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엽서 -김남조-

 

여행지 상점가에서

그림 엽서 몇 장 고를 때면

별달리 이름 환한

사람 하나 있어야겠다고

각별히 절감한다

 

이국의 우표 붙여

편지부터 띄우고

그를 위해 선물을 마련할 것을

 

이 지방 순모 실로 짠

쉐타 하나, 목도리 하나,

수려한 강산이 순식간에 다가설

망원경 하나,

유년의 감격 하모니카 하나,

일 년 동안 품 안에 지닐

새해 수첩 하나,

특별한 꽃의 꽃씨, 잔듸씨,

여수 서린 해풍 한 주름도 넣어

소포를 꾸릴텐데

 

여행지에서

그림 엽서 몇 장 고를 때면

불 켠 듯 환한 이름 하나의 축복이

모든 이 그 삶에 있어야 함을

천둥 울려 깨닫는다

 

 

  해외여행을 다니다 보면, 그림엽서와 기념품을 파는 상점들이 자주 보인다. 디지털 시대가 도래한 현대 사회에서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고 공유하기만 해도 충분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발걸음은 나도 모르게 상점들로 향하게 된다. 물건을 고르면서 누구에게 그리고 무엇을 주어야 할지 여러 번 고민하게 된다.

  김남조 시인은 ‘별달리 이름 환한 사람’에게 그림엽서를 부치고, 기념품들도 같이 보내기를 원하고 있다. 여기서 ‘별달리 이름 환한 사람’은 누구일까?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 친구가 될 수도 있고 연인 혹은 가족이 될 수도 있다. 그 사람과 나는 비록 같은 시간 속에 있지만 다른 공간에서 각자 다른 것을 보고 경험하고 있다. 그림엽서와 기념품은 내가 보는 풍경, 체험하고 있는 문화를 그 사람에게 간접적으로 공유하도록 도와주는 매개체라고 볼 수 있다.

  해외여행 중에는 많은 성찰의 시간이 주어진다. 이동 중에 자기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 사이를 지나면서도 외롭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림엽서와 기념품을 고르는 시간은 그러한 여행의 고독 속에서 소중한 사람들을 하나하나 생각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그러기에 한없이 신중해지고, 선택의 시간이 길어진다. 마침내 내 안에서 영겁의 시간이 흐르면 선택을 하고 계산을 하게 된다. 몬세라트의 수도원, 아유타야의 와불(臥佛), 시라카와고의 설경이 ‘불 켠 듯 환한 이름을 가진 사람들’에게도 전달되기를 바라며.

 

진재현(자전 경영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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