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쌀롱] 글, 영상, 게임… 단지 매체적 차이일 뿐

고대신문l승인2018.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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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을 주제로 삼아 글 쓰고 말하는 일을 업으로 하는 입장에서 느끼는 가장 큰 어려움은 게임이 던지는 감상이나 메시지가 글로 고스란히 옮겨지기 어려운 경우가 상당히 많다는 점에서 온다. 시각과 청각 뿐 아니라 패드나 키보드를 잡고 있는 손이 반응하는 감각과 같은 감각 문제를 차치하고서라도 하나의 이야기에 들어가는 기본적인 시간이 다른 영상매체인 영화와는 차원이 다르게 길다는 점 또한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요소들이다.

  온전하게 게임의 감상을 글로 옮겨적는 것이 어렵다 하더라도 이를 멈출 수는 없다. 우리 시대는 아직까지 문자 텍스트에 기반한 지식의 시대다. 고정된 글의 힘은 이 시대의 지적 체계를 떠받친다. 매체기술의 발달로 분명 과거만큼의 중심부는 아니지만, 유튜브 검색이 더 유년층에서 인기가 높아지는 와중에도 우리는 아직까지 가장 많은 지식의 원천으로 도서관을 꼽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글이 중심이 되는 지식체계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영원불멸한 무언가로 부르기엔 난감한 점들이 적지 않다. 구전(口傳)을 통해 전승되던 지식의 체계가 오랫동안 존재했고, 같은 문자 텍스트라도 대량출판인쇄기술이 없던 시절의 문자텍스트는 필사라는 오래고 고된, 마치 구전의 그것과도 비슷한 맥락의 체계였다. 필사본 중심의 장서각으로서가 아닌 보편 지식체계로서의 도서관의 역사는 그리 오래 된 편은 아니다.

  한때 절대적인 지위로까지도 여겨졌던 문자텍스트 기반의 지식은 요즘 들어 확실히 한 발 후퇴하는 모양새다. 포털에 키보드로 문자 텍스트를 입력하던 검색의 방식은 스마트폰의 음성인식 기능에 검색어를 불러주는 방식으로 변화했다. 검색 결과도 이제는 문자 텍스트가 아닌 영상으로 더 많이 이용된다. 문자체계가 완전히 후퇴했다고 말하는 것은 섣부르고 오만한 일이지만, 앞으로의 미래에서 그 방향성이 갈수록 종합 영상매체에 밀릴 거라는 예측이 틀리기도 어렵다.

  이러한 변화는 현대 기술매체 시대에는 더욱 빠르게 일어난다. 한때 뉴미디어라는 이름이 어색하지 않았던 디지털게임의 경우 이제 초등학교 세대에게는 지금의 대학생과는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의외로 아이들은 대학생들만큼 게임을 열심히 하지 않는다. 대체로 ‘굳이 귀찮게 내가 왜 하나? 인터넷 방송 보는게 낫다’ 라는 입장이 커져가는 추세다. 내가 플레이하지 않아도 유명 스트리머의 플레이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재미를 느끼는 세대에게 게임은 조금 구닥다리 미디어로 받아들여지는 듯 싶다.

  당대의 미디어로 여겨졌던 게임이 그 핵심가치인 상호작용성에서 벗어난 무언가로 받아들여지는 세대가 나타난다는 점은 세대마다 기반하는 지식정보의 체계가 얼마나 다른가를 나타내는 지표다. 책으로 소설 속 세계를 여행하던 세대는 만화의 감성을 폄하하고, 책이던 만화던 인쇄매체 중심의 콘텐츠를 살았던 이들은 영상 세대를 이해하지 못한다. 인터랙티브 영상매체에 익숙한 게임 세대들은 이번에는 상호작용 없이 남의 플레이만 보는 일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이는 절대적인 비교우위를 논하기 어려운, 자기 세대의 정보 체계가 어디에 중심이 실려 있는가로부터 비롯되는 차이일 것이다.

  대학에서 시간강사로 일하면서 받아 보는 기말고사 논술 과제는 글 세대 입장에선 답답하게 여겨질 구석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그걸 놓고 ‘요즘 친구들 글 못쓴다’ 며 혀를 차는 이들은 자신의 지식체계 또한 얼마다 시대적 한계 안에 머무르지를 보지 못할 뿐이다. 개인에게 주어진 24시간이라는 제한은 모두 동일하고, 그 안에서 책을 읽건 영화를 보건 게임을 하건 스트리밍을 보건 차이는 단지 지식정보 체계의 매체적 차이일 뿐이지 개인의 지적 능력이나 통찰성, 지혜를 가름할 수 있는 차이는 아니다. 함부로 다른 매체나 다른 세대의 지적 역량을 지적질할 문제가 아닌 것이다.

 

이경혁 게임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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