받아왔던 양육방식에 영향을 받은 것일 수 있다”며 “아동학대의 근절을 위해선 부모가 되기 전에 양육 태도에 대한 교육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신고 어려운 가정 내 학대, 재발 막아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학대처벌법) 제10조(아동학대범죄 신고의무와 절차)는 누구든지 아동학대 범죄를 인지한 경우 아동보호전문기관 또는 수사기관에 신고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특히 유치원이나 초·중등 교직원, 의료인, 사회복지공무원, 보육교사 등 직무상 아동학대를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직업군은 2016년 신설된 신고의무자제도에 의해 아동학대 신고의무자로 지정됐다.

  하지만 신고의무자도 가정 내 아동학대를 발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유조안(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체벌을 금지하도록 법적 장치들이 마련돼 있는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등과는 달리 가정 내에서 발생하는 폭력이나 그루밍 성폭력은 워낙 은밀하게 이뤄져 신고의무자들이 발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학대로 아동을 사망에 이르게 했을 시에는 아동학대처벌법 제4조에 의해 아동학대치사죄로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2014년 대법원은 아동학대 범죄에 최대 15년의 징역형까지 선고 가능하도록 권고했다. 하지만 지난 3년간 '아동학대범죄 처벌특별법' 위반으로 법원에 접수돼 처리된 총 344건 중 징역형이 선고된 경우는 78건에 불과했고, 집행유예는 103건, 재산형은 50건이었다. 박영준 교수는 “우리나라의 아동학대 법적 형량은 아동성범죄에 최소 25년 의 징역형에서 최대 사형에 처하는 미국 등 의 선진국에 비해 낮다”며 “진지한 반성이나 훈육과 같은 감형 사유를 배제하고 법적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처벌 강화보다 재학대 예방을 더 강조한다. 가정 내 아동학대의 특성상형을 늘리더라도 학대 가해자가 언젠가 다시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유조안 교수는 “학대 행위자인 부모의 행동을 교정할 방법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처벌 강화보다는 상담치료나 교육을 강제하는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아동보호기관, 상담 기관, 의료기관 등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이는 영국처럼, 우리나라 또한 아동학대 재발 시 아동을 분리보호하고 부모를 처벌하는 시스템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민간에 의존하는 보호기관 한계 있어

  전국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신고접수부터 사후관리까지 아동학대 사건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기관이 민간에서 운영돼 현장 관리에 제약이 있다. 경찰이 동행하는 신고 출동이 아닌 일반 사후관리 방문은 더욱 쉽지 않은 상황이다. 유조안 교수는 “상담사에게 사법적 권한이 없다 보니 사후관리를 위해 가정에 방문했을 때 보호자가 거부하면 더 확인할 방법이 없다”며 “지역사회의 관련 기관과의 협력 체계가 수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아동보호전문기관 수가 절대적으로 적은 것도 문제다. 현재 운영되는 아동보호전문기관 수는 전국 63개소다. 2019년까지 아동보호전문기관을 100곳까지 늘리겠다는 정부의 계획과는 달리 내년에 확충되는 아동보호전문기관도 4개소뿐이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인력난도 심각하다. 상담원 1명이 담당해야 하는 아동 수는 6300여 명에 달하지만, 정부의 지원은 미미하다. 아동학대 예방사업에 배정된 올해 예산은 254억 원으로 지난해 예산 266억 원보다 오히려 감소했다. 박영준 교수는 “아동학대의 심각성에 비해 예산 지원은 소극적”이라며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예산마련과 정책변화에 대한 정부의 구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덧붙여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인력을 확충하고 상담원에게 일부 법적제재를 취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며 “아동 문제를 민간 혹은 지방자치단 체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중앙 정부도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글 | 김예진 기자 sierra@

일러스트 | 주재민 전문기자

그래픽 | 이지혜 디자이너

김예진 기자  sierra@kunew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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