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들의 올림픽’이라 불리는 세계철학자대회(World Congress of Philosophy)가 아시아 최초로 오는 2008년 서울에서 개최된다. 이는 세계 철학계가 서구중심적 시각에서 벗어나 동아시아 관점의 세계해석을 통해 동서고금의 철학의 만남과 융합의 장이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또한 한국의 우수한 철학적 전통과 사유능력을 소개하고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세계철학자연맹 총회에서 엄정식 한국철학회 회장은 한국유치를 위한 연설을 통해 “세계철학자대회를 2008년에 한국에서 개최한다는 것은 세계 철학계가 구라파 이외의 지역의 관점에 주목하고 동아시아 관점의 세계해석을 통한 동서의 만남을 의미하며 과거와 미래의 융합의 기조를 세우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5년마다 개최되는 세계철학자대회는 1900년 프랑스 파리 대회에서 처음 시작돼 세계 각국에서 3천여 명이 모이는 대회이다. 전통적인 철학분야를 포함해 현실적 문제에도 초점을 맞춰 다양한 철학적 주제와 관점들을 탐구한다.

주최 측인 세계철학자연맹은 150 여개의 철학회를 회원으로 하는, 가장 크고 오래 된 지구촌의 철학 공동체이다. 제21차 세계철학자대회는 지난 8월 터키 이스탄불에서 <세계의 문제에 직면한 철학>이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이 대회에서는 총 1천 200 편의 논문이 발표됐으며, 13개 회의실에서는 각종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한국은 그리스 아테네와의 경쟁 끝에 6표차로 제22차 세계철학자대회를 서울에서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경쟁국 그리스는 아테네가 철학의 출발점이라는 점을 강조했으며 한국철학회는 동서양 문명의 융합과 공존을 통한 새로운 조망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2008 세계철학자대회 조직위원장인 김여수 세계철학자연맹 부회장도 “지구촌의 세계화가 물리적·경제적 통합성을 요구하고 지구촌의 인간화는 문화적 다양성과 특수성을 기대하는 그러한 구조에서 철학의 과제가 나타난다”고 지적하며 이를 위해 “문화들의 차이를 인정하고 공통성을 식별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한국의 세계철학자대회를 성공적으로 이끈 한국대표단의 엄정식 한국철학회 회장은 서울개최의 의의 및 영향으로 △동아시아적 관점의 확대 △한국이 동서고금 사상의 요충지라는 점  △동양적 전통의 체계화 △국위선양 등을 꼽았다.

1백년의 역사를 갖는 세계철학자대회가 아시아 지역에서 개최되는 것은 처음이다. 이번 대회의 유치는 서구 중심적인 시각이 동아시아적 관점으로 확대되었다는 것에서 가장 큰 의미를 지닌다. 철학은 서양철학의 발상지인 그리스 등 유럽철학을 의미했으며 서양인들에게 나머지 문명권의 불교나 유교 등은 철학이라기보다 넓은 의미의 사상으로 받아들여졌다.

앞으로 서울에서 개최될 세계철학자대회는 서구중심으로 편재된 시각을 동아시아적 관점으로 확대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더불어 세계철학의 수준도 한 단계 높아지며 더욱 성숙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철학은 동서와 고금이 동시에 교차하면서 격돌하는 양상을 띄고 있다. 한국의 철학계는 수난과 질곡의 현대사를 통해 철학적 토양이 마련됐다. 한국의 사상가들인 원효, 지눌, 이황, 이이, 정약용으로 이어지는 한국의 철학적 전통은 모두 능동적이며 창조적으로 비판적 종합을 시도한 바 있다. 이렇게 한국의 철학은 비판적 종합의 유구한 철학 전통을 지니고 있으며 또한 동서고금의 사상이 만나는 요충지이기도 하다.

또한 동양적 전통의 체계화를 위한 발전적 계기가 된다. 대체로 동양의 사상들은 뛰어난 가치를 지니고 있지만 서구 철학에 비해 체계적인 정리가 많이 부족한 실정이다. 그렇기때문에 한국도 그동안 축적된 사상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극대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이번 대회는 미처 확인하지 못했던 고유한 사상을 발굴할 수 있도록 자극하며 긍정적인 작용을 가져올 것이라고 한다. 각국의 수많은 철학자들과 대회를 기획하고 토론하면서 부족했던 점을 보강하여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게 되는 것이다.

서울 개최의 마지막 의의는 국위선양의 측면이다. 정치,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드러나는 강국의 면모는 유구한 전통과 폭넓은 사상체계 등 사상적 배경의 뒷받침됐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이 대회는 국내 철학계뿐만 아니라 지식사회 전반에 걸쳐 도약의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2008년 세계철학자대회와 관련, 지난달에는 본부의 관계자가 한국을 방문해 구성 및 예산에 관한 논의가 이뤄졌다. 연말에 열릴 발대식에서는 관계자들을 초청해 홍보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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