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3일, 중학생 A 군이 또래 4명에게 집단 폭행을 당하다 옥상에서 떨어져 숨졌다. 끓어오른 공분은 다문화, 편부모 가정이라는 차별과 폭력의 다양한 연원은 무시했다. 오로지 벌어진 범죄에 대한 엄벌을 요구하거나 청소년의 형사사건 적용연령을 내리자는 주장만이 들끓고 있다. 더 어린 청소년에게도 형벌을 내리자는 주장에 대하여 두 가지 의문이 든다. 나이를 낮춰 미성숙한 청소년들을 소년원에 보내면, 과연 소년원에 들어가는 아이들의 수는 줄어들까? 또한, 과거와 비교해 소년원의 연령 제한을 낮출 만큼 청소년 범죄가 늘어나고 흉악해졌는가?

  첫 번째 질문의 답은 외국의 사례를 보면 명쾌하다. 2000년에 일본은 형사 책임 연령을 만 16세에서 14세로 낮췄다. 하지만 2010년 문부과학성이 발표한 <아동 학생의 문제행동 등 학생지도 상의 제문제에 관한 조사>에 따르면 초중고생의 모든 학제에서 폭력사건 발생 건수가 늘었다. 영국의 형사책임 연령도 만 10세 임에도 소년범죄는 여전히 중요한 사회문제다. 다만 더 많은 청소년과 더 어린 청소년들을 소년원에 넣었을 뿐이다. 형사책임 연령을 낮추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법이 바뀌어 기존엔 보호관찰을 수행했을 소년이 징역을 살았다. 수형을 마친 범죄소년이 낙인이 찍힌 채 사회에서 다시 범죄에 손댈 가능성은 얼마일까? 보호관찰을 받았을 때 보다 낮진 않을 테다.

  뉴스만 보면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나날이 폭력적으로 변하는 듯하다. 실상은 다르다. 2018년 1월에 발표된 <범죄유형별 형사 사건 처리현황-소년 사범>을 참조하면 우리나라 소년 범죄율은 2012년 기준으로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근 10년 중 청소년 범죄율이 제일 높았던 2009년의 13만4503건에 비하여 2017년은 8만4026건으로 약 37% 감소해 최저치를 기록했다. 소년 범죄율의 감소는 2012년에 학교폭력을 4대 악으로 규정한 후, 범부처 단위로 예방했기 때문으로 보는 의견이 대다수다.

  형사책임 연령을 낮추는 게 청소년들의 무지와 혐오를 없애지 못한다. 범죄라는 질병에 처벌이라는 항생제만 투여할 뿐이다. 이 항생제의 효능은 오직 우범소년이 죄에 대한 형벌을 얼마나 두려워하는지에 따라 효과가 정해진다. 선례에 따르면 효능은 크지 않고, 오히려 보호관찰로 사회에 복귀할 가능성이 있던 소년의 재사회화를 막는 부작용은 커진다. 또 다른 A 군을 막고자 한다면, 범죄자들을 향한 분노에 찬 논란 대신에, A 군이 당한 폭력을 증언하는 그 수많은 입이 정작 A 군을 구할 수 있을 땐 굳게 닫혀 있었음을 통렬히 반성해야 할 시점이다.

 

안정훈(미디어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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