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비롯한 온라인 매체가 늘어나면서 온라인 상의 네티즌 활동이 현실에도 중대한 영향력을 발휘하게 됐다.

네티즌의 영향력이 가장 증대된 분야 중 하나는 정치계로, 지난 2000년 4ㆍ13 총선에서는 참여연대를 주축으로 인터넷을 통해 낙선운동 후보자를 지목, 이들 중 68.6%가 선거에서 낙선됐으며 네티즌이 특히 관심을 가졌던 수도권의 낙선률은 무려 95%에 이르렀다. 또한,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노무현 후보의 승리 역시 온라인을 바탕으로 시작된 ‘노사모’의 영향력이 컸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중론. 이러한 영향력을 반영하듯 정치인들의 홈페이지는 증가하는 추세로 현재 약 2백30여 개가 운영되고 있으며 이를 통한 네티즌의 정치 참여가 증대될 전망이다.

지난해 3월부터 시작된 휴대폰 요금 인하 운동 역시 네티즌의 역할이 컸다. 당초 정보통신부의 휴대폰 가격인하 불가 방침에도 불구하고 사이버 참여 연대를 바탕으로 이뤄진 휴대폰 요금 인하 운동은 인터넷을 통해 70만 명이 서명을 하기에 이르렀고, 이를 바탕으로 이동 전화 요금을 8∼9% 인하하는 성과를 거뒀다.

또, 한국산업발전노조(이하, 「발전노조」)의 산개 투쟁에서도 게시판의 위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2월 말 일제히 서울대에서 빠져나간 5천여 명의 발전조합원들이 현재까지 꾸준한 투쟁활동을 벌일 수 있는 것도 사이버 게시판 덕분이라는 「발전노조」조합원들의 평가가 그것. ‘아빠는 무엇이든 해본다는 것과 자신이 한일을 후회 없이 한다는 일이예요/저는 그 점이 젤루 마음에 들어요/아빠 사랑하구요/앞으로도 무엇이든 해보고, 후회 없는 아빠가 되세요∼/사랑해요/설아 올림’등 「발전노조」 홈페이지 가족게시판의 글들은 노조원들이 지금까지 활동을 벌일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아울러 가족게시판은 오픈한지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전국 곳곳의 「발전노조」 가족들의 글로 채워졌으며 이를 바탕으로 가족대책위원회가 구성돼 「발전노조」파업에 또 다른 축을 담당하고 있다.

네티즌들은 TV방송국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드라마의 결말을 바꿀 만큼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겨울 연가의 경우, 준상(배용준)이 숨지는 것으로 결말이 예정돼 있었지만, 인터넷 게시판에 ‘준상오빠 죽지마여’,‘그들이 영원히 사랑하게 해주세여’등의 의견이 올라왔고 드라마는 결국 준상(배용준)과 유진(최지우)의 재회를 통한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렸다.

그러나 네티즌들의 활동이 현실세계에 영향을 미치면서 나타나는 부작용도 간과할 수 없다. 한동안 사회적 관심을 불러 일으켰던 ‘자살 사이트’가 대표적인 예이다. ‘자살하려고 합니다. 알고 싶은 게 있어서요’,‘Re: 면도칼보다는…’이라는 자살 사이트를 통해 떠도는 자살에 관한 정보들이 결국 10대들을 죽음으로 이끄는 결과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이러한 자살 관련 게시판의 폐해는 근래 만들어진 안티 자살 사이트에서도 드러난다. 초기 안티 자살 사이트의 경우 정신과 의사가 자살을 막고, 상담과 치료를 할 목적으로 만들어졌으나 안티 자살 사이트 게시판을 통해 동반 자살을 계획, 끝내 안티 자살 사이트에서 상담을 받던 4명 중 3명이 자살하기도 했다.

현재 게시판은 “오프라인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사회적 이슈를 구체화한다”며 “오프라인을 통해 하지 못했던 부분을 중심으로 온라인의 영향력이 확대된 것”이라는 사이버 참여연대 김보영 간사의 말처럼 점차 그 영향력이 증대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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