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장에 출마하게 된 계기는

  “요즘 대학이 굉장히 복잡다기해져서 전문적인 지식과 현장경험을 갖춘 총장이 요구됩니다. 학교 보직을 많이 하면서 실제로 많은 경험을 갖춘 총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일종의 소명의식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젠 우리 학교 구호가 새로운 시대, 새로운 리더, 새로운 고대가 돼야 합니다.”

 

  - 가장 중요한 공약 한 가지를 꼽는다면

  “가장 시급한 것은 캠퍼스별 균형 발전이죠. 고려대학교도 양극화가 있는 것 같아요. 경영대학은 모금도 많이 해서 건물도 많이 짓는 반면 문과대나 정경대는 상당히 열악하고요. 병원도 안산병원은 구로, 안암병원보다 많이 열악합니다. 또 자연캠 애기능 학생회관에 갔는데, 지나가는 학생한테 길을 물어보니까 ‘저기 내려가면 아주 낡은 데가 있다’는 인상적인 대답을 하더라고요.”

 

  - 강사법 시행에 어떻게 대응할 계획인가

  “대외적, 대내적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10년간 등록금이 동결된 상황에서 강사법을 시행하면 학교 재정에 큰 문제가 생깁니다. 강사들 처우를 획기적으로 개선한다지만 그럴만한 재정적 여력이 없는 대학이 대부분입니다. 재정 지원을 받기 위해 대학 총장들이 연합해서 정부에 건의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지방의 작은 대학들은 버티지 못할 것입니다. 대내적으로는 강사 수를 줄이는 것은 가능하면 피하고 싶어요. 불가피하다면 명예교수를 모시면 어떨까 합니다. 수십 년간 쌓아온 경력과 지식을 사장하는 것은 너무 아깝고 그분들이 역할을 해주면 재정 부담이 크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 행정분권화의 방향에 대해 설명해주십시오

  “경영학에서 CEO가 할 일이 딱 세 가지라고 하는데, 어떤 조직의 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조직의 큰 전략 방향을 설정하는 겁니다. 우리가 개혁을 한다면 어느 방향으로 갈지, 미래 모습이 무엇일지 결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것을 잘못 정하면 조직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구성원들이 고생하죠. 두 번째는 바깥에서 자원을 끌어와야 해요. 구성원들이 그 자원을 가지고 활동할 수 있도록요. 세 번째는 어느 쪽이 위기에 빠지거나 부서가 잘 안 돌아갈 때 해법을 찾는 시도를 하는 것이 CEO의 역할입니다. CEO가 모든 것을 하나하나 하려고 하면 안됩니다.”

 

  - 재정마련의 구체적인 계획이 있다면

  “지금 우리 학교 교수님들의 분포가 거의 역삼각형 아니면 팽이모양으로 돼 있습니다. 73~78학번 분들이 아주 많아요. 300명 이상이 5~6년 사이에 퇴직하세요. 반면 밑에는 분포가 아주 적죠. 이분들과 신임교수 분들의 봉급 차이가 2.5배 정도 납니다. 고연봉자들이 퇴직하시면 인건비에 여유가 생깁니다. 그래서 임금을 올리는 데 큰 타격은 없습니다. 1년에 48억원 정도가 있으면 임금을 5퍼센트 정도 올릴 수 있습니다. 우리 학교 1년 예산이 2조2000억입니다. 낭비를 줄이거나 제로베이스 예산을 하게 되면 15~20퍼센트 정도 예산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우리가 예산을 정밀하게 분석을 하면 가능할 것 같아요. 현재 관리비가 800억 정도 됩니다. 여기서 10프로만 줄여도 80억원이거든요.”

 

  - 줄고있는 정직원 채용에 대한 생각은

  “핵심인력은 정규직으로 가져가야겠죠. 이분들이 채용돼서 계속 교육훈련도 받아야 노하우도 생깁니다. 대학이 위기에 처해있는데, 직원의 경쟁력이 대학의 경쟁력입니다. 제 생각에는 비정규직만으로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렇게 되면 학교가 제대로 된 기획 능력을 갖추기 어려울 거예요. 하지만 전체 직원의 수는 가능한 한 조정해 나갈 생각입니다. 우수한 직원으로 소수정예화 하는 방안을 강구중입니다. 사람은 많은데 조직은 제대로 안 돌아가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일을 제대로 할 사람을 적정한 수준으로 갖고 있으면 인건비도 적절하게 들고, 경쟁력도 생길 것입니다.”

 

  - 국제화 공약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외국인 학생들을 뽑는 것은 좋은데 너무 많이 뽑으면서 질을 놓치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지금 학사경고를 받는 학생들의 상당수가 외국인 학생들입니다. 외국인 학생들의 질을 높이는 작업이 선행돼야 합니다. 숫자를 과도하게 늘려나가는 것은 감당이 안 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또 우리 학교는 외국인에 대해서 준비가 덜 된 상태로 외국학생들을 많이 받아들였어요. 그래서 교원들마저 많은 불편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한국말이 쉬운 것도 아닌데 거의 방치되다시피 해서 외국인 학생들이 위험 수준에 가 있는 경우도 많아요. 외국인들에 대한 국제화·세계화를 하려면 인프라를 갖춰야 합니다. 외국인 학생들을 위한 서비스를 대대적으로 확충하고, 국제처장은 외국인 교수로 임명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외국인을 교무위원으로 임명하면 그분들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겠죠.”

 

  - 세종캠이 발전하기 위한 방안은

  “세종캠은 등록금 의존도가 너무 높아요. 근본적인 재정구조를 새로 짤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세종캠퍼스에 자체적으로 모금 기구도 만들고 활성화해야 합니다. 과거엔 어려웠지만 지금은 복합도시가 바로 옆에 생기면서 세종캠이 상당히 주목받고 있습니다. 세종캠에 맞는 대기업과 연결시켜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그동안 많은 대기업과 관련을 맺어왔기에, 세종캠과 호흡이 맞는 대기업을 기부금으로 연결시켜주려 합니다. 기부란 게 서로 도움이 돼야겠죠. 세종캠에 과기대, 약대 등 경쟁력 강한 단과대가 있기 때문에 R&D 센터 등을 만들면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 학교지원에서 인문계 캠퍼스와 자연계 캠퍼스 간에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현재 인문사회계 쪽은 한두 개 단과대학만 빼면 인프라가 완성됐습니다. 그런데 자연계 쪽은 아직도 많이 열악한 상황이죠. 투자가 훨씬 많이 돼야 해요. 공간부터 시작해서 균형 발전에 맞게 지원을 많이 해야 합니다.”

 

  - 남은 선거일정에 임하는 각오는

  “대학 총장을 뽑는 게 일종의 축제가 되었으면 합니다. 앞으로 4년 고려대를 끌고 갈 사람을 구성원들이 뽑는 거니까요. 친분이나 네트워크로 좌우되면 도리어 학교 발전에 저해가 될 것 입니다. 그렇기에 정책 대결의 축제가 되면 좋겠습니다. 저는 실제로 조직을 변화시킬, 전문성이 있고 경험이 있는 사람입니다. 활동력 있는 후보가 총장이 되는 것이 고대발전을 위한 길일 것입니다.”

 

글|박형규 취재부장, 박연진 기자 press@

사진|한예빈 기자 lima@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